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빗나간 변강쇠의 꿈, 정력제의 진실
`당신을 변강쇠로 만들어 드립니다.`
`하룻밤에 열두 번도 거뜬합니다.`
출근해서 엄청나게 쌓여 있는 스팸 메일을 정리하다 보면 대부분이 정력제 선전이다. 호기심이 인다. 정력이 세진다는데 혹하지 않을 한국 남자는 별로 없다.
메일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여기저기에 유혹 광고가, 길거리 곳곳엔 정력제 전단지가 나부낀다. 정말 그 약을 먹으면 잠자리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걸까? 정력제의 진실을 파헤쳐 봤다.
■샤워하고 나면 바로 준비됩니다
한국 남자들은 유달리 정력에 관심이 많다. 해외에서 곰 쓸개나 코브라를 불법으로 먹다 망신당하는 뉴스가 심심찮게 TV에 등장한다. 그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별 잠자리 횟수를 조사한 통계를 보면 거의 꼴찌 수준을 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유흥업소에서 단골손님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는 비아그라 챙겨 주기다. "손님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하며 건네주는 알약을 받아 들고 2차를 나서는 남자들의 얼굴에 응큼한 웃음이 번진다. 시중에 판매되는 정력제의 대부분은 사실 발기부전 치료제다. 식약청에서 정식 허가가 난 발기부전 치료제는 비아그라·레비트라·씨알리스·야일라·자이데나·엠빅스가 있다.
비아그라가 가장 많이 알려졌는데 원래 심장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혈관을 확장해 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음경에 유입되는 혈액의 양을 조절해서 발기를 도와준다.
■동물 교미약 잘못 먹다간 큰일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받아야 한다. 발기부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심인성인 경우도 있지만 전립선이나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엔 해당 장기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무연 아담스클리닉 원장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생각보다는 부작용이 적다. 문제는 불법 유통되는 것들인데 인터넷에 유통되는 것의 99%는 가짜다. 거기에 중금속이 있을지 더 나쁜 성분이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당장은 나타나지 않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중금속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라고 밝힌다. 친구들끼리 야한 이야기를 하다가 언급하는 동물 교미약에는 성적 흥분제도 들어 있지만 교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추성 흥분제가 포함돼 있다. 과다 복용하면 인체에 큰 해가 올 수도 있다.
■처음에는 화끈화끈 좋았는데 … "처음에는 화끈화끈 흥분도 잘되고 좋았다. 그런데 요즘엔 눈이 충혈되고 발기되는 것도 약해졌다. 하나로는 효과가 없어 두 개까지도 먹어 봤는데 피가 머리 위로 쏠리는 느낌이 들어 무서웠다. 안 먹으면 잘 안된다. 약에 의존해야만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우울증까지 생겼다." 불법 발기부전 치료제 부작용 환자의 고백이다. "정력이란 성기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는 근본적 힘을 말한다. 오장육부 중 신장 기능과 가장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오미자·구기자 등으로 기능을 개선시키면 효과가 있다." 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의 충고다.
■점조직 유통망: 추적 힘들어 불법 비아그라 유통망은 점조직으로 되어 있다. 택배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유통망 자체를 파악할 수가 없다. "대포폰을 쓰기 때문에 추적도 안되고 퀵서비스로 현금 거래를 하기 때문에 공급자를 찾아내기 힘들다." 윤순옥 대구 성서경찰서 계장의 설명이다. 공급이 차단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이윤 때문이다. 보통 870원에 한 알을 사들여서 만원 이상에 판매한다. 동대문 등에선 불법 중국제 비아그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중국 제품은 로얄티를 안 주고 만들기 때문에 값이 싼 거예요. 부작용? 걱정할 것 없어요. 시간 지나면 괜찮아요." 판매상들의 호언장담을 믿고 불법 발기부전 치료제를 함부로 복용하다가는 몸이 크게 망가질 수 있다.
●제작 후기
"이제 약 없이는 잠자리 생각 못해요"
전화 한 통화면 내 앞으로 정력제가 배달된다? 인터넷엔 수많은 정력제 광고들이 떠돈다. 중국산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력제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광고였다. 하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 처방 하에 약국에서 구입해야 하는 엄연한 의약품이다. 우리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성인용품점·모텔·동대문 가판대·유흥업소 심지어는 한 지방의 몇몇 약국에서도 불법 약을 취급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곳 한 곳을 발로 뛰며 취재를 하는 내내 놀라웠던 사실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력제로 속여 파는 유통업자들 중 그 어떤 사람도 이런 불법 유통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약들로 인해 부작용을 겪고 있는 사람조차 자신이 불법 약을 구입·복용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2007년 9월 5일, 우리는 강남의 한 비뇨기과에서 30대 초반의 한 남자를 만났다. 그저 평범한 30대처럼 보이는 그는 다름 아닌 발기부전 치료제 중독자였다.
처음에 발기가 조금 안되는 것 같아 의사 처방 없이 한두 개 복용했던 것이 한 해 두 해 이어지면서 이제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아니면 부인과의 잠자리조차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 또한 자신이 먹었던 약들이 불법 약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파는 이도 사는 이도 편리함과 돈이라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 생긴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내 몸은 정말 소중한 것이다. 잠깐의 편의나 돈 몇 푼 때문에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에 맡기기에는 너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까? 발기부전 치료제가 정력제가 아닌 '해피 드러그'로서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게 되는 그날을 위해 발기부전 치료제의 모든 것을 '천일야화'가 낱낱이 공개한다. 김종탄 PD
김형빈 JES기자 [rjaejr@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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