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키워주는 영양제” |
첼리스트 장 한 나 |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
|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23). 그녀는 지금 전국을 투어 중이다. 지난 9일 입국, 18일 금산을 시작으로 19일 서울, 22일 안산, 26일 전주에서 공연을 했다. 앞으로 28일 부산, 30일 광주공연이 남았다. 광주공연이 끝나면 바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공연을 하고, 또 워싱턴을 거쳐 대서양을 넘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갈 예정이다. 장씨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모든 일에 통달한 도인 같다. 음악이고 세상 일이고 물으면 막히는 데가 없다. 음악은 들을 때마다, 품격은 볼 때마다 달라진다. 그 비결은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데 있는 것 같다. 이 하버드대의 달통한 어린 철학자는 최근 조지 엘리엇의 작품에 심취해 있다고 했다. 최근 읽은 것이 엘리엇 말기 작품인 ‘다니엘 데론다’. 장씨는 이 책에 대해 “한 고아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철학과 심리학입니다. 철학과 심리학을 함께 공부하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공부를 하면서 생각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그것이 인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연주자로서도 분명히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장씨는 보통 식사 전후 등 쉬는 시간을 이용해 책을 본다. 특히 자기 전에는 습관적으로 책을 본다. 책 하나를 잡으면 길면 10일, 짧으면 며칠 만에 읽어 통상 1개월에 4, 5권의 책을 읽는다. “TV는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모두 나오는데 책은 그렇지 않아요. 나만의 상상에 푹 빠지게 해줍니다. 누가 보여주는 주인공이 아니라 책 속에서 찾은 나의 주인공이 훨씬 매력적이에요.” 장씨는 지금까지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으로 괴테의 ‘파우스트’를 꼽았다. 장씨는 파우스트의 구원과 관련, 순수한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으로 봤다. “파우스트는 법학, 의학, 철학, 역사 등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해도 진리를 몰라요. 너무 화가 나서 악마하고 계약을 해버리죠. 하지만 한계를 넘으려는 그 노력 때문에 마지막에 용서를 받습니다. 본인이 성취하려는 일에 대해 목숨을 주고라도 알아내려는 그 자세가 중요합니다.” 장씨는 ‘파우스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하버드대 독문과에서 특별히 선발된 12명이 듣는 세미나 강의를 한 학기 동안 듣기도 했다. “음악을 하면 할수록 갈 길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가능성이 많아지는 거지요. 아 여기가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파우스트 박사를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장씨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한 책으로 알렉산더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비롯해 톨스토이의 작품도 꼽았다. “줄거리를 따라가야 되는 책도 있고 단어 하나하나를 분명히 파악해야 하는 책도 있습니다. 스토리가 정지할 때 작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물론 권위있는 제3자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도 있지요.” 신동 장한나가 거장으로 성장한 가장 중요한 영양제 가운데 하나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
'세상만사 이모저모 > (구)세상사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숙 교수 “한글 가르침보다 한국의 情 못잊어” (0) | 2006.11.27 |
---|---|
분홍 리본의 의미를 아세요? (0) | 2006.11.27 |
김춘삼씨 별세 (0) | 2006.11.27 |
뽀얀 피부 사수하라 (0) | 2006.11.26 |
여자의 두 번째 눈물도 개기름? (0) | 2006.1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