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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사랑과 진실

매니저에게만 털어놓는 남자들의 속마음

by 현상아 2008. 3. 7.

첫만남에서 너무 편안하고 즐거웠는데, 1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요.”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다음에 영화나 볼까요?” 라며 기약 없는 약속까지 해놓고 오리무중 꼬리를 감추는 남자들이 있다. 더구나 몇 차례 만남을 갖고 나서 “가끔 안부나 물으며 지내요.” 라며 따뜻하게 설레던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 남자들도 있다.

이런 남자들의 진짜 속내는 뭘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대로 필이 꽂히지 않아서다. 그럼 그냥 깔끔하게 별 관심 없음을 표명해도 좋으련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는 매우 친절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친절이 지나쳐서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까지 한다.

 


 

“어제 만남 어떠셨어요?” 라는 질문에 “글쎄요. 별 느낌 없었어요.” “그분 원래 그렇게 말이 없으세요? 혼자 떠드느라 애먹었습니다.” “욕먹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다음엔 더 좋은 분 소개해주세요.” 이런 정도로 말하고 마는 것은 그나마 내 스타일이 아니니 다음엔 더 적합한 분을 소개해 달라는 표현이며, 그래도 미팅 당시 최선을 다했다고 어필하는 내용이다. 이런 경우 친절이 살짝 지나쳐서 여성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맞선 초반에 누구나 한번씩은 경험할 수 있는 일로 크게 실망할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여성이 자존심을 살짝 접고 적극성만 지닌다면 다음만남으로 연결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남자들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분별하여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필요도 있다. 남자가 이 여자다 싶을 경우 아무리 소심한 남자더라도 대범하고 적극적으로 변하기 마련인데 첫만남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절대 “다음에 영화나 볼까요?” 라는 부정확한 표현을 하지 않는 법이다. “다음주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라며 구체적인 약속을 하려 들 것이며, 상대로부터 “잘 모르겠는데요” 라는 답변이 돌아와도 “그럼 제가 시간 봐서 월요일에 연락드릴께요.”라고 못을 박을 것이다.


 

이 얘기는 매니저님만 알고 계세요!


 

그런데 다음과 같은 표현이 덧붙인 다면 상황은 다르다. “아 그리고이 얘기는 매니저님만 알고 계세요.” “그분 말씀 하실 때마다 좋지 않은 입 냄새가 나서 힘들었어요.” “매니저님, 제 키 별로 안 큰 거 아시잖아요. 여자분이 키가 170은 훨씬 넘어 보이는데 하이힐을 신고 나오셨더군요.” “매니저님, 제가 원래 장미향을 정말 싫어하는데, 그분 향수 냄새 때문에 정말 실내에 앉아 있기가 힘들었어요. 전 여자들한테 비누 향이나 샴푸냄새가 나는 게 좋아요.” 라며 명확하게 상대 여성의 단점을 집고 들어갈 때는 여성이 아무리 그 남성을 다시 보고 싶다고 요청을 해와도 다음만남으로 연결해 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여성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어렵더라도 현재 그 여성이 어떤 사유로 남성에게 거절 당했는지를 정확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달해주는 일 또한 매니저의 업무다.


 

내가 관리하는 회원 중에 키가 178센티인 여의사가 있었다. 모델이나 농구선수라면 몰라도 배우자를 찾는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남성의 작은 키가 소개의 장애가 되는 것처럼 여성의 큰 키 또한 적지 않은 장애가 된다. 여성은 본인 키에 대한 핸디캡 때문인지 남성이 전문직이 아니어도 좋고 키가 작아도 상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눠보니 품성 또한 밝고 배려심 있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소개를 진행하다 보니 남성의 심리상 본인보다 직업도 좋고 키까지 큰 여성을 감당할 남자가 흔치 않았다. “매니저님, 저 기 죽일 일 있으세요?” 만나기도 전에 번번이 거절당하기를 수 차례, 여성에게 솔직한 상황을 전달하고 오히려 당당하게 더 큰 남자를 만나보길 권했다. 그녀는 지금 몇 번의 시도 끝에 키 186센티 잘생기고 호탕한 치과의사와 열애 중이다. 물론 첫만남을 성사 시키기 위해 그녀의 키를 4센티 줄였고, 바닥에 딱 붙는 납작한 신발을 신으라고 권했었다.


 

매니저에게만 털어놓는 속내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종종 선의의 거짓말도 하게 됨을 고백해 본다. 그것이 좋은 인연이 엇갈리지 않게 하기 위한 나름의 비책이므로 이 자리를 빌어 양해를 구한다.



 커플매니저 조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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