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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구)세상사 이모저모

울나라 이쁜이, 심상정 화이팅!

by 현상아 2006. 11. 12.



[2006국감결산]‘철의 여인’ 국회를 고발하다(원제)

경향 뉴스메이커 698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재벌과 정부의 포로가 된 의원들 전부 퇴학감”

“정말 참으로 비통한 (심정으로)…. 신청 증인들을 철회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구조에선 표결을 해본들 다 부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료 의원의 고충을 덜기 위해 모두 철회하겠습니다.”

10월13일 오후. 국정감사 첫날인 국회 재정경제위 회의장에선 한 40대 여인이 말을 잇지 못한 채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렸다. 회의장을 떠나기 전 동료의원에겐 비통한 심정을 담은 ‘고언’도 남겼다. 그는 다름 아닌 심상정 의원(47·민주노동당).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외국환평형기금 운용’ 등을 놓고 지난 수개월간 밤새워 준비한 감사가 증인채택 불발로 물거품되는 것을 지켜보다 못해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이날 오전부터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재경위 국감은 20여 명에 달하는 증인과 참고인 대부분을 부결시키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그나마 이 20여 명 대부분도 심 의원측에서 신청한 사람. 심 의원의 자진 증인 철회는 올 국감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다.

심 의원은 당시 심정을 “일말의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던 서민이 국회가 재벌총수의 ‘방탄국회’로 변질된 모습을 보며 얼마나 낙담할까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그의 음성엔 진한 눈물이 배어 나왔다.

이번 국감은 북핵사태 등으로 하는지 마는지 모를 정도로 대충 지나갔다. 그나마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행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감사인 만큼 국민들에겐 매우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대부분 상임위에서 채택된 증인이 줄줄이 무산되고 채택한 증인조차 증인석에 나오지 않는 참담한 국감이 되고 말았다.

심상정 의원은 이런 참담한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는 이번 국감 성적을 ‘낙제감’ 수준을 넘어 ‘퇴학감’이라고 말했다.

- 올 국감의 점수를 매겨주십시오.

증인채택이 가장 많아야 할 재경위가 오히려 그렇지 못했습니다. 서민경제가 어려워 걱정 많이 하시는데, (이번 국감에) 국민 기대와 관심이 많았을 겁니다. 주요 증인마저 채택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모습에 얼마나 낙담했겠습니까.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공부하기 싫으면 자퇴해야 합니다. 사실 낙제점도 열심히 해서 회복할 가능성이 보여야 주는 것입니다. 올 국감에 대해선 낙제점도 과분합니다. 아예 의원 스스로 역할과 책임을 방기한 직무유기 수준입니다. 이런 의원들은 국민으로부터 퇴학당해야 합니다. 점수얘기가 나왔는데 재벌과 정부의 포로가 된, 스스로 무릎꿇은 국회는 이미 국민 대표자격을 상실한 겁니다. 원래 국감은 권력을 감사하자는 것 아닙니까.

- 준비한 것이 많았을 텐데요.

국감(재경위)은 1년간 주요 경제 현안을 국민 시각에서 검증하는 것입니다. 어디 가나 장사 안 되고 취직 안 된다는 원성이 자자한데 도대체 서민경제 피폐의 원인이 무엇인지 검증해보려 했습니다. 특히 투기자본의 횡포, 론스타 같은 외국 투기자본으로 인해 국부유출이 얼마나 심각합니까. 관리의 도덕적 해이와 외평채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했습니다. 국민은 잘 모르지만 서민경제 파탄의 핵심 실체 중 하나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굵직한 역할을 한 게 금융감독기관입니다. 이곳 전현직 관료의 도덕적 해이, 정부정책 실패, 투기자본과 김&장 같은 자문기관 간 유착, 성장률은 4~5%대인데 서민경제가 피폐해지는 원인, 그 돈이 누구에게 흘러가느냐-이런 걸 밝히는 것입니다. 양극화 극점에 있는 실체를 정확히 드러내 해소방안과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무산됐습니다. 우선 언론도 관심이 없고 (국감 자체도) 2개월마다 한 차례 하는 업무질의와 큰 차이 없이 맥 빠지게 진행됐습니다. 의원들 스스로 국감에 대한 열의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국회의원을 처음 해서 잘 모르겠지만 여당의 경우, 재벌총수나 정부실정을 은폐·방어하는 관점에서 이번 국감에 임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북핵사태’란 불행한 상황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안보국감’이라 할 정도로 냉전을 부추기는데 혈안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생은 뒷전입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죠. 재벌 총수나 김영무 김&장 대표변호사,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등 주요 증인을 거부한 건 여당이나 한나라당이 마찬가지였습니다. 말로는 당론이 아니라 했지만 실제로 일부 의원은 “당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벌·외국자본·주변그룹과 이해관계를 따지는 점에선 여당과 한나라당이 전혀 다르지 않음을 확실하게 입증한 셈입니다.

- 여야 간사간 모종의 합의·타협이 있었다는데 사실입니까.

증인신청이 언급된 측에서 전달된 얘기를 들으면 알 수 있습니다. “증인 채택이 안 되도록 하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심의원은 ‘세게만’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군요. (가장 강성인) 제게 이런 부탁을 할 정도니…. 실상 이면에선 여당이나 한나라당측에 대책이 마련돼 있었다고 봅니다. 원래 이건희 회장은 추석 뒤 입국하도록 돼 있었지만 증인채택 논란이 불거지며 안 들어오다 법사위에서 증인 채택이 부결된 뒤 들어왔습니다.

- ‘웰빙국감’이란 얘기도 있는데요.

일부 지방 국감장에선 질의·응답 포함해 의원당 5분이 배정됐습니다. 그런데 식사는 제 때에 다 마쳤습니다. 질의시간 5분인 국감시간 안에 식사시간까지 역산해 집어넣을 만큼 의식적으로 진행한 것이죠. 전혀 국감이라 할 수 없습니다. 국민에게 아주 송구스럽지만 매우 형식적이고 무책임해 ‘웰빙국감’이란 얘기가 나왔습니다. 공무원은 몇달 국감 준비하며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데 정작 국감에선 공무원들 다 출석시켜 놓고 ‘북핵문제’라든지, 국감 현안과 전혀 관계 없는 정치공방으로 소일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만 해도 밤 늦게까지 간 적이 많았는데 요즘은 일찍일찍 끝납니다. 피감기관이 2개 이상이면 밤 9시까지 가기도 하지만 저녁식사 전에 끝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 기대를 건 증인이 있습니까.

실제 검증해보고 싶던 기관은 ‘김&장 법률사무소’ 였습니다. 증인을 신청해보니 재벌 위에 김&장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여타 총수나 CEO들은 관련 기업에서 여러 루트로 의견을 제시해오는데 김&장은 달랐습니다. 여야 막론하고 동료의원, 각당 주요 간부 외에도 저와 동향이란 이유 등 광범위한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김영무 대표변호사를 부르려 한 이유는 우선 김&장이 환란 이후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친 금융권·주요기업 구조조정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며 기업과 외국자본을 오가는 굵직한 법률자문을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정관계, 특히 경제계 고위인사 300여 명을 고문으로 영입해 고액 고문료를 지불하며 운영해오면서도 로펌이 아닌 합동법률사무소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변호사를 요구했던 겁니다.

- 증인을 채택해도 국감에선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제한된 10분 질의를 통해 밝히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굴절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국민에게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성역으로 존재하는 이들을 국민 앞에 ‘세운다’는 게 진실을 밝히는 첫 걸음입니다.

- ‘성역’이란 표현을 썼는데, ‘맑은 물에선 고기가 살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본인이 너무 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미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입니다. 통제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경제권력이 국민과 화합하려면 당연히 국민 앞에서 의혹을 당당히 밝혀야 합니다. ‘반기업 정서’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시장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국민 앞에 나서길 꺼리는 이유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기업가를 국민 앞에 세우는 걸 반기업적 행위로 치부하는데 미국의 경우, 기업주가 청문회에 나와 호되게 당하곤 합니다. 미국 최대 회계부정에 휘말려 파산한 엔론사 전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에겐 24년4개월 형과 1800만 달러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있습니다.

- 외국환 평형기금 부실도 지적했는데 확실한 자료가 있습니까.

자료는 제공된 것이 없지만 실체는 거의 확인했습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제기됐던 문제입니다. 사실 일반 국민은 글로벌 경제에서 환율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공유하지 못합니다. 전적으로 국민 무관심 속에 몇몇 관료의 전횡이 벌어진 것입니다. (외국환 평형기금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조절하기 위해 형성된 기금인데 참여정부 들어 3.5배 늘어납니다. 참여정부 최대의 실정입니다. 이유는 일부 수출 대기업 위주 성장전략과 관련된 환율정책이 극단적 정책과 환율변동 심화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장마 때 수문 열어 조절하는 정도가 아니라 댐 자체를 높인 격입니다. 관료는 법적 근거 없이 자의·불법적 운용과 개입으로 수조 원의 국민손실을 가져왔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어쨌든 문제점은 공유됐습니다. 최소 6조이상 손실이 났고 근본적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 지금 국감을 어떻게 뜯어 고쳐야 한다고 봅니까.

일단 국감은 올해가 끝입니다. 내년엔 대선과 맞물려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국회가 제대로 정치권력을 감사하려면 지금 같은 국감제를 폐지하고 정책 청문회를 상설해야 합니다. 국회도 정기국회가 아닌 상설국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료요청이나 증인 채택 권한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벌 등 경제·정치권력의 성역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이제 돈정치는 많이 극복했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정치개혁은 아직 요원하다고 봅니다. 일단 정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고 구조를 갖출 때 국회도 제 구실을 하리라 봅니다. 이번 증인채택이 무산되며 (내게) 국감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국감과 상관 없이 현재 제가 검증하려는 과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싸워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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