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의료행위를 받기 전에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여러 가지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지식을 적절히 습득하고 이해해 실제에 활용할 수 있는 환자가 바로 똑똑한 환자다.자신의 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관심형 환자보다는 증상의 종류와 자신의 몸의 이상 상태 등을 의사에게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환자야말로 현명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미 관련 지식을 숙지하고 의사에게 한 가지라도 더 물어볼 수 있는 환자에게 의사는 진지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2005년 하버드의과대학 임상 치료 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식견, 판단력(진단력), 기술이 모두 뛰어난 명의(名醫) 4백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명의들은 자신의 증상에 대한 정확하고 단호한 질문을 할 줄 아는 환자(44%), 자신의 증상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환자(41%), 의료 시설이나 의료 기술에 대한 의심이나 불만을 표현하는 환자(11%) 등에게 더 정성껏 진료한다고 말했다. 또한 <퍼스넬 투데이(Personnel Today)>의 최근 조사 내용을 보면, 자신의 증상과 관련해 사전에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치료를 준비하는 환자의 완치율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무려 2.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똑똑한 환자, 준비된 환자만이 좋은 의사를 그리고 높은 완치율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몸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먼저 가까운 개인 의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조금 더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아야 종합병원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 보통이다. 의료기관은 일반적으로 병원(hospital)과 의원(clinic)으로 나뉜다. 이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침대 수이다. 입원 환자용 침대 수가 20개 이상인 의료기관을 병원이라 부르고, 그 이하인 경우를 의원이라 부른다. 큰 종합병원에서는 반나절 기다렸다가 고작 3분간 진찰받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가벼운 통증만 가지고는 좀처럼 방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초진료란 의사가 초기 환자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히 치료하고, 상황에 따라 전문의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평소에 무엇이든 상담할 수 있고,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아는 단골 의사 즉 주치의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주치의 선정은 근처의 개업의든 지역의 종합병원이든 상관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주치의로 여길 만큼 좋은 의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주위의 평판도 어느 정도 판단 기준이 되겠지만, 평소에 정보를 수집해 이 의사라면 괜찮겠다고 생각되는 의사를 만날 때까지 병원 리스트를 뽑아 병원 순례를 실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뢰할 수 있는 주치의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 먼저 친절해서 안심할 수 있을 것. * 환자의 호소를 친근하게 들어줄 것.* 진찰, 검사 결과를 알기 쉽게 상세히 설명해줄 것.*증상뿐 아니라 앞으로의 예측과 치료, 요양 방법 등을 가르쳐줄 것.*약의 내용과 작용, 부작용, 복용 방법 등을 정확히 일러줄 것.*식사와 수면, 안정, 일할 때의 주의점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상담에 응해줄 것.* 예전의 병에 대한 자료를 보관하고 잘 기억해줄 것.* 필요한 경우 곧바로 전문의나 전문 병원을 소개해줄 것.
종합병원이라 해도 일장일단이 있고, 개인의원에도 우수한 의사는 많다.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의료기관의 규모보다는 의사의 자세와 기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믿을 수 있는 의사와 믿지 못할 의사를 구분해내는 안목 역시 똑똑한 환자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의사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는 의사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환자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의사이다. 환자가 말을 꺼내기 전에 다음 설명을 계속하거나 꼬치꼬치 질문을 하면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짓는 의사는 실격이다. 또한 말투가 거칠거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말을 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병명을 분명하게 알리지 않는 의사 어떤 병이라고 진단했는지 분명하게 말하지 않거나 그 진단의 근거를 명혹하게 설명하지 않는 의사이다. 반대로 도무지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 왜 진단 결과가 불분명한지를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료를 할 것인지 이야기해주는 의사는 신뢰할 수 있다.
*검사 내용과 목적을 말하지 않는 의사 “어쨌든 검사해봅시다”라고 말하며 그 내용과 목적 왜 그 검사가 필요한지를 설명하지 않는 의사가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납득 진료를 무시하는 의사 병과 치료 방침에 관한 설명, 검사와 결과에 관한 상세한 보고, 부작용 설명 등을 하지 않는 의사이다. 또한 환자의 의견을 묻지 않고 강압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거나 치료비가 어느 정도 드는지 설명하지 않는 의사도 실격이다.
*함부로 약을 처방하거나 주사를 남용하는 의사 “약을 처방해드릴게요”는 의사의 상투적인 말이다. 약이나 주사는 치료의 기본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필요 이상으로 남용하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진단에 자신이 없어 적당한 범위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 역시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신뢰할 수 있는 의사
*모른다고 분명히 말하는 의사 의사는 자존심의 결정체라 불리는 만큼 웬만해선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의사라도 만능은 아니다. 환자가 질문했을 때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라고 확실히 대답하는 의사라면 기량 면에서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다. 의학적인 문제에서 이런 대답이 나오는 경우는 예외이다.
*종이에 써서 설명해주는 의사 어려운 병명이나 까다로운 치료 방법에 관해 종이에 써서 보다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의사라면 안심해도 좋다. 2004년 미국의학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의사는 신체 모형을 이용해 병에 관한 설명을 해 환자들에게 호평을 얻은 시애틀의 뇌신경 전문의 마샬 페이그먼(Marshall Feigmann)에게 돌아갔다.
끈질기게 물었더니 기분 나빠하거나, 노골적으로 귀찮은 얼굴을 하는 의사도 있다. 그래도 물어본다. 확실한 설명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곧바로 다른 의사를 찾아라. 중요한 것은 환자도 자신의 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와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갖기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식을 지녀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주립대학 의료센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2%의 환자가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긴다고 답했다. 1백 명 가운데 92명의 환자가 질문을 하지 않고 의사의 설명을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로서 최소한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공부는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신의 몸은 자신의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이것이 현대 의료의 철칙이다. 의사는 그것을 도와주는 존재일 뿐이다. 의사는 환자의 수준에 맞게 건성으로 응하거나 보다 진지하게 응하는 사람일 뿐이다. 환자가 제대로 공부한다면 의사의 능력이나 기술의 우열을 가늠하는 눈이 어느 정도 키워져 오진이나 의료사고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발표에 따르면, 이전 2년 동안 전국의 특정기능병원(대학부속병원 등 고도의 의료기술을 가진 곳)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는 1만5천 건에 달한다. 그 가운데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진 경우가 3백87건이라고 한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는 제목의 미국 의학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간 약 4만4천 명이 의료사고로 사망한다고 한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약 1만 명 안팎임을 감안하면 이는 정말 놀랄 만한 숫자이다. 의료사고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말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병원(의사) 측의 명백한 과실로 인정된 것이 의료과오다. 사고로 보고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아찔한 순간은 매일처럼 일어난다. 의료행위는 전문가가 하는 것이고, 특히 수술은 밀실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환자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의료사고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기본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납득 진료 먼저 귀찮아하지 말고 납득 진료를 요구하라. 병명, 검사 결과, 치료 방침, 약의 내용과 복용법, 수술 방법과 위험 정도 등 치료에 관한 의문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물어본다. 질문을 통해서도 의사의 태도나 병원의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다.
*주위에 그 의사에 대한 평판을 물어본다 가능하다면 간호사나 다른 환자 등에게 담당의사에 관해 물어보도록 한다. 간호사도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골적인 표현은 삼가겠지만, 유심히 들어보면 사소한 말 속에서 담당의사에 대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특히 평판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말투에 어김없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같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환자에게 진찰 방식이나 평판에 대해 물어본다.
특히 장기간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 물으면 기탄 없는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목표 환자를 정해두고 진찰일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정보는 그냥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나 다른 환자의 의견을 듣는 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수고를 아껴서는 안 된다.
*석연치 않을 때는 2차 소견을 구한다 여러 가지를 조사한 결과 도저히 저 의사는 믿을 수 없다고 느꼈다면 다른 병원을 방문해 2차 소견을 받아본다. 처음 의사에게 진단받은 단계에서는 분명하지 않았던 것이 시간을 두고 다른 의사에게 재검사를 하면 명확한 진단이 나오는 경우도 꽤 있다. 양쪽을 비교하고 나서 치료를 받아도 늦지 않다. 그 선택이 최선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를 알아본다. 처음 의사의 소견과 2차 소견이 다른 경우 3차 소견까지 구하고, 이를 종합해 다수의 의견을 따르도록 한다.
*아니라고 판단되면 즉시 병원을 바꾼다 병원을 바꾸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옛날부터 친했기 때문에…하며 인간관계를 우선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수술이나 치료를 받다가 사고가 났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환자 자신이다. 의리, 인정을 중시하는 것은 아름다운 풍습이지만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처음 의사를 방문할 때 자신의 증상과 경과를 잘 전달하면, 의사도 병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어 진단하기 쉬워진다. 의사에게 납득 진료의 의무가 있듯이 환자도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의사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의사의 진찰법에는 청진(聽診), 타진(打診), 촉진(觸診), 시진(視診) 그리고 환자의 호소를 듣고 병을 유추하는 문진(問診)이 있다. 모두 중요한 진찰법이지만, 특히 초진 때는 문진의 비중이 높아 문진을 통해 병의 70~80%를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의사의 문진에서는 현재 몸 상태, 현재의 증상, 이전의 병력, 가족력 순으로 묻는 것이 통례이다.
*현재 몸 상태에 관한 질문 지금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사가 “어떻습니까?”하고 묻는 그 자체이다. 머리가 아프다, 배가 땅긴다 등의 증상을 상세하게 말하면 된다.
*현재 병의 상태에 관한 질문 의사는 “그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얼마나 지속되었습니까?” “전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 적이 있습니까?” 등을 묻는다.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를 자세히 대답하면 된다.
*이전의 병력에 관한 질문 의사가 “전에 어떤 병을 앓았습니까?” “지금까지 큰 병에 걸리거나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습니까?” 등을 묻는 것은 이전의 병력으로 현재의 증상을 연관해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병력에는 과거 언제의 병이 연관되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원칙적으로 치료에 오랜 시간이 들었던 병이나 입원이 필요했던 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족력에 관한 질문 “가족 중에 큰 병을 가진 분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환자의 가족 전체가 현재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 과거에 어떤 병을 앓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가족의 병력을 알면 유전이나 가정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병인 경우 조속히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몸이 나른하다고 호소하는 환자의 가족 중에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이 환자도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족력은 환자의 부모, 형제, 자녀까지의 범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진료 차트란 의사가 진찰할 때 기입하는 진료기록부로 환자가 어떤 증상을 호소했는지, 검사나 약을 어떻게 지시했는지 기록되어 있다. 의료법에서는 반드시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을 남기도록 정해놓고 있는데, 모든 사항이 빠짐없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도록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의사가 중요한 사항을 죽 나열한 메모 수준인 경우가 많다. 즉, 환자의 기록을 남겨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며, 동시에 긴급 시에 다른 의사가 대신해 그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진단명과 처방약의 내용을 알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환자가 요구할 경우 의사나 병원은 이 진료 차트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의료법 제20조를 보면 환자,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환자에 관한 기록의 열람, 사본 교부 등을 요구하면 의료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진료 차트뿐만 아니라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검사기록과 수술기록, 마취기록, X선 사진, CT, MRI 화상 등이다. 병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진료에 관한 기록은 전부 공개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다. 이처럼 진료기록의 열람·복사가 가능해진 것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진료 차트가 공개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차트는 원래 환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의사의 메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트를 비롯해 진료기록을 원하는 경우는 지금의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있거나, 2차 소견을 받고 싶을 때일 것이다.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설명을 요청하고 납득 진료를 받도록 한다. 목적은 차트나 진료기록을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차트 공개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아직 불만이 남아 있다면 과감히 의사를 바꾸도록 한다. 의사소견서(진료정보제공서)를 써달라고 의뢰하고, 동시에 진료기록을 복사해줄 것을 요청하면 된다.
대부분의 개인 의원은 한 명의 의사가 운영한다. 진료과목은 각각이지만 대개 내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소아과 등 복수 진료를 내걸고 있다. 문제는 간판에 내건 진료과목에 대해 전부 전문적으로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여러 진료과목을 내세우는 것일까. 물론 환자를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복수 진료과목에 정통하지 않은 의원이 전체의 80%에 달한다. 의과대학은 종적인 시스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문 분야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각각의 전공과로 나뉘어 수련을 받는 구조이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한 사람의 의사가 여러 분야에 정통하기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의원이 내과 간판을 내걸고 있는데, 이는 내과 환자가 가장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의원을 찾는 환자는 감기나 고혈압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기 때문에 내과를 기본 진료로 하면 웬만한 환자는 전부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과의 전문인 경우는 그렇다 쳐도 동시에 산부인과의이며 소아과의라고 내건 경우 모든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환자도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의사가 몇 명 안 되는 작은 병원인데 많은 진료과목을 내건 경우 의심해보아야 한다. 동시에 그 병원의 진짜 전문 분야를 파악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내과의가 외과를 함께 보는 예는 드물다. 외과의에게는 수술이 불가피하지만, 내과가 전문인 경우는 수술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외과의가 내과를 내거는 경우가 있다. 내과, 외과가 나란히 진료과목에 들어 있는 경우 원래 외과가 전문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또한 뇌신경외과와 신경내과를 병행하고 있다면, 역시 그 의사는 뇌신경외과 전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소 특수한 분야인 소아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정신과, 마취과, 방사선과 같은 진료과목과 함께 내과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경우는 이런 특수 분야가 전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비인후과, 안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은 그 전문성을 고려해 단독 진료과목으로 내거는 병원이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의사를 방문할 때 불안감이 앞서 정확히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이런 항목을 체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메모해둘 것을 권한다.
*자각증상을 되도록 상세하게 기록해둔다 먼저 현재의 상태. 이것은 자각증상을 체크하는 것이다. 어떤 병이라도 진단시에는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어디가 어떻게 좋지 않은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증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 세 가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기록해둔다. 이렇게 하면 현재 상태와 병력을 무난하게 설명할 수 있다.
*과거의 병력을 기록해둔다 전에 앓았던 병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 어떤 병으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수술을 했는지 등을 기록해둔다. 이것은 병의 이름과 치료에 필요했던 일수, 입원과 수술 여부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입원에 관해서는 기간이 짧은 경우라도 모두 기록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당일치기 입원과 1박 2일 입원도 빠짐없이 기록한다.
입원하지 않고 치료한 경우에도 최근 6개월간의 사항을 모두 기록한다. 6개월 이전의 통원치료인 경우, 너무 짧은 기간의 것은 필요하지 않다. 최소 일주일 이상 통원한 병을 기록하도록 한다. 인간은 망각의 존재이기 때문에 큰 수술이라면 모를까 사소한 병은 금방 잊어버린다. 하지만 차근차근 메모를 하다 보면 기억이 날 수 있다.
*알레르기에 대해 기록해둔다 초진할 때 의사는 반드시 “알레르기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알레르기란 구체적으로 천식이나 두드러기, 피부병 같은 것이지만 그런 증상이 약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당시에 섭취한 음식 때문인지 환자 자신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중에서도 의사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약의 부작용이다. 약물 알레르기라고 말하는데, 약이 몸에 맞지 않아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과거에 특정 약물에 대해 알레르기를 일으킨 적이 있다면 이를 반드시 알려야 한다. 그 약물의 투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용 중인 약에 대해 기록해둔다 다른 진료과에서 진찰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약이 겹칠 수 있다. 약은 필요 이상 복용하면 위험할 뿐 아니라 약의 조합에 따라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약 이름을 기록해놓거나 약국에서 받은 사용설명서를 가지고 가면 좋다. 의사가 처방한 약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영양제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복용 중인 약에 따라 그 양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진찰 시에는 메모지를 가지고 다닌다 의사와 이야기를 할 때는 메모할 것을 권한다. 그때 “개인적으로 기록해서 정리하려고 하는데, 메모를 해도 괜찮을까요?”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환자의 매너이다. 대부분의 의사는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양심적인 의사라면 종이에 적어 설명하고 그것을 환자에게 건네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되도록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환자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지, 병원 그 자체에 진료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최신 설비를 이용해 진단을 받는 것보다 신뢰할 만한 능력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되도록 자세하게 설명하려는 의사도 있다. 하지만 의사의 입장에 치우친 설명이 많아 정말 환자가 알고 싶은 것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의사로부터 납득할 만한 설명을 얻으려면 환자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6가지 질문에 대해 의사로부터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을 수 없는 경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이런 것을 물으면 망신당하지 않을까 하고 소심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 납득 진료는 의사의 의무이며, 환자에게는 질문할 권리가 있다.
*병명과 진단에 대해서 그것은 어떤 병인지, 왜 그렇게 진단했는지를 질문한다.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경우에 무엇 때문에 검사를 하는 것인지, 반드시 필요한지, 검사에 위험성은 없는지를 질문한다.
*현재의 증상에 대해서 지금은 어떤 상태에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질문한다.
*치료 방법에 대해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치료를 할 예정인지, 위험성은 없는지, 있다면 환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다른 치료법은 없는지, 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질문한다.
*약(혹은 주사)에 대해서 처방하는 약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위험성과 부작용은 없는지, 있다면 환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비용에 대해서
치료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의료는 상술이라고 말하면 너무 지나친 면도 있겠지만, 지금의 의료계에는 환자의 병은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출처 : k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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