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가 주영한 영화 '화혼'의 실제 주인공 판위량(潘玉良. 1895~1977)
요즘 우리나라 화랑계에서는 중국 현대미술이 대세다.
그림 값은 억대로 치솟고 있고 갤러리들은 중국의 유명 현대미술 작가를 모시느라 난리들이다.
중국 현대미술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냉소적 사실주의'나 '정치적 팝아트'로 불리는 중국 미술
속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혼재된 양상이 드러나 있어 서구적 현대미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생소함을 주기 때문이다.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 있는 중국 현대미술.
하지만 그 태동기에는 폐쇄적 중국사회에서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판위량의 삶은 중국 현대미술이 태동하기까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장이머우(張藝謨) 감독과 공리 주연의 영화 <화혼>의 장면들
이 영화는 기생 출신이지만 중국 최초로 파리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을 입선시킨 여류화가
판위량의 삶을 다루고 있다.
판위량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열네 살 때 삼촌 손에 이끌려 기생집에 팔려간다.
그곳에서 판위량은 당시 상해 세관 총독을 맡고 있던 판찬화를 만나 사랑에 빠져 그의 첩이
되고 문학과 예술에 눈을 뜬다.
평소 수예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그녀는 판찬화의 친구이자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천두슈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후에 천두슈의 추천으로 상하이 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상하이 미술전문학교 교장은 수업 시간에 누드화를 그리게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다.
정치적 업압 속에서도 판위량은 누드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지만 그런 그녀에게 사회적 시
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미술대학에 들어간 이후 판위량이 끊임없이 추구한 작품의 소재는 '여체'다.
판위량에게 벌거벗은 여성의 몸은 소유와 굴복을 초월하는 자유의 표상이었다.
춘화에나 등장하던 누드를 예술로 고집했던 그녀의 집착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이자 폐
쇄적인 중국 사회와 여성에 대한 폭력에 항거하는 반역으로 평가된다.
<거울보는 여인>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판찬화의 본처와 판찬화를 남겨두
고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다.
출신과 성에 의한 차별, 그리고 모든 정치적 억압에서 해방된 판위량은 파리에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고 중국 최초로 파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누드화 <나녀(裸女>로 입선을 한다.
몇 년후엔 판위량의 그림 <목욕하는 여인>이 프랑스 예술제 춘계 모임에서 대상을 받는다.
판위량의 수많은 작품에는 세잔과 고흐와 고갱, 마네와 모네와 마티스까지 인상주의 화가들의
필치가 두루 묻어 있다.
40대에 금위환향하여 모교의 교수가 되지만, 중국은 아직 이 혁명적인 예술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예술의 암흑기였다.
귀국 후 '중국 최고의 서양화가'로도 뽑히지만 창기였던 과거로 인한 수모가 계속되면서 자신은
물론 남편이자 후견인이었던 판찬화마저 위기에 빠지자, 다시 파리로 건너가 화혼을 불사른다.
그리고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아끼던 이젤 옆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다.
처음 그린 연꽃에 썼다는 글-
"진흙탕 속에서 자라지만 더럽혀지지 않음을, 맑은 물에 파문이
일도록 씻지만
요염하지 않음을 사랑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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