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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TV프로 빼달라·비판 댓글 지워라·李발언 구설 덮어라

by 현상아 2008. 5. 19.

광우병 TV프로 빼달라·비판 댓글 지워라·李발언 구설 덮어라
[경향신문] 2008년 05월 19일(월) 오전 03:0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ㆍ靑 ‘투기의혹 보도’ 외압도 … “PD수첩 소송”엔 여론 역풍

 

이명박 정부가 비판언론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정부 출범 후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TV 프로그램과 기사에 대해 잇달아 결방·삭제를 요구하고, 무리한 비보도 요청도 서슴지 않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이 방송·언론사에 대해 무력으로 압박했다면 이번 정권은 전화 등의 통신수단을 이용해 손쉽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민심을 헤아리는 ‘통큰 정치’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기보다 민주사회 필수소통책인 언론을 권력의 힘으로 장악,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일방적 메시지만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 압력을 행사,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의 ‘지식채널e-17년 그후’가 당일 결방되는 사태를 야기했다.

 

EBS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이 EBS 감사팀에 전화를 건 후 EBS 차만순 부사장과 정모 제작본부장이 이를 압력으로 인식, 방송을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는 광우병 쇠고기 파문으로 네티즌들의 분노가 한창이던 지난 3일 오후 방통위 서기관이 온라인포털 다음에 전화를 걸어 이 대통령에 관한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방식처럼 전화 한 통화로 손쉽게 방송사와 업체를 압박했다.

 

결방된 ‘17년 그후’는 영국의 존 검머 농수산식품부장관이 자신의 딸과 함께 BBC 뉴스에 나와 “저도 아이들과 함께 쇠고기를 먹을 것이다”라며 안전성을 주장했지만 17년 후 장관 친구의 딸이 인간광우병으로 숨진 것을 목격한다는 내용이다. EBS 측은 “노조와 제작진이 항의해 하루 뒤인 15일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됐고, 16일에는 경영진이 노조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검역주권 포기 및 광우병 쇠고기 위험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에 대해 민·형사상의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해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4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시민행동(약칭 ‘미디어행동’)은 청와대 앞에서 “방송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책무인데도 어느 나라 정부인지 착각할 정도로 자국의 공영방송에 대해 소송압력을 행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이지고 있다”는 내용의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현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기사삭제 압력과 무리한 비보도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언론사이지만 사기업인 신문사에 대한 압박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다룬 기사를 빼달라고 압력을 행사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이 대변인이 가짜 농업경영계획서를 대리 제출해 농지를 취득했다’는 특종기사였다. 이에대해 이 대변인은 당시 “친한 친구 사이로 부탁한 것이다”라며 공무원으로서 공사(公私) 분별의식조차 찾아보기 힘든 해명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지난 2월 말에도 당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비서관의 논문표절 의혹 기사를 빼달라고 국민일보에 압력을 행사했다. 이 사건으로 국민일보는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함께 사퇴하는 진통을 겪었다. 민감하거나 불리한 내용에 대한 청와대의 비보도 요청도 남발되고 있다.

 

지난 3월 청와대의 비보도 요청에 따라 YTN ‘돌발영상’이 삭제된 데 이어 지난달 18일 “힐러리, 오바마가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것은 대선용이다”라고 했던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보도 요청이 이어졌다. 코리아타임즈의 김모 기자는 이 발언에 대한 비보도 요청을 폭로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정부를 성토했다.

 

<김정섭기자 lak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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