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요즘 이동통신업체를 바꾸면 30만원대의 ‘공짜폰’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단말기를 사면 일부 보조금을 주는 덕분이다. 그런데 다른 ‘대가’를 치러 손해를 볼 것 같은 느낌이 와닿는다. 단말기는 공짜로 받았지만 선택한 옵션 요금제 등에서 숨어 있는 ‘반인치’가 있는 것 같아 찜찜하다.‘할인폰’과 ‘공짜폰’에 소비자가 모르는 내막이 있을까. 소비자(가입자), 이동통신업체, 단말기 제조업체, 대리점(판매점 포함)간에 이뤄지는 유통구조를 통해 알아보자.
●가입자 1명 가치 3만~4만원 환산
단말기 판매가는 제조업체와 이통업체가 주는 장려금, 대리점이 가입자에게 지원하는 금액, 이통업체의 요금제 및 기타 약정 등이 합쳐져 정해진다. 판매가는 유동적이며 매달 초 결정된다.
이 중에 이통업체와 이들과 계약한 대리점간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통업체가 주로 단말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대리점은 또 하부 라인인 판매점과 계약을 한다.
대리점은 확보한 가입자수 만큼 이통업체로부터 판매 장려금과 관리수수료(유지비)를 받는다. 판매점은 판매 수익만으로 운영된다.
판매 장려금은 한 달간의 판매수에 따라 차등지급된다.SKT의 경우 가입자를 모집하면 1명당 2만 2000원의 수수료를 준다. 관리수수료는 이익 발생분으로, 대리점은 통상 통신이용 요금의 5∼6%를 받는다.1인당 2000∼2500원선이다.1명 가입자의 가치는 3만∼4만원 정도로 환산해 예측한다.
제조업체의 장려금도 매월 모델별 판매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이들 장려금은 수시 변동된다. 또 가입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전략적으로 내놓은 요금제 및 가입 기간, 부가 서비스 등도 판매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통업체·제조업체는 일단 이익
이통업체는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면 된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이통업체는 가입자를 유치하면 기본적으로 이용요금이 들어오고 통신업체가 대리점에 주는 장려금도 부가서비스 유치율과 연동시켜 손해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가입자들이 업체를 자주 바꿔 이통 3사간의 가입자 유치 싸움은 더욱 치열해져 마케팅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단말기 제조업체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 적어져 단말기 교체 주기가 짧아진다. 과징금 부과도 매출액의 6%에서 3%로 결정돼 앞으로 시장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시장점유율과 마케팅 ‘실탄’이 많이 있는 SKT가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각사는 50만∼60만원대 고가의 ‘전략적 단말기’를 공짜 수준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가입하면 부가서비스 등 통신서비스를 이용해 이통업체에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인 3세대(3G) 시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KTF가 3G에서 승부를 거는 것도 이런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단말기 제조사는 단말기 교체가 많아져 더 많이 팔릴 것으로 본다. 통신위 관계자는 “마진이 적다는 희생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물량이 늘어나고 단말기 라인업도 다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뚜기’ 늘어 대리점 호시절 갔나
문제는 대리점이다.‘부익부 빈익빈’의 구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리점은 지원금을 더 많이 쓸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번호이동제도 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 1인당 가입자 유치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고객은 회사를 자주 옮겨 가입자 유지기간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어 대리점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장려금은 커녕 법규위반 등으로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약정 서비스에서는 법규위반으로 고객의 클레임(불만 또는 요구)이 많이 발생한다. 대리점이 할인하는 경우 비공식적이지만 단말기 가격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리점의 자본력이 관건이다. 대리점 관계자는 “중소 판매점 등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도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이 추가 지급된다는 발표로 판매 수량이 50% 이상 격감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단말기 판매시장의 구조적인 모순도 지적했다. 모집 경쟁의 격화로 명의도용 책임 문제, 미성년자의 가입 문제,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 많은 문제가 대리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업체와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이들 문제에서 법적 보호를 요구하기 힘들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가입자 혜택은
단말기 보조금의 혜택은 당연히 소비자가 제일 많이 받는다. 예컨대 고객이 A모델 출고가 50만원짜리 단말기를 32만원에 살 경우를 한 대리점 관계자의 말을 빌려 따져보자.
대리점이 받는 이통업체의 장려금은 1000대를 팔겠다는 약정을 하면 1대당 5만원을 준다. 제조업체는 300대일 경우 1대당 6만원을 준다.
여기에다 요금제 등을 옵션으로 해 가입자를 유치하면 1인당 유치비 3만원을 준다.
대리점은 자체적으로 1인당 4만원(30일부터 보조금 밴드제도 시행으로 3만원 상한선임)을 투자한다. 혜택 금액은 총 18만원이다. 출고가에서 18만원을 뺀 32만원이 판매가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우량고객의 경우 대리점이 얹어주는 금액(일종의 불법보조금)이 있어 더 싸게 살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리점이 부당한 부가서비스 가입을 강요할 수 있어 잘 따져봐야 한다. 단말기를 싸게 산 조건으로 가입한 서비스들을 쓰는 과정에서 사용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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