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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구)세상사 이모저모

남성불임 자가진단

by 현상아 2008. 1. 22.

 


《결혼한 지 3년이 되도록 아이가 없는 A(33) 씨는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불임클리닉을 찾았다. 아내는 불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마치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의사는 뜻밖에도 A 씨에게 정액검사를 제의했다. 두 차례 검사를 끝낸 후 의사는 A 씨에게 “정자가 정상 수치보다 적고 운동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불임의 원인이 아내가 아닌 A 씨에게 있었던 것이다. 의사는 “생활습관을 바꾸면 자연임신을 할 수 있다”면서 “우선 담배부터 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남성부터 검사하라

결혼한 후 1년간 피임하지 않은 상태로 부부관계를 가졌는데 임신이 안 되면 의학적으로 불임 판정을 내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불임은 매년 15만 명씩 추가로 생겨날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불임은 남녀에게 절반씩 원인이 있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정자 수가 줄고 운동성이 떨어지는 등 남성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A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에게 1차 책임을 묻는 경향이 강하다. 원인이 발견되는 시간이 늦어지는 만큼 임신은 더 어려워진다. 남편부터 또는 부부가 함께 불임클리닉을 찾는 것이 좋다.

여성의 불임 검사는 복잡하고 비싸지만 남성은 간단한 정액검사만으로 75% 정도는 원인을 알 수 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보통 2회 이상 정액검사를 실시하며 정자가 없거나 너무 적을 경우 영상의학검사, 내분비검사, 고환조직검사, 염색체 검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불임으로 판명되면 우선 생활습관을 고쳐 자연임신을 유도하며 그래도 임신이 안 되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많이 한다.

○남성도 ‘남성’을 관리하라


불임클리닉의 의료진이 환자에게서 채취한 정액 속 정자의 수와 활동량 등을 관찰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자신의 ‘남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그만큼 불임 예방이 가능하다.

정자를 만들어내는 고환은 체온보다 4도 정도 낮아야 정자 생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고환에 잔주름이 많은 이유도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주름이 많으면 표면적이 넓어짐으로써 땀을 많이 흘리게 해 결과적으로 온도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불임이 우려된다면 고환의 온도를 낮춰야 한다. 삼각팬티 대신 트렁크 팬티를 입고 아주 춥지 않다면 내복도 피하는 게 좋다. 사우나에서는 열탕을 가급적 피하되 만약 열탕을 이용했다면 그 후에는 반드시 찬물로 고환을 씻어줘야 한다. 오랜 시간 다리를 꼬고 앉아 있거나 열 감기에 자주 걸려 체온이 올라갈 때도 정자 생산력이 떨어진다.

고환에서 정자의 모세포인 ‘정조세포’가 성숙된 정자로 자라는 데는 64∼70일이 걸린다. 따라서 임신에 성공하려면 미리 부부관계 계획을 세우고 최소한 3개월 이전부터 ‘남성’ 관리를 해야 한다. 이 기간에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을 멀리하면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

○불임 유발 습관을 고쳐라

흡연과 과음은 남성 불임을 유발한다.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 정자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불임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미국에서 157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심리테스트와 정액검사를 한 결과 가족을 잃는 등 스트레스가 클수록 정자의 운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남성이 여성 화장품을 쓰는 것도 좋지 않다. 여성용 미백화장품에는 아주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스테로이드성 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장기적으로 여성 화장품을 사용하면 정자가 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만도 남성 불임의 원인이다. 특히 고환과 연결된 혈관이 팽창하는 선천적 질병인 ‘정계정맥류’를 가진 남성이 비만일 때 불임 가능성은 높아진다.



(도움말=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정훈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체외수정클리닉 교수)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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