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중에는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해 절세이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소득세 회피를 위해 차명계좌를 악용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5세 이상의 이혼 건수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의 이혼도 전체 이혼 중에서 20% 정도나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고 자녀 때문에 참고 있다가 다 자란 후 이혼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황혼이혼의 이유 중 양도세와 종부세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한 절세이혼이 적지 않다. 예전에는 채무를 갚지 못해 이혼이 악용된 사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가짜 이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혼도 최후의 세테크 수단이 된 셈이다.
황혼이혼을 통한 씁쓸한 세금 회피
현재 양도세 및 종부세는 인별 과세가 아니라 세대별로 과세되고 있다. 예를 들어 1가구가 2주택을 보유하다 처분하는 경우 양도차익의 50%로 과세되고 있어 세 부담이 크다. 이를 피하기 위해 서류상 이혼을 통해 각각 1주택으로 만든 후 비과세로 주택을 처분하는 것이다. 또한 종부세도 주택과 나대지의 경우, 세대별 합산과세하므로 이혼을 통해 세대를 나누면 종부세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필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현재 서울에 2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집값이 많이 올라 시세로는 약 20억원 정도 된다고 했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 모두 20년 이상 장기 보유해 왔다고 했다. 이제 현업에서 은퇴해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므로 2채 중 1채를 처분해 여생을 보내려고 계획했는데, 양도세가 너무 많아 아내와 상의 끝에 서류상 이혼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었다. 즉, 1가구2주택인 부부가 위장이혼하면서 재산 분할을 통해 집을 한 채씩 나눠 가지면, 이혼과 동시에 세대분리가 되므로 각각 1세대1주택씩이 돼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고 1채를 매도할 수 있는 것이다.
20년 이상 보유했던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세금만 약 3억원 정도를 내려고 하니 밤잠이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일면 이해가 되지만, 세금을 위해 그동안 해로했던 부부가 서류상으로라도 이혼을 해야 한다는 현실에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위장이혼이 적발될 경우 차후 과세관청으로부터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는 위험은 있다. 최근에는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법적으로 이혼했다가 동거한 사실이 적발돼 위장이혼에 해당해 세금을 추징당한 경우들이 종종 있다.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A씨도 다주택자인 남편과 협의이혼을 하면서 취득한 주택 1채를 양도한 뒤 관할 세무서에는 1세대1주택으로 비과세 신고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A씨가 이혼 후에도 남편과 같은 주소지에서 거주한 사실 등을 적발했고,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위장이혼으로 판단해 양도세를 과세했다. A씨는 이에 불복했지만 패소했다.
이러한 사례와 같이 양도세 및 종부세 회피를 위한 위장이혼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산세까지 물려 차후 과세당할 수 있지만 편법 사실을 밝혀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위장이혼을 통한 탈세가 적발되지 않더라도 잃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차명계좌도 소득세 탈루 수단으로 악용
최근 삼성특검을 통해 차명계좌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삼성은 차명계좌에 대해 원 소유주가 별다른 제재 없이 실명 전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서도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예는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의 근로소득자인 김씨가 연간 금융소득이 4500만원인 경우를 보자. 김씨는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초과했기 때문에 근로소득에 대해 연말정산을 했더라도, 다음해 5월에 근로소득 1억원과 금융소득 4500만원을 합친 1억4500만원에 대해 소득세를 별도로 신고해야 한다. 반면 김씨가 금융소득을 줄일 수 있어 그 다음해에 금융소득이 3500만원만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김씨의 금융소득이 4000만원에 미달했기 때문에 연봉1억원에 대해 연말정산한 것으로 신고의무가 종료돼 별도로 소득세를 신고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금융소득은 4000만원 초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자산가들은 연간 금융소득을 4000만원이 초과되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통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차명예금이다.
A씨는 20년간 운영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20억원을 은행에 예치하고, 매달 나오는 700만여원의 이자로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다. 별도의 소득이 없는 A씨는 이자로만 연간 8400만원 정도의 금융소득이 발생하지만, 이자소득이나 배당금이 4000만원을 초과하면 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는 빠져 있다. 아들 2명과 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에 5억원씩을 분산 예치, 본인의 연간 이자소득을 2500만원 정도로 줄였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1993년부터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차명예금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금융소득 4000만원을 넘기지 않기 위한 자산가들의 소득세 탈루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금융실명제는 무기명예금을 금지하고 있을 뿐 차명거래는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득 4000만원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차명예금을 사용하지만,혹시 자녀나 배우자 명의로 있는 차명예금에 대해 세무서에서 증여로 보지 않을까 하는 점을 걱정한다. 하지만 세무서에서 타인명의 계좌의 예금에 대해 증여로 세금을 과세하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증여가 아닌 차명예금이라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으면 증여세는 피할 수 있다. 물론 증여세는 피하더라도 실소유자가 명의분산을 통해서 누락했던 소득세는 추징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추징되는 사례는 주변에 찾아보기 힘든 상황.
따라서 자녀나 친인척 명의로 분산해서 예금을 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해가면서 증여세도 과세되기 힘든 점이 자산가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국세청이 차명계좌임을 확인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가능하지만, 국세청 확인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동산실명법과 마찬가지로 차명을 이용할 경우 과징금 등을 통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등기제도가 있는 부동산과 달리 꼬리표가 달려 있지 않은 금융자산에 대해 명의신탁을 제한하는 건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향후 차명예금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 이코노미플러스
황재규 신한은행 PB그룹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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