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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미용·패션 및

죽음을 부르는 트랜스 지방

by 현상아 2007. 5. 6.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옛말처럼 그동안 철석같이 믿었던 식물성 기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콜레스테롤이니 동맥경화니 하는 단어들의 주범은 육류에 포함된 동물성 지방, 즉 포화지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실상을 파헤쳐 보니, 포화지방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식물성 지방이 전이된 트랜스 지방이라는 사실.

트랜스 지방이란,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을 마가린이나 쇼트닝 같은 고체 상태로 만들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거나 탈취,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전이 지방을 말한다. 이러한 경유화는 값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나 도넛의 풍미를 더하고, 빵과 스낵을 딱딱하고 보기 좋은 형태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17세기 프랑스의 H. 메주무리에가 변질되지 않는 기름을 만들기 위해 액체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고체 기름으로 만든 것이 시초. 당시에는 포화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심장질환 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그 대신 식물성 유지를 가공한 고체 유지(마가린, 쇼트닝 등)를 많이 먹도록 장려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만 해도 동물성 지방이 몸에 나쁘다는 이유로 국가적 차원에서 식물성 유지 섭취를 권장했고, 그 결과 마가린의 소비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마가린의 황금기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막을 내려야 했다. 마가린이나 쇼트닝에 포함된 트랜스 지방이 동물성 지방에 포함된 포화지방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주장과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 그러던 중 트랜스 지방이 본격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던 사건이 있었다. 2003년 5월, 한 변호사가 미국의 인기 있는 ‘오레오’라는 비스킷의 제조사인 크래프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미국의 대표적인 식품 가공 업체인 크래프트사가 오레오 비스킷에 트랜스 지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른 아이 없이 누구나 즐기는 오레오 과자 속에는 건강에 치명적인 트랜스 지방이 다량 포함돼 있고, 이는 반드시 명시되어야 한다는 것이 변호사 측의 주장. 결국 크래프트사는 소송을 당한 지 두 달 만에 자사의 제품에서 트랜스 지방을 모두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모든 식품 업체에 트랜스 지방 함량을 표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방이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우리 몸에 필요악으로만 비쳐지는 게 사실. 하지만 세포벽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은 지방이고, 지방이 부족하면 세포는 세포막 지질에서 합성되는 호르몬과 면역기능, 신경전달 물질의 생성 저하로 인체에 심각한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남자를 남자답게 하고, 여자를 여자답게 만드는 성 호르몬 역시
지방의 한 종류로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하다. 단, 우리 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좋은 기름’에 한해서. 반대로 트랜스 지방과 같은 ‘나쁜 기름’은 면역 세포를 약화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혈관벽 세포를 터뜨려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을 유발한다.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기름, 즉 불포화지방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전이 지방이다. 문제는 인공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그 유기적 구조가 좌우 대칭을 이룰 정도로 안정화된다는 것. 너무 안정적이어서 신진대사가 잘 되지 않고, 체내에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비만의 원인이 되며, 혈전을 생성시켜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1999년 미국 하버드 의대 보건대학원의 보건학박사 월터 윌렛이 내놓은 ‘트랜스 지방산과 관상동맥 질환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을 섭취한다면 미국에서 연간 3~10만 명의 심장병 사망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은 혈관을 좁히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혈관 속을 깨끗이 청소해주는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심근경색,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 질환과 심혈관계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의 영양상담실 과장인 이선희 씨는 “최근 포화지방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트랜스 지방과 암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도 있습니다. 동물성 지질의 섭취가 증가할수록 대장암이나 유방암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보고된 바 있죠.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트랜스 지방은 암의 발병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영양치유 아카데미’의 대표이자 <트랜스 지방>의 저자인 곽재욱 박사는 “인스턴트 식품과 튀김 속의 트랜스 지방은 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의 생리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과다 섭취할 경우,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유발할 수 있죠”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대의 사망 원인 중 1위는 교통사고, 2위는 자살이다. 자살 충동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환경호르몬, 가공식품의 첨가제, 화학물질, 오메가-3 지방산의 결핍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트랜스 지방은 대뇌 신경 세포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을 파괴하기 때문에 과다 섭취할 경우,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트랜스 지방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가린과 쇼트닝. 주로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마가린에는 20~30%, 과자와 튀김을 만들 때 사용하는 쇼트닝에는 10~20%의 트랜스 지방이 함유돼 있다. 마가린은 콩기름·면실유 등의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반고체화한 후 급속 냉각시켜 만든 것으로, 포화지방으로 만든 버터의 대안으로 개발된 ‘인조 버터’인 셈이다. 식품 회사들은 여기에 ‘버터 황색(Butter Yellow)’이라는 색소로 물을 들이고 인조 버터 향을 첨가해 마치 자연산 버터인 것처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순식물성’이라는 수식어를 단 마가린의 정체. 순식물성 마가린에 포함된 버터 황색 색소는 임신 중에 먹으면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으며, 유가공 제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합성 항산화제(BHA·BHT)는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보고되고 있다.

쇼트닝은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더 많이 첨가해 마가린보다 더 고체화한 기름이다. ‘쇼트닝(Shortening)’이라는 말은 원래 쿠기나 크래커를 바삭바삭하게 또는 부드럽게 해주는 고형 지방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마가린과 버터를 제외한 지방 이외의 물질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상업용 지방과 오일을 통칭한다. 그 예로 야자유, 팜유, 라드, 어유, 면실유, 낙화생유, 대두 또는 이들의 혼합물이 있다. 마가린과 비교해 트랜스 지방 함량은 조금 낮지만 가공 식품 전반에 걸쳐 사용되기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트랜스 지방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된 2004년 이후, 국내 식품 업체들이 앞 다퉈 트랜스 지방 제로화 선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트랜스 지방에 관한 법적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고, 선두 업체들만 자체 테스트를 통해 그 양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달간 햄버거와 감자튀김만 먹고 자신의 몸에 어떤 의학적 변화가 생기는지를 몸소 실천해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라는 영화를 만든 모건 스펄록은 그의 저서 <Don’t Eat This Book>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불포화지방으로는 햄버거와 프라이드의 바삭한 맛을 재현할 수 없다. 패스트푸드가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절대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 특유의 풍미 때문이다.” 식욕을 자극하는 고소한 향과 바삭바삭 씹히는 맛은 트랜스 지방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이다. 하지만 입이 즐거우면 건강에는 해롭다는 사실. 돼지고기 덩어리를 기름에 튀긴 햄버거 고기는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이 뒤범벅된 것이고,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감자튀김은 고열에서 여러 번 재사용돼 산화될 대로 산화된 트랜스 지방 덩어리다. 게다가 감자튀김의 경우, 냉동 감자를 저질 기름에서 짧은 시간에 튀겨내기 때문에 트랜스 지방 함량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트랜스 지방을 줄인 대두유 등을 사용하면 트랜스 지방 함량을 낮출 수 있지만 15kg당 2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되고, 기름 사용 기간도 절반으로 짧아지기 때문에 경유화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감자튀김과 비슷한 원리로 냉동 피자를 들 수 있는데, 보통 피자 1조각에 포함된 트랜스 지방은 0.5g, 냉동 피자의 경우 이것의 두 배 이상이다. 냉동 피자 한 조각으로도 1일 적정 트랜스 지방 섭취량이 훌쩍 넘는다는 뜻.

햄버거 소비량이 세계 최대인 미국은 물론 최근에는 국내 패스트푸드 업체도 트랜스 지방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리아, KFC, 버거킹 등은 1~2년 전부터 트랜스 지방 함량이 적은 팜유 등을 사용해왔고, 맥도날드 역시 트랜스 지방 함량을 줄인 무경화 식물성 배합유를 선보이고 있다. 카놀라유, 대두유, 팜유 등을 배합해 만든 이 기름을 사용했을 때 트랜스 지방 함유량은 0.4%로 미 FDA가 기준으로 정한 0.5%보다 다소 낮다. 또 햄버거의 경우, 트랜스 지방 함량뿐만 아니라 포화지방 함량도 30%가량 낮췄다고.

 
튀김을 할 때는 보통 170~200℃까지 온도를 올려야 하지만 식품 속에 골고루 기름이배게 하려면 120℃ 정도에서 오래 튀기는 것이 좋다. 그런데 필수지방산이 많은 식용유의 경우, 이 정도 온도에서 변질되기 쉽고 또 일부는 트랜스 지방으로 바뀌며 기름 속의 항산화제도 없어진다. 우리가 먹는 식용유는 만드는 과정에서 원래 씨앗 속에 들어 있는 황산화제 성분이 거의 사라진 것. 항산화제가 제거된 기름에는 쉽게 유리기가 생성돼 빨리 변질된다. 또한 식용유로 튀긴 음식을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오래 저장하면 음식 속 각종 미네랄이 산화돼 불포화지방산이 유리기를 형성하므로 건강에 해롭다. 이런 과정을 거친 기름에는 독성 물질인 고리형 지방과 각종 산화 생성물인 오존화물·과산화물·과산화수소물·다중체·과산화알데히드수소 등도 생성되는데, 이는 발암물질로 간주될 정도로 무서운 것들.
 
미국에선 흔히 도넛을 ‘죽음의 3중주’ 식품으로 부른다. 도넛은 밀가루와 설탕을 넣은 반죽 덩어리를 기름에 튀긴 것
이다. 설탕은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서 사용되지만 기름을 잘 흡수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도넛은 밀가루의 15%, 케이크는 50%까지 설탕을 넣는다. 밀가루에 설탕을 넣을 경우 당화반응이라는 것이 일어나는데, 설탕과 같은 당 성분이 밀가루의 단백질과 결합해 갈색을 나타내는 화학 반응이다. 더도 덜도 아닌 적당히 노릇하게 구운 도넛이나 케이크는 먹기에는 좋지만 바꿔 말하면 당화반응이 가장 잘된 것. 문제는 이 반응에 의해 생성된 갈색 부분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노릇노릇하게 만들려면 기름의 온도를 200℃ 이상 올려야 하는데 식물성 기름을 이 정도 고온으로 끓이면 순식간에 트랜스 지방으로 전환되며, 기름 속의 성분이 서로 결합되어 고리 모양, 즉 다중체, 아클로레인과 같은 변성 지방이 생성된다. 당뇨병은 혈액 중 포도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병으로 오랫동안 혈액 속에 당이 많아지면 당이 몸속 조직에 침투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한다. 당뇨의 3대 합병증으로 불리는 망막질환, 신경질환, 신장질환은 다름 아닌 포도당과 인체 내의 조직에 존재하는 단백질과의 결합, 즉 당화반응으로 생기는 것. 따라서 도넛은 저혈당과 당뇨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칼로리 과잉으로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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