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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9만7000t)가 지난 22일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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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미군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레이건호(CVN-76)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선체 길이 332.8m 폭 78.3m로 세계 최대의 항공모함이다. 항공기 86대에다 5600여 명이 승선할 수 있어 그야말로 움직이는 해상도시로 불릴 만하다. 규모도 규모지만 수십톤에 이르는 항공기를 싣고 이착륙하는 비법 역시 궁금증을 자아낸다.
#활주로 확보 어떻게
항공모함 제작의 관건은 어떻게 하면 많은 함재기를 싣고 효과적으로 이착륙시킬 수 있는가이다. 이를 위해 충분한 활주로와 격납고 확보가 중요하다. 항공기 운용이 목적인 만큼 항모는 비행 갑판(flight deck)과 항공기를 보관하는 격납고의 효율적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활주로로 쓰이는 비행 갑판은 두께가 7.5㎝에 이르는 고장력 강판으로 만들어진다. 엄청난 마찰열을 줄이기 위해 갑판에 세라믹 구슬을 박기도 한다. 갑판 형태도 중요하다. 함교(군함다리)와 연돌(엔진 배출굴뚝) 등의 위치를 중앙에서 사이드로 바꾸거나 갑판에서 없애는 등 활주로 확보를 위한 시도를 한다.
사출기(catapult), 격납고, 엘리베이터는 항모를 특징짓는 3대 필수 장비다. 현재 대부분의 항모는 격납고를 갑판 아래 설치하고 있다. 갑판 위 더 넓은 활주로를 확보함과 동시에 풍랑으로부터 고가의 전자장비를 탑재한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무게가 20~30t에 이르는 함재기를 싣고 갑판과 격납고를 오르내리려면 이에 맞는 대형 엘리베이터도 필요하다. 니미츠급 항모의 경우 엘리베이터 크기는 23m×16m에 이르며, 용량은 50t에 달한다. 한번에 전투기 2대를 운반할 수 있다. 최근엔 평상시 배의 벽면으로 활용되다 필요할 때 각도를 바꾸어 엘리베이터가 되는 방식도 고안되고 있다. 이 또한 갑판의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항공기 이착륙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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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비행 보조 병사들이 전투기 이륙을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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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호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F/A-18E/F 슈퍼 호넷, F/A-18 호넷 전투기 등 함재기들은 100m 내에서 이착륙을 소화한다. 지상의 일반적 착륙거리가 1500m 정도인 KF-16 등에 비하면 상당히 짧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항모 내 설치된 사출기이다.
현대 항모에 사용되는 사출기는 주로 증기사출기로 1950년께 영국에서 실용화 됐다. 항모의 비행갑판 앞쪽에 수십~100m길이로 홈을 파고, 그 밑에 압축공기나 증기의 힘으로 고속 이동하는 피스톤 장치를 한다. 이 피스톤에 비행기를 연결해 그 견인력과 함속과의 합성속력으로 이함시킨다. 이 때 함정은 이함을 돕기 위해 30노트 가까이 가속해야 한다. 30t에 달하는 F-16과 같은 함재기를 단 2초 만에 시속 270㎞로 가속시켜 밀어낼 수 있다.
초기의 사출기는 유압을 이용해 15∼20m의 발사대 위를 화약이나 압축공기의 힘으로 고속 이동하는 썰매와 같은 장치였지만 무게가 큰 항공기의 경우 활주거리가 늘면서 좀 더 강력한 출력을 갖는 증기식 사출기로 바뀌었다. 최근엔 전자기 사출기도 고안됐다. 증기 사출기와 달리 갑판에 일정한 간격으로 전자석(Electro Magnetic)을 깔아 반발력을 이용하여 발진한다. 증기 파이프나 고압탱크가 필요 없으므로 증기사출기보다 적은 공간에서 이용 가능한 이점이 있다. 부산대 전호환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전자기 사출기의 응용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엄청난 비용이 들어 실용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비행갑판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항모일 때는 증기 사출기가 아닌 스키점프대와 수직이착륙기(Harrier/Yak)를 이용해 항공기를 이륙한다. 스키점프대는 활주로 끝을 솟구치게 만든 장치로 활주로 길이를 30%가량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착륙시에는 전투기의 속력을 최대한 줄여주는 강한 철선(arresting wire)이 항모 뒤편 비행 갑판 표면에 활주로를 가로질러 설치돼 있다. 착륙을 시도하는 항공기를 전투기 꼬리부분에 설치된 갈고리(tail hook)가 내려와 비행갑판에 설치된 철선을 걸어 속력을 줄인다. 레이건 호에는 사출기가 4기, 철선이 3개 설치돼 있다.
#국내 항모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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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4000t급 대형수송함 (LPX)인 '독도함'의 시운전 모습. 독도함은 첨단 시스템 장착 등 전력화 과정을 거쳐 오는 7월께 실전에 배치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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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7월 한진중공업은 상륙함 '독도함'을 진수했다. 1만4000t급의 독도함은 길이 199m 너비 31m에 달해 상륙함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40노트 이상의 속도를 내는 공기부양정과 헬리콥터 7대, 전차 6대, 상륙용 돌격장갑차 7대 등을 실을 수 있다. 해병대 720명이 탑승할 수 있어 350명이 탑승하는 일본의 상륙함 '오수미'보다도 크다.
하지만 독도함은 항공모함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주 목적이 항공기가 아닌 해병대 상륙군을 실어나르는데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항공기를 이착륙할 수 있는 사출기나 스키 점프, 갈고리 등 착함 시설이 없다. 국내 해군은 독도함을 대형수송함으로 부른다.
배수량이 10만t에 이르는 니미츠급 대형 항모의 경우 건조비만 5조 원, 연간 유지비는 3000억 원이 든다. 현재 니미츠급 대형 항모를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미 해군은 총 12척의 항공 모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10척이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해양시스템연구원 이진태 박사는 "조선강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항모 건조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경제성 및 국제정치를 고려해 볼 때 필요성에 대해 좀 더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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