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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온병 임상실험’ / 홍성출

by 현상아 2008. 5. 21.

[한겨레]

미국 흑인들은 매독 임상실험을 당해 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수십년뒤 한국이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공헌상을 받을지 모른다.

포유동물의 세포막 단백질인 프리온은 여러모로 특이한 단백질이다.

프리온은 평소에는 알파 헬릭스 형태로 존재해 세포가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다가,

외부 자극으로 베타 쉬트 형태로 바뀌어 아밀로이드 섬유질화가 일어난다.

프리온이 특별한 이유는 한 종의 변형 프리온이 다른 종의 프리온을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소의 변형 프리온을 섭취해도 인체의 정상 프리온이 변형 프리온으로 바뀐다.

 

프리온이 변형되어 발생하는 질병을 프리온병이라고 하는데,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광우병이 가장 잘 알려진 프리온병이다.

인간에게 문제가 되는 프리온병은 인간 광우병이라고 불리는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솜니아, 쿠루 등과 같은 질병도 있다.

아밀로이드 섬유질화된 변형 프리온은 신경세포에 대한 독성이 있어 이들 프리온병은 모두 퇴행성 신경계 질병으로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뇌 조직에서 아밀로이드 섬유질화 현상이 관찰되는 또다른 질병이 알츠하이머형 치매다.

물론 인간 광우병의 경우 두뇌 조직을 해부해서 보면 스펀지처럼 구멍이 나 있어

조직학적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인간 광우병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 광우병의 경우 스펀지처럼 구멍이 나는 경우는 질병의 말기에나 관찰할 수 있고,

초기나 중기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프리온병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 상당수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변형 프리온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는 유달리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많아 85살 이상의 노년층의 경우 인구 절반 이상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렸을 정도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대표적인 복합형질 질병이어서 병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2∼3%에 불과하다.

 

20세기 미국에서는 흑인들에게 매독균을 주사해 매독에 대한 임상연구를 대규모로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흑인들은 자신의 몸에 어떻게 매독균이 들어온 줄도 모른 채 매독의 고통에 신음했다.

그들은 다만 병원에서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준다는 말에 순진하게 속은 죄밖에 없다.

이처럼 끔찍한 일이 설마 현대 문명국에서 발생했을까 싶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흑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매독 임상실험이 미국 정부 묵인 아래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7년 흑인을 대상으로 한 매독 임상실험 문제를 인정하고 흑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한 적이 있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하다.

이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이 광우병 위험도가 높은 쇠고기를 먹으면 프리온병에 대한 병인 기전과정을 밝히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임상실험은 없을 것이다.

또한 프리온병과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한 답도 확실하게 내려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유달리 사골로 만든 육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대규모 임상실험에 더욱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흑인들은 매독 임상실험으로 인류 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인류의 의학 발전에 공헌한 대가를 너무도 혹독하게 치렀고, 현재도 계속 치르는 중이다.

아직도 미국 흑인들은 백인에 비해 매독균 보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흑인 청소년의 매독 보균율이 48%에 이를 정도다.

수십 년 뒤 대한민국 국민들이 프리온병 임상연구로 의학에 대한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미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회사의 공치사를 받을 요량이 아니면,

미국 사회에서조차 금기된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의 뼈까지 수입해서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홍성출/전북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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