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44세 미혼 여성들이 ‘연상녀·연하남 결혼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8일 본지 조사 결과 35~44세 나이의 미혼 여성 10명 중 3.5명이 ‘오빠’남편 대신 ‘누나’아내가 되기를 선택한다는 결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진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맞추고 사느니 내가 고르겠다”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여성들이 연하남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력 등의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35~44세의 전체 인구 중 미혼 남성은 55만명, 미혼 여성은 23만명이다. 남성이 훨씬 많아 언뜻 여성들이 결혼하기 어렵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이혼이 급증하면서 이 연령대의 이혼녀들이 22만명에 육박하는 바람에 결혼 상대 구하기 ‘경쟁’은 만만치 않다.
이런 현실 탓인지 대부분 직장 등을 가져 남편의 경제력에 의지할 필요가 없는 35~44세 사이 미혼 여성들은 나이에 구애되지 않고, 원하는 남성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연하 남성과의 결혼이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 이화여대 여성학과 이재경 교수는 “아무래도 여성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는 것은 젊은 남성일수록 유연하다”고 말했다. 연하의 남성들도 자신보다 먼저 사회활동을 시작해 자리를 잡은 여성들이 세련되고, 보수도 많은 점을 들어 거부감이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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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이들 여성들은 고학력 전문직들이 많아 그 연령대에 자신과 걸맞은 상대 남성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연령대의 전체 여성 숫자는 고졸자가 대졸자보다 약 1.5배 많지만 미혼 여성은 오히려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약간 많은 실정이다. 남성들은 고졸 이하가 전체 미혼자 중 70%를 차지한다.
세 번째로는 요즘 여성들이 외모를 잘 가꿔 연하 남성과의 나이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데다 TV 드라마 등을 통해 연하 남자들이 연상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는 최지민(가명·37)씨는 “내 또래의 남자들과 맞선도 많이 봤지만 남자 쪽에서 이것저것 따지는 바람에 상처만 받았다”며 “지금은 아예 연하 남성 중에서 키가 크고 성숙해 보이거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꽃미남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정보회사 관계자들은 “요즘 여자 쪽이 나이가 많은 것에 거부감이 적은 사회적 트렌드가 있어 1~2살 어린 연하남을 찾는 여성이나 1~2살 많은 연상녀도 좋다는 남성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그래도 현실적 이유는 무시못해”
반면 35∼44세 여성들 가운데 결혼 경험이 있는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6년에 결혼한 35∼44세 여성 10명 중 2명은 결혼 경험이 있는 남성과 결혼했다. 특히 이들은 5살 이상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43%)가 가장 많았다. 자신이 평소에 꿈꿔오던 이상적인 결혼을 못할 바에는 철저히 현실적으로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보고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 결혼 정보회사 관계자는 “남성의 경제력만 확실하다면 자기 아이를 낳는 대신 남편의 자식을 키우겠다는 여성도 심심치 않게 본다”고 말했다. 이혼경험이 있는 남편(42·사업)과 작년 봄 결혼한 최미희(38)씨는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친구들도 불행해지는 걸 수없이 봤다”며 “친정이 어려운 편이라 남편의 경제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 35~44세의 미혼 여성들은 10명 중 3.5명꼴로 연하 남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크게 향상된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 연령대 미혼여성들은 1990년 5만명에서 작년에는 23만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이 연령대 미혼여성들 중 이혼했거나 부인과 사별한 남성들의 재혼상대가 되는 경우는 10명 중 2.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본지가 8일 통계청의 ‘2006년 혼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에 35~44세 여성 1만1009명 중 자신보다 어린 남성(초혼 혹은 재혼 남성)과 맺어진 경우는 34.8%인 383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여성 가운데 연하남과 결혼한 비율(12.9%)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3살 어린 행정공무원과 작년에 결혼한 이지연(가명·36·교사)씨는 “연상의 남자들 중 괜찮은 사람은 거의 결혼을 했거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내가 돈을 버니까 나이가 어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남편은 출신대학이 그보다 떨어지고 수입도 다소 적지만, 행동이 의젓한 ‘오빠 같은 동생’이라고 이씨는 말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다섯 살 어린 회사원과 작년 말 결혼한 박혜정(가명·37·패션디자이너)씨도 “내가 사귀었던 또래나 연상의 남자들은 내 생활 패턴이나 스타일에 일일이 참견하고 간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린 남성들은 오히려 나를 잘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연하 남성과 맺어진 비율은 35세 여성이 31.6%, 39세 37.7%, 43세 43.3% 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하의 남성들도 연상의 여성과 맺어지는 것에 적극적이다.
조남훈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센터 소장은 “30대 후반의 여성들이 연하의 남자와 결혼이 늘어나는 것은 일에 주력해온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남편감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제주남·여 10명중 8~9명, 도내 사람끼리 결혼
- 전국적으로 타지 사람과 결혼하는 비율이 낮은 지역은 어디일까. 답은 제주도이다. 제주도 남성·여성은 10명 중 8~9명이 도내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본지가 통계청의 2006년 혼인신고 자료에 나타난 33만2752명의 전국 신랑·신부 주민등록지를 분석한 결과, 제주도 남성들은 91%가, 여성들은 87%가 같은 도내 출신 배우자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바다로 육지와 격리되어 있어 이같이 폐쇄적인 결혼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신랑·신부가 각 시·군·구에 혼인 신고를 하면서 기재한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집계됐다.
- 반면 결혼에 있어 지역적 폐쇄성의 정도가 낮은 곳은 충청남도였다. 작년에 결혼한 충청남도 남성의 68%는 상대 여성을 도내에서 찾았다. 같은 시·도 출신 여성과 결혼한 전국 평균비율(75%)보다도 훨씬 낮은 셈이다. 외지출신의 신부가 32%나 됐다는 얘기이다.
또한 전국적으로는 인구가 많은 서울·경기 지역출신의 여성들이 타 시·도로 시집을 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충남지역에는 경기, 서울 출신 신부가 가장 많았다. 부산의 경우 경남 출신 여성들이 가장 많이 시집을 갔지만 이어 서울, 경기출신들이 많았다. 광주에도 전남 출신에 이어 서울 출신 여성들이 시집을 많이 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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