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샷!”
지난 2월 28일 서울 도곡동의 한 스크린 골프장. 인근 아파트 단지 주부 3명이 한 팀을 이뤄 골프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미국의 페블비치 골프장이 비쳐지고 있었다. 손님의 선택에 따라 전세계 48개 유명 골프장 중 하나가 스크린에 뜬다.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치면 스크린 주변에 설치된 적외선 센서가 스윙, 클럽 각도, 공 속도 등을 측정해 실제와 흡사하게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낮에는 주부들이, 저녁에는 넥타이를 푼 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기존 실내 골프 연습장과 달리 스크린을 중심으로 삼면이 막혀 있는 골프룸이 7개 있다.
▲ / 일러스트 이경국
일산·분당 등엔 ‘스크린 골프 거리’
이런 골프 연습장을 일명 ‘골프방’이라고 부른다. 최근 그 수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2000곳 이상이 운영되고 있고 서울에만 1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일산 장항동이나 분당 서현동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엔 ‘스크린 골프 거리’도 생겼다. 한 블록에 5~6개의 골프방이 몰려 있다.
스크린 골프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기계는 ‘골프 시뮬레이터(golf simulator)’라고 한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레슨용으로 개발됐다. 우리나라에는 2001년 소개돼 대형 골프 연습장을 중심으로 1~2대씩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스크린 골프만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골프방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스크린 골프 기계 전문업체 ‘골프존’에 따르면 작년까지 설치된 기계는 약 4500대 정도. 그중 작년에만 2500여대가 설치됐다. 골프존 관계자는 “지난 5년간 해마다 2배 이상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값싸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용료는 라운드당 1인 2만5000원 내외. 야외 골프장에 나가려면 예약(부킹)이 어렵고 비용도 1인당 20만~30만원은 드는 데 비해 스크린 골프방은 예약이 쉽고 가격 또한 싸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다는 윤용환(50)씨는 “이용 시간은 라운드당 3~4시간 정도로 필드에 나가는 것과 비슷한데도 값은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날씨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골프 매니아를 유혹한다. 국내외 유명 골프 코스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 다양한 코스를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나 용인의 남부CC 등 국내외 ‘명품 코스’도 회원권 없이 즐길 수 있다. 최모(49)씨는 “직접 가보지 않아도 실제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골프 인구가 증가 추세에 있지만 골프장 수는 여전히 부족한 것도 스크린 골프방 열풍의 이유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의 내장객 수는 재작년 1962만명으로 7년 전보다 거의 2배나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 260여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중화되는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골프 연습기계 시장도 한국이 제패
국내에서 스크린 골프장이 인기를 끌면서 세계 스크린 골프 연습 기계 시장 역시 한국이 제패했다. 업계는 2006년 세계 시장의 70% 가량을 국내 기업이 점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6년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100대였는데 90% 이상이 국내 개발 업체의 제품이었다. 세계적 골프 시뮬레이터 회사인 풀스윙, 어바웃골프 등도 전세계 판매량이 연간 500~600대 수준이다. 스크린 골프 시장의 주도 세력이 미국 등 서구에서 한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스크린 골프장이 인기를 끌면서 스크린을 이용한 골프 대회도 열렸다. 골프존 라이브 토너먼트 등 1000만원 이상의 상금이 걸려있는 전국 규모의 스크린 골프 대회가 매달 열린다. 스크린 골프계의 ‘박세리’라는 별명을 가진 주부 손미례(43)씨는 아예 대회 참여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손씨는 “2006년 9월부터 현재까지 3000만원 상당의 상금을 벌었다”고 말했다. 작년에만 3회 우승. 6월에는 보너스로 중국 여행을 하기도 했다. 손씨는 작년 10개의 대회에 참가해 3회 우승을 한 놀라운 실력의 소유자다. 손씨는 “실제 핸디캡은 10 수준(기준타수보다 10타를 더 치는 실력)인데 스크린 골프에서는 평균 8언더(기준타수보다 8타를 덜 치는 실력)를 기록한다”고 말했다.
스크린 골프는 대형 유통업체의 마케팅에도 이용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골프숍 내에 스크린 골프장을 설치했다. 하루 평균 30명의 고객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백화점은 2007년 11월 스크린 골프를 이용한 ‘스윙 클리닉 센터’도 개장해 주부 골프 매니아 사이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장분석 보고서 제공업체 마인드브랜치아시아퍼시픽(MBAP)은 지난 1월 ‘2008년 10대 히트상품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스크린 골프장을 올해 히트 예감 상품으로 선정했다. 온라인 스크린 골프란 스크린 골프에 온라인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동일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크린 골프 기계 전문업체인 골프존 홍보팀 안영주 대리는 “골프장은 많지 않은데 골프 수요는 많은 만큼 스크린 골프 시장의 미래는 밝다”며 “앞으로 세계 스크린 골프 시장도 우리 한국 기업이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부터 양주까지 다 있어요”
그러나 스크린 골프장의 이러한 인기에 찬물을 끼얹는 탈법적 영업 행태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일부 스크린 골프장이 도우미를 동원하는 등 변칙 영업을 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 15일 24시간 문을 여는 서울 강남의 한 스크린 골프장. 오후 8시를 조금 넘기자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골프채를 휘두르는 회사원으로 가득 찼다. 이곳에는 두 개의 방과 바 옆에 설치된 방까지 모두 세 개의 스크린 골프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한 방에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회사원들은 음식을 배달해 먹으며 골프를 치고 있었고 또 다른 방에는 맥주 캔을 쌓아놓고 술파티가 한창이었다.
“술도 파냐”고 묻자 스크린 골프장 직원은 “그럼요. 맥주부터 양주까지 다 있어요. 메뉴판을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했다. 맥주는 6000원부터, 양주는 9만원부터 준비돼 있었다. 단란주점 정도의 가격이다. 안주도 직접 조리해 준다.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원하시면 도우미도 불러드려요. 가격은 1시간에 현금 3만원, 카드 3만5000원이고
오시기 전에 전화 주시면 돼요.”
방은 대부분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지만 “블라인드를 쳐 드릴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이 업소 직원은 “20만원이면 ‘2차’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장이 불법 성매매까지 주선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직은 단속·처벌 무풍지대
‘골프바’ ‘골프카페’ 란 이름으로 알려져 술을 마시며 골프를 칠 수 있는 변칙 스크린 골프장은 주로 서울 동대문, 강남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젊은 회사원들이 타깃이다. 이런 골프장 손님들의 도박 행태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타수당 10만원을 걸고 내기를 해 한 라운드에만 수백만원의 판돈이 오가기도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 강남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단속 결과 체육시설로 등록된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술을 파는 경우가 없었고 손님이 술을 갖고 와 마시는 곳은 있어 경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실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동대문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주류를 판매하거나 음주를 하는 것을 적발하더라도 처벌할 만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스크린 골프장은 체육시설업으로 분류돼 개업시 시군구청 체육담당 부서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단속, 처벌 기준이 없어 서울 강남 등 일부 룸살롱 등에서는 업소에 스크린 골프 기계를 설치해 놓고 간판만 스크린 골프장으로 다는 경우도 있다. 동대문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스크린 골프장은 현행 법규상 골프연습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따로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스크린 골프장과 같은 체육시설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말라는 규정도 없다”고 했다.
/ 이윤아 인턴기자·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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