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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사랑과 진실

코가 즐거우면...즐겁다...

by 현상아 2008. 3. 7.

가만히 생각을 더듬어보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낯선 음식에 끌리고 있다고 치자. 어우, 이거 참 먹음직스럽겠는걸? 그렇다면 무엇이 이 낯선 음식이 맛있겠다는 생각을 당신에게 가져다주었는가.

“맛있어 보여서.” 정답이다. 그리고 또? 그렇다. 기름진 냄새가 코를 자극해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냄새. 조금 고상하게 표현해서 향기는, 인간의 행동과 판단에 매우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성한 것인가 상한 것인가, 이로운 것인가 해로운 것인가,
그리하여 하고 싶은 것인가 그냥 그런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바로 냄새를 통해 뇌로 전달되어, 판단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섹스에 있어서 냄새, 아니 좀 더 고상하게 향기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외국의 한 조사 결과만 살펴보아도 향기와 섹스의 관계는 아주 간단하게 설명된다.

영국에서 789명을 대상으로 육체적인 조건 이외에 어떤 성적 매력에 이끌리는가라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무려 71%가 상대방에게서 나는 향기를 으뜸으로 꼽았다. 차림새는 17%, 머리 모양이 8%. 매너 따위는 아예 리스트에서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향기는 도대체 어떻게 섹스에 작용하는가.
인간의 코가 구별할 수 있는 냄새의 종류는 무려 4천여 가지. 그 가운데 어떤 냄새들은 동물의 페르몬처럼 성 감각을 자극시켜 이성의 욕구를 생생하게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후각적인 신호가 뇌로 전달될 때, 뇌는 특정한 향기와 관련 있는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고. 다양한 방법으로, 향수야말로 섹스의 가장 훌륭한 도구인 것이다.

감미로운 향기가 성적 흥분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향수의 역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쾌락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던 인류는 수천 년이 넘도록 향수 개발에 목매달아왔다. 고대 이집트에서 향수는 아예 코로 흡입하는 최음제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의 향수는 대놓고 여성과 섹스, 향이라는 삼각관계에 따라 개발되었다가 오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적 쾌락의 극대화를 위한 인류의 고전인 <카마수트라>에도 향기와 섹스의 관계에 대한 고대 인도인들의 깊이 있는 연구가 엿보인다.

카마수트라에 따르면 양귀비나 재스민 꽃에서 엑기스를 추출해 불에 데운 뒤 여성의 은밀한 부위에 직접 바르면 성관계 중에도 강한 냄새 대신 은은한 향기가 풍겨 서로의 교감을 더욱 잘 나눌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우리나라라고 예외였을까.

조선 사대부 가문의 여인에게 가장 기쁜 선물은 금은보배가 아니라 사향이었다고 한다.
사향, 그러니까 노루의 배꼽. 번식기의 암컷 사향에서 방출되는 향은 수컷들을 자극해 힘겨루기를 유도하는데, 그것을 몸에 바르면 사대부 규수의 체통도 지키면서 남편의 사랑도 알아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냄새를 어떤 식으로 실전 섹스에 연결시킬 것인가. 먼저 아주 노골적으로 조금 더 강렬하고 잦은 섹스를 원한다면 주저할 것 없이 페르몬향수를 사용해볼 것을 권한다. 아주 조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페로몬. 냄새로 퍼져 극미량만으로도 섹스 파트너를 유혹하는 분비물.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이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에 따르면, 페르몬이 들어간 향수를 사용할 경우,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무려 74%나 성적 행동이 평소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보고 결과가 있다.

다만 페르몬 향수를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미리 알아야 할 점은 현재 시판되는 페르몬 성분은 대부분이 돼지나 사향에서 분리해낸 페르몬이라는 사실. 많은 과학자들이 사람한테도 페로몬이 있는지 몸을 샅샅이 뒤져 탐색하고 있지만 아직 사람의 몸에서는 확실히 페로몬이라고 볼 만한 물질을 찾아내지 못했다.

굳이 페르몬 향수를쓰지않더라도 ‘페르몬 효과’만으로 더욱 끈끈한 관계를 기대할 수도 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운동으로 적당히 흘린 땀 냄새가 상대방에게 좋은 감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땀 냄새를 6시간 동안 맡은 여성들은 실험을 하기 전보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많이 풀린다는 결과가 있다.
즉 함께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는 것은 몸도 건강해지고 강한 성적 자극도 불러일으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섹스를 할 때마다 계속 같은 향수를 쓰는 것은 나중에 서로가 시들해졌을 때를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미 언급했거니와 후각적인 신호가 뇌로 전달될 때, 뇌는 특정한 향기와 관련 있는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즉 아무리 후각에 민감한 타입이 아니라 하더라도 섹스를 할 때마다 같은 향수로 자극을 주면 결국에 반응을 하게 마련. 나중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더라도 그 향수 냄새만 맡으면 알아서 몸이 움직이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 밖에 아로마를 이용해 함께 목욕을 하는 것도 좋은 섹스를 위한 방법이다. 흔히 레몬이나 오렌지 향은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며, 재스민이나 장미 향은 최음 성분이 있어 성적 쾌감을 증진시켜 준다. 그 외에 일랑일랑이나 샌달 우드 역시 성욕과 성적 흥분 정도를 높여주는 좋은 재료다.

섹스란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자극으로 만들어내는 즐거움의 결정체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얼마만큼 욕망을 일깨우느냐에 따라 그 즐거움의 깊이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뜻이다.

후각. 그것은 분명 인간의 감각을 일깨우는 가장 훌륭한 무기이며 도구다. 코가 즐거우면, 아니 코가 즐거워야 섹스가 즐거워지는 이유다.

일러스트|장원선 글|김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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