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겨레 상대 李대통령 민사소송 버젓이 참관
ㆍ직원이 판사에 부적절 전화 법정서 신분 들통
국가정보원 직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BBK 민사소송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판 진행상황을 묻는 등 재판에 관여하려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 국정원 직원은 기자를 사칭하며 재판을 지켜보려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재판장에게 신분이 발각됐다.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 대통령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 시작에 앞서 민사72단독 재판장 김균태 판사는 이례적으로 방청객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재판이 시작되고 10여분 뒤 안경을 쓴 30대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김 판사는 "지금 새로 들어오신 분은 누구시냐"고 물었다. 이 남성은 "기자"라고 답했다. 김 판사는 신분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고 이름을 확인한 뒤 이 남성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김 판사는 "나에게 지난번에 전화한 국정원 연락관 김○○가 아니냐"고 물은 뒤 "원고(대통령) 개인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난번 통화시) 전화번호를 물으니 바로 끊어버리지 않았느냐. 이 재판이 비공개 재판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당황한 남성은 재판장 앞 마이크에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김 판사에게 다가가 귀엣말로 "끝나고 연락드리겠다"고 말했으나 재판장은 "개인 사건이다. 따로 만나거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시 꾸짖었다.
김 판사는 이어 이 대통령 측 변호사에게도 "원고쪽 대리인도 (재판장이) 불필요한 전화를 받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재판장으로부터 주의를 들은 뒤에도 방청석으로 돌아와 재판을 끝까지 지켜봤다.
김 판사는 이날 공판이 열리기 며칠 전 자신을 "국정원 법원담당 직원 김○○"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재판 진행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묻다 김 판사가 불쾌감을 표시하며 전화번호를 묻자 통화 도중 끊어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 판사는 이 직원을 찾아내기 위해 일일이 방청객 신분을 확인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 때는 모르겠으나 근래 들어 국정원 직원이 일선 재판장을 상대로 재판 진행상황을 묻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일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한마디로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겨레'가 'BBK는 이명박 후보의 회사'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자 명예를 실추시키고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며 같은해 8월 50억원대의 손해배상액 중 5000만원을 우선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정원 측은 이에 대해 "판사에게 전화를 하고 재판을 참관한 것은 맞지만 재판에 영향을 끼치거나 관여할 의도는 없었다"며 "문제가 된 연락관은 법원 출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직원이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장은교·박영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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