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만사 이모저모/미스터리 및

온난화의 종착역 빙하기가 임박했다

by 현상아 2006. 9. 3.

[포커스] 온난화의 종착역 빙하기가 임박했다
지구촌을 강타한 대한파(大寒波)
과학계 "온난화로 인한 해류변화로 빙하기와 같은 대한파가 북반구 엄습" 경고
해빙기와 빙하기의 교체가 불과 2~3년 만에 혁명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 그린란드의 빙하
“지구 온난화의 끝에는 빙하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빙하기(glacial age)는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1300년대부터 500여년간 중세(中世)를 기근과 전쟁의 수렁에 빠뜨린 것과 같은 소(小)빙하기일지, 유럽과 북미 대륙을 10만년간 빙하로 뒤덮을 대(大)빙하기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11월 말 영국 국립해양학센터(NOC)가 네이처지(誌)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인용, “해류에서 발견된 이상현상이 소빙하기에 대한 공포를 불러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구 온난화가 해류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빙하기와 같은 극심한 한파가 북반구를 엄습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같은 주장은 올해 유럽과 미국 서부, 인도 북부 등 지구촌이 이상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춥지 않은 겨울’을 걱정해왔다. 해마다 더욱 더워진 여름과 겨울답지 않은 겨울은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온난화의 종착역이 빙하기라니? 선뜻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과학계에서 이같은 학설은 이미 10년 전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빙하기는 갑자기 찾아온다

 

과학자들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의 온도 변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지구의 기온이 수천 년에 걸쳐 조금씩 내려가면 빙하기가 되고 기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간빙기(interglacial epoch)가 왔다고 믿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빙하기와 해빙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됐던 원인을 알지 못했다. 다만 화산 활동, 태양 방사선과 지구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 등이 이같은 변화를 초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대양 컨베이어 밸드(파란색으로 표시된 해류는 심해를, 노란색 해류는 수면을 따라 이동한다.

그런데 점진적인 기후변화의 신념을 뒤집는 충격적인 사실이 발견됐다. 빙하에서 시추한 얼음기둥들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빙하기로부터 현재와 같은 온화한 기후로의 전환이 불과 2~3년 사이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온화한 기후에서 빙하기로의 전환도 점진적이 아니라 무엇인가 지구의 기후를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뒤집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두 가지의 전혀 다른 기후는 마치 동전을 뒤집는 것처럼 갑자기 교차됐다. 전구의 불이 밝아지다가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 필라민트가 끊어져 불이 완전히 나가는 것처럼 빙하기는 시작됐다.

 

태양은 1500년 정도를 주기로 약 0.1% 정도의 미세한 에너지 변화를 일으킨다. 이 현상은 1300년대 유럽과 북미 대륙에 소빙하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지구는 이 소빙하기에서 벗어나 온화한 기후를 누리고 있다.

과학자들은 북극해의 얼음이 단단하고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지 않은 상태에서는 태양 에너지의 변화가 지구 기후에 제한적 영향만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급속히 녹는 상황에서는 태양 에너지의 미세한 변화가 북반구의 대부분을 얼음으로 뒤덮는 기후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지구 보일러 ‘멕시코만류’

 

▲ 멕시코만류가 그린란드 부근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심해로 가라 앉는 모습을 찍은 위성사진.
인공위성에서 북대서양의 그린란드 앞바다를 관찰하면 간혹 바닷물이 화장실 변기의 물처럼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해저로 빨려들어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소용돌이는 지름이 최대 10마일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또 인근을 지나던 선박이 휘말려 침몰할 정도로 강력하다.

 

이 소용돌이는 미국 동남부 멕시코만에서 출발한 ‘멕시코만류’가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차갑고 염도 높은 물로 변한 뒤 바닷속 깊이 가라앉는 현상이다. 가라앉은 물은 높은 밀도 때문에 주변 바닷물과 섞이지 못하고 심해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하면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 심해 물줄기는 남아프리카와 인도양을 거쳐 태평양에 도달한 뒤에야 서서히 상승하면서 해체된다.

 

물이 빠져나간 만큼 대서양 북쪽의 수위는 낮아진다. 이를 메우기 위해 따뜻한 멕시코만류가 북극을 향해 밀려간다. 이렇게 해서 대서양의 북쪽 끝에서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바닷물의 흐름이 생겨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위대한 컨베이어 벨트’라고 부른다. 이 벨트는 적도의 열기를 북쪽 지역에 전하는 온수 파이프 역할을 한다.

 

멕시코만류는 북미와 유럽 대륙을 데우는 난방 보일러다. 유럽의 기온은 멕시코만류 덕분에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섭씨 5~10도 정도 높다. 영국 런던(북위 51도)은 위도상으로 알래스카 남부와 비슷한 위치에 있지만 기온은 서울(북위 37도)보다도 온화하다. 멕시코만류라는 보일러가 작동을 멈추면 이 유럽 대륙은 물론 북미와 아시아 대륙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동토로 변하게 된다.

 

대빙하기가 임박했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의 해리 브라이든 박사는 지난 50년간 대서양 심층 물줄기의 흐름을 조사한 결과 그 흐름이 30% 정도 약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수 표면을 흐르는 멕시코만류의 양에는 최근까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배수관에 이상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는 멕시코만류의 흐름이 조만간 약해지거나 멎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녹은 북극 빙하의 맑은 물이 북대서양에 유입되면서 인근 바다의 염도와 밀도가 낮아져 잘 가라앉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역사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신생대 4기 이후 지구는 수만~10만년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해왔다고 말한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구는 기온이 상승하는 짧은 간빙기를 맞는다. 간빙기는 1만5000~2만년간 지속된다. 이후 지구는 다시 수만 년의 깊은 겨울잠에 빠진다.

이 빙하주기설에 따르면 최근의 대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시작된지 1만 5000년이 흘렀다. 인류는 현재 간빙기의 초입이 아니라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빙하기는 지구 온난화가 최고조에 이른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북반구의 기온이 186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지난 12월 15일 밝혔다. 올해 북반구의 기온은 과거의 평균 기온에 비해 섭씨 0.5도 정도 높았다는 것.

 

미국 워싱턴대학의 신경생물학자 윌리엄 H 캘빈은 자신의 저서 ‘모든 계절을 위한 두뇌’에서 “인류의 지능은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발달했다”며 “지난 빙하기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처럼 언제든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