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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자연·풍경 여행 및

제주 삼림욕, 초록빛 유혹

by 현상아 2007. 6. 3.
 
    • ▲ 제주의 대표 숲 '비자림'은 이즈음 신록이 어우러지며 녹색 청정기운이 듬뿍 배어난다.
    • 사철 아름다운 볼거리를 지닌 제주도는 초여름에 들어서며 섬 곳곳에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라산 자락을 중심으로 곳곳에 봉긋 솟아 오른 오름이며, 그 주변에 발달한 숲에서는 건강한 신록의 기운이 넘쳐 난다.

      삼림욕에 좋은 제주의 대표 숲으로는 '비자림'과 '절물 휴양림' 두 곳을 꼽을 법하다. 수백년 수령의 아름드리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루는가 하면,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삼나무 숲이 운치 있게 이어진다.

      제주의 숲은 내륙의 여느 삼림욕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섬 지방 특유의 촉촉한 듯 부드러운 기운을 담고 있다. 때문에 제주 사람들은 제주의 숲이 '사람의 마음까지 다 푸근히 껴안고 다독여 주는 매력을 지녔다'고 자랑이다.
    • ▲ 빗물 머금은 비자림의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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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 절물휴양림은 하늘을 찌를듯 곧게 뻗은 삼나무 산책길이 압권이다.
    • ▲ 2. 새천년 비자나무

    • 3천그루의 은은한 비자향 '생태계의 보고'
      원적외선 방출하는'붉은 송이'산책로 눈길


      천년의 숲 '비자림'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비자림(천연기념물 374호)은 연중 초록의 울창함을 맛 볼 수 있는 상록수림이다. 13만5000평의 너른 면적에 수령 300~800년 된 아름드리 비자나무 거목 30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자연 비자나무 단순림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제주의 대표적 삼림욕장으로 통한다. 전북 정읍 내장사 원적암 가는 길에도 비자림 숲이 있지만 구좌읍 것만은 못하다.

      비자림은 연중 이맘때, 혹은 비자열매가 맺는 늦가을쯤 찾는 게 가장 좋다. 또 맑은 대낮보다는 이른 아침이나 안개가 엷게 낀 날, 비 내리는 날을 택하는 것도 좋다. 은은한 비자향과 숲내음, 그리고 신비롭기까지 한 분위기가 색다른 산책의 묘미를 준다. 비자림 산책로는 평지를 따라 1.3km 가량 이어지며, 느릿하게 도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비자림을 찾으면 세 가지의 부드러움을 접할 수 있다. 우선 원시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부드러운 숲 기운이 그렇다. 또 아름드리 비자나무를 살짝 어루만져 보면 부드러운 감촉에 깜짝 놀라게 된다. 보통 나무들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다. 하지만 비자나무 겉껍질은 무슨 융단처럼 부드러운 질감에 쿠션감까지 느껴진다.

      산책로의 부드러운 느낌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의 오름 지대는 화산쇄설물인 송이(Scoria)라는 토양대를 갖추고 있다. 화산폭발 당시의 엄청난 열에 흙이 발갛게 익어 붉은 기운을 띤다. 비자림 산책로에는 원적외선을 방출한다는 콩알 만한 입자의 송이를 죽 깔아 두었다. 때문에 비자잎과 송이가 어우러져 푹신한 듯, 자글자글 발끝에 전해오는 기분이 색다르다. 비자림의 진수는 최고령목인 수령 800년 넘은 새천년비자나무. 높이 14m, 둘레 15m로 어린이 6명이 팔을 벌려야 에워쌀 수 있다.

      비자나무는 예로부터 최고급 바둑판, 관 등을 짜는 데 사용 되어 온 고급 목재다. 또 열매는 구충제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성인병 예방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일제 강점기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남벌을 자행하던 일본군이 구충제를 얻기 위해 제주 비자림 만큼은 보호하고 나서는 아이러니를 겪기도 했다.

      제주 비자나무숲은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비자나무 말고도 열매를 빻아서 물고기를 잡았다던 때죽나무, 사약으로 쓰인 천남성 등 130여종의 나무와 양하, 콩자개란, 풍란, 새우란 등 150여 종의 각종 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즈음은 때죽나무 하얀꽃이 군데군데 떨어져 숲길을 화사하게 꾸며주고 있다.

      또 비자림 속에 들어서면 귀마저도 즐거워진다. 청량한 숲 속엔 맑은 꾀꼬리 노랫소리와 함께 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부성주 비자림 문화관광해설가(47)는 "오랜 세월, 특히 제주에 불어 닥친 태풍 속에 섞여 온 각종 생물들이 비자림에 정착해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며 "국내외 생태학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연구의 보고"라고 말했다.

      비자림 주변에는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등 기생화산이 산재해 있어 오름 기행과 연계 나들이도 가능하다.

      ◇ 가는 길
      제주공항~제주시내 12번 국도~구좌읍 평대리 1112번 지방도 우회전~비자림.

    • ▲ 3. 비자나무 새순
    • ▲ 4. 아부오름

    • 방풍목적 심은 삼나무 숲길 휴식공간 변신
      완만한 오름 정상에선 일출봉-바다 한눈에


      운치 있는 산책길 '절물휴양림'=제주시 봉개동의 절물 오름에 위치한 절물 자연휴양림 또한 제주의 대표 숲 중 하나다. 아름드리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길 산책이 압권이다. 한라산 오른편 중턱에 자리한 절물휴양림은 찾아가는 길조차 아름답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이어지는 11번 도로를 타고가다 1112번 도로로 이어지는 길에 들어서면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삼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차창을 열고 하늘을 찌를 듯 도열해 있는 삼나무 길로 접어들면 머릿속까지 다 상쾌해지고, 유연하게 굽은 숲길에선 기분 좋은 이끌림이 느껴진다.

      이처럼 범상치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길들을 지나면 비로소 절물휴양림에 들어설 수 있다.

      본래 '절물'은 '절의 물'이라 하여 사찰에서 이용했던 샘을 이른다. 휴양림은 이 샘을 끼고 있는 절물오름 앞 광장부분이다. 특히 약수가 유명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폭포, 연못, 잔디광장, 놀이-숙박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호젓한 가족나들이 코스로 삼을 법하다.

      절물 휴양림은 40년 이상 된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삼림욕을 겸한 산책코스로 그만이다.

      본래 바람 많은 제주에서 감귤나무 등을 보호하기 위해 방풍림 목적으로 심었던 속성수 삼나무가 이제는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경우다.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자갈길과 통나무 길을 오르다 보면 작은 연못을 만나게 된다. 그리 크지 않은 타원형의 연못 가득 홍련과 백련이 피어 있다.

      연못을 지나 약수터가 나서고 절물 오름에 이르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벚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등이 해발 650m 절물오름 정상까지 이어진다. 정상까지 800여m에 불과한 데다 경사도 심하지 않다. 맑은 날이면 정상에서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 그리고 제주 앞 바다를 내다 볼 수 있다.

      ◇ 가는 길
      제주공항~제주시내~11번국도 서귀포 방면~비자림 입구 삼거리(1112번 지방도)~명도암 입구 삼거리 좌회전~절물자연휴양림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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