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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사랑과 진실

신혼부부, 그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by 현상아 2006. 9. 10.

신혼부부,
그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한국에서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의아하게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축의금 접수 데스크에 하얀 봉투를 내민 후, 하객들이 서둘러 찾아가는 곳이 결혼식장이 아닌 피로연장이라는 점이다.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그들은 식당에서 뷔페를 즐긴다. 배가 고프지 않은 사람들은 식장 밖 복도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담소를 즐긴다. 그래서 한국의 결혼식장은 시장처럼 시끄럽다. 그 결과 결혼식은 늘 혼란스럽고, 신랑신부의 서약이나 주례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결혼식은 사람들이 모여 먹고 마시며 담소하는 일종의 “잔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결혼식장의 소음은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침묵이 무겁게 깔려 있는 장례식장에서도 음식대접과 담소는 행사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그렇더라도 신혼부부를 축복하는 대신 배를 채우거나 사교를 하러 예식장에 간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일일 것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는 수밖에 없다. 호텔에서는 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도 큰소리로 이야기할 수 없으며, 식이 끝나야 비로소 음식접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텔에서는 예식장처럼 30분이라는 시간제한이 없다. 하지만 호텔은 경비가 너무 비싸, 일류호텔에 하객들을 초대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신혼부부들이 소음과 혼란 속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황급히 신혼여행을 떠나는 광경을 보며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과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그건 알 수가 없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신문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이혼율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다. 그리고 놀랍게도 상당수의 이혼이 신혼여행중에 일어나거나, 신혼초 3년 안에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두뇌회전이 빠른 한국의 시어머니들은 자기 아들이 결혼 3주년이 될 때까지 비싼 결혼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영악한 며느리가 이혼을 요구한 다음 위자료로 재산의 절반을 갖고 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인고하는 아내이자 헌신적인 엄마였던 한국의 어진 여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또 한때 훌륭한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였던 한국의 점잖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렇게 쉽게 갈라서고 이혼하려면 애초에 왜 그리도 성급하게 함부로 결혼을 했단 말인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오랜 평판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혼율의 급증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한국에서 결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결혼을 신랑신부의 개인적 결합이 아닌, 가정과 가정간의 행사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승낙이 중요하고 최종결정을 내리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그리도 많은 것이다. 예컨대 배우자의 가정배경, 사회적 신분, 재산과 수입, 그리고 교육 정도 등 말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아이가 하나나 둘 딸린 여성도 자신이 사랑하기만 하면 전혀 개의치 않고 결혼하는 “순진한” 미국인들을 보고 당연히 입을 딱 벌리게 된다.

또 한국인들은 자신들은 자녀의 결혼에 60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는데 반해, 많은 미국인들이 결혼비용으로 60만 원밖에 쓰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놀라게 된다.
주말마다 우리는 신혼부부들이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예식장 밖으로 나와 “신혼부부”라는 사인을 달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광경을 보고 있다. 그러나 그중 과연 몇 쌍이나 세파의 도전을 견뎌내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가?
만일 그들이 머지않아 이혼을 하게 되고, 그래서 서로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우연히나마 피부가 스치는 것도 싫어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끔찍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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