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실험하는 차 번호판
내달부터 새 번호판 시행
자가용만 네 종류가 거리에
자가용만 네 종류가 거리에
다음달부터 네 가지 번호판을 단 자가용이 한꺼번에 시내를 돌아다니게 됐다. 정부가 치밀한 준비 없이 30개월 동안 자동차 번호판 정책을 세 번이나 바꾸었기 때문이다. 다음달 경기도 분당에서 서울로 이사해 번호판을 바꿔야 하는 이모씨는 "국민(운전자)을 시험 대상으로 삼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혼란을 자초한 경위는 이렇다. #2004년 1월=건설교통부가 '경기○○거 ○○○○'과 같이 지역이 표시된 자동차 번호판을 '○○거 ○○○○' 형태의 전국 번호판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새로 등록하는 차량은 모두 새 번호판을 달아야 했다. 건교부가 2002년부터 준비한 작품이었다. 건교부 관계자는 "시.도를 넘어 이사를 하면 자동차 번호판을 새로 달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번호판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2년 준비 끝에 나온 번호판은 성토 대상이 됐다. "디자인이 너무 엉성하다"는 것이었다. 번호판 준비 작업은 디자인만큼이나 엉성했다. 건교부 육상교통국 실무자들이 도안을 한 것이다. 일반인의 의견은 물론이고 외부 전문가의 검토조차 없었다. 건교부 담당자였던 강영일 당시 육상교통국장(현 생활교통본부장)은 "내가 취임(2003년 말)하기 전에 모두 결정된 사항으로 발표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건교부는 같은 해 4월 "번호판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같은 해 8월 번호판 관련 정책을 "디자인 측면을 도외시해 문제를 야기했다"며 대표적 행정 실패 사례로 꼽았다. #2005년 10월=건교부는 길고 흰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표시된 유럽형의 새 번호판 디자인을 확정했다. 유덕상 당시 건교부 생활교통본부장은 "전문 기관이 디자인했고 여론조사도 많이 했다"며 "2006년 11월부터 사용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일부 교통 전문가들은 "기왕 바꾸려면 야간에도 잘 보이는 선진국형 반사(야광) 번호판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경찰의 무인단속카메라가 반사 번호판을 인식하지 못해 도입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박현철 당시 자동차관리팀장은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새 번호판을 달 수 있도록 범퍼를 설계하고 있어 변경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2006년 10월=건교부는 "11월부터 신규 등록 차량부터 새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길쭉한 번호판을 달 수 있도록 뒤 범퍼를 설계한 차량은 3종에 불과하다. 정부가 새 번호판 도입에 따른 준비를 자동차 업계 자율에 맡긴 결과다. 나머지 신규 등록 차량은 종전 번호판과 크기는 같고 색깔만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바뀐 번호판을 달아야만 한다. 기존 차량에 달려 있는 두 종류의 번호판도 일부러 바꿀 필요가 없다. 건교부 자동차관리팀 관계자는 "기존 차종까지 전부 범퍼 변경을 요구할 수 없어 새로 모델을 교체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토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존 차량은 번호판을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다. 다만 지역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의 경우는 시.도를 넘어 이사할 경우 새 번호판으로 바꾸면 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광웅 교수는 "정부가 2004년에 제대로 준비만 했어도 중간에 다시 번호판을 바꾸는 소동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일한 정부 행정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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