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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자연·풍경 여행 및

숯가마 찿아 떠나는 겨울 웰빙 여행 ...

by 현상아 2006. 12. 12.

참숯을 구워낸 뒤 남아 있는 가마의 열기로 찜질을 즐기는 숯가마 찜질. 찜질과 담백한 숯불구이 바비큐도 맛보는 1석 2조의 따끈한 겨울 나들이.


“하여간 엄청 뜨끈한 게 말도 못하게 좋아요. 이 손등 좀 보래요. 맨들맨들하니 윤기가 돌잖아요. 딴 건 잘 몰라도 피부엔 최고래요.”

연분홍빛으로 물든 얼굴에 연신 부채질을 해가며 숯가마 앞에 앉아 있던 변윤희 씨(35·횡성)가 숯가마 찜질 예찬론을 펼친다. 변씨를 뒤따라 가마에서 나온 전은애 씨(33·횡성)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한마디 거든다.

“여름엔 좀 뜸했지만 가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은 왔어요. 숯가마에서 땀 흘리고 나면 몸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어요. 땀을 많이 흘려도 끈끈하지 않으니 기분까지 상쾌해요.”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 아무리 옷깃을 여며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이맘때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숯가마 찜질. 1~2년 전부터 슬그머니 마니아층이 형성되더니 이젠 여행자 대부분의 지지를 얻으며 겨울 여행 단골 목적지가 됐다.

사실 누가 언제부터 숯가마 찜질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문헌상 약 3,000년 전부터 숯을 구웠다는 기록이 있고, 숯 굽는 일을 하던 사람 중 일부가 찜질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일반인에게 숯가마 찜질을 처음 제공한 곳은 강원도 횡성의 강원참숯. 1999년 겨울이었다.

“어느 날 숯을 꺼낸 가마에 가봤더니 스님 몇 분이 땀을 흘리며 들어앉아 있는 거야. 위험하니까 나오라고 했지. 그러고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분들이 계속 와서 찜질을 하더라고.”

40년 가까이 숯을 구워온 ‘숯쟁이’ 최흥원 씨(69)의 기억이다. 황토로 지은 숯가마가 붕괴될 수도 있고 화상을 입을 염려도 있어 스님들을 말렸지만, 그들은 빙그레 웃을 뿐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몇 차례 스님과 입씨름을 하던 그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어느 날 한 스님이 말해 주더라고. 숯을 구워낸 후의 열기로 찜질을 하면 몸에 그렇게 좋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달걀을 구워서 보여주는데 신기하게도 노른자가 먼저 익는 거야. 흰자는 한참 후에 익더라고.”

숯을 구워낸 가마 안에는 특이한 물질이 있는데, 그 물질이 사람 피부 깊숙이 들어가 서서히 열기를 전한다. 나중에야 최씨는 그것이 숯이 발산하는 원적외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원적외선은 피부 깊이 스며들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내 노폐물을 땀으로 발산시킨다. 신기하게도 숯가마에 앉아 있으면 뜨겁기는 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지는 않다. 황토와 숯이 숨을 쉬면서 습기를 빨아들여 쾌적한 공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또 땀을 흘린다 해도 끈적거리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숯가마에서 나와도 금방 추워지지 않는 것도 원적외선 때문이다.


숯가마 찜질 ‘선수’는 ‘꽃탕’을 찾는다
숯을 구울 때 가마 속 온도는 약 1,300℃까지 올라간다. 숯을 꺼낸 후 보통 18시간 정도가 지나야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데, 이때가 약 190~200℃. 이 정도 온도의 가마를 ‘꽃탕’이라고 부른다. 뜨거운 열기 때문에 피부에 꽃처럼 붉은 반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꽃탕에서 초보자는 잘 해야 10초를 견디기 어렵다. ‘선수’도 5분 이상 버티기 어렵다. 하지만 꽃탕에서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가장 많이 나오기 때문에 특별한 치유의 목적으로 꽃탕 을 찾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들락거리면서 가마는 조금씩 식어가고 가마 속 온도는 100℃까지 떨어진다. 이때가 찜질하기에 가장 적당하다. 10분 정도 찜질을 하고 밖으로 나와 10분 휴식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40여 기의 가마를 운영하는 강원참숯을 찾으면 숯을 굽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서너 평 남짓한 가마 안에 25~30년생 참나무를 빼곡하게 채운 다음 벽돌에 진흙을 발라 입구를 막는 ‘앞수리’ 과정을 거친다. 가마 입구의 위쪽을 조금 남겨 그곳에 잡목을 넣고 불을 붙인다. 가마 안으로 불이 옮겨 붙으면 대형 선풍기와 풍로로 10시간 정도 바람을 넣어가며 가마 안의 참나무에 골고루 불을 붙인다. 마지막으로 남은 입구를 몽땅 틀어막고 나면 일단 작업 끝. 이때부터 꼬박 닷새간 숯가마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더도 덜도 아닌, 딱 5일이 지나면 숯가마의 문을 연다. 가마 입구의 아래쪽을 허물고 숯을 꺼낼 차례인 것. 이글거리는 불덩이 속을 헤치고 5m쯤 되는 기다란 막대기로 하나씩 숯을 꺼내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다. 눈을 뜨기조차 힘들 정도의 뜨거운 열기 앞에서 겨울 동장군은 얼씬도 못 한다. 굵은 땀방울을 비 오듯 흘리는 인부의 얼굴은 이미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숯을 모두 꺼낸 다음에는 모래를 덮어 숯의 열기를 식힌다.

참숯은 제작 방법에 따라 백탄과 검탄으로 나뉜다. 고기를 굽거나 생활용품으로 사용하는 것이 백탄. 검탄은 공업용으로 쓴다. 백탄은 가마의 입구를 허물고 연기와 가스를 완전히 빼낸 후 꺼내는 것이고, 검탄은 가마 안에서 인위적으로 불을 죽여 열기를 식혀낸 후 꺼낸다. 물론 백탄이 상품(上品)이다. 백탄은 불을 붙여도 훨씬 오래 타고 두드리면 쇳소리가 난다.

찜질도 하고 숯 굽는 과정도 구경하고 난 다음에는 참숯가마 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기다린다. 참숯에 구워 먹는 삼겹살구이. 긴 삽 위에 두툼한 삼겹살을 올려 잔열이 남아 있는 가마 안에 넣고 순식간에 익혀 먹는 것으로 ‘3초 삼겹살’이라 불린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폭신하게 익은 기막힌 맛의 삼겹살 한 점이면 찜질로 허기진 뱃속이 든든해진다.

쇠고기도 좋다. 횡성의 질 좋은 한우로 ‘3초 삽구이’를 하면 딱 먹기 좋을 정도로 구워진다. 강원참숯뿐 아니라 다른 숯가마도 대부분 바비큐 시설을 갖춰놓았다. 참숯가마는 숯공장을 겸하기 때문에 백탄이나 바비큐용 숯, 숯 베개, 목초액 등을 판매한다. 참숯은 실내의 나쁜 냄새를 없애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또 목초액은 살균 효과가 뛰어나다. 목초액을 맑게 정제하면 미용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

횡성 강원참숯
전국의 숯가마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곳. 40여 기의 숯가마를 운영하며 주말에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비롯해 횡성 한우와 삼겹살만 따로 판매하는 정육점도 운영한다. 또 황토로 만든 숙소도 있어 찜질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하다.
☎033-342-4508 ●09:00~18:00(금·토 24:00까지) ●이용료 5000원, 찜질복 대여료 200원 ●구이용 쇠고기 (600g) 4만5000원, 돼지고기 (600g) 1만800원 ●황토방 평일 4만원, 주말 6만원 ●영동고속도로 새말 IC로 나와 횡성 방면 442번 지방도 타고 가다 6번 국도가 나오면 우회전한다.

숯가마 찜질 100배 즐기기
① 면옷은 필수
찜질을 제대로 즐기려면 반드시 면옷을 입는다. 화학 염색을 하지 않은 흰 면옷이 좋다. 나일론 옷은 높은 온도에 녹거나 오그라들 우려가 있고 땀 흡수도 되지 않기 때문.
② 화장은 지우고 장신구는 착용 금지
숯의 열기 때문에 화장품의 독소가 녹아 나오면서 나쁜 냄새가 난다. 또 플라스틱 장신구나 머리핀도 빼는 것이 좋다. 금속 제품은 가마의 열기 때문에 금방 뜨거워져 화상을 입을 수 있다.
③ 찜질 후 곧바로 샤워하지 말 것
숯가마 찜질을 할 때 흘리는 땀은 끈적이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땀을 흘리고 난 다음 더욱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샤워는 최소한 네 시간이 지난 다음에 한다.
④ 간식을 준비할 것
바비큐용 고기나 고구마, 감자 등을 미리 준비하면 여행이 더 즐겁다. 김치나 밑반찬 등도 꼼꼼히 준비한다. 대부분의 숯가마는 매점 등의 부대시설이 빈약하다는 것도 알아둘 것.


[전국의 이름난 숯가마 4]

찜질하고 약수도 마시고 횡성
경원참숯

찜질방보다는 숯공장으로 더 유명한 곳. 총 8개의 숯가마가 있는데 둘레 5m, 높이 2m의 숯가마에서 한 번에 구워낼 수 있는 참나무는 대략 10t 정도다. 강원참숯의 유명세 덕에 덩달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교통편이 좋아 인근 여행지로 이동이 편리한 것도 장점. 숯공장 내에 손맛 좋은 주인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고 횡성도축장에서 직접 돼지고기를 가져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직접 담근 식혜도 꼭 맛볼 것. 이 집의 지하수는 약수로 알려져 찜질 후 마시고 집에 가져가는 사람도 많다.
☎033-342-0413 ●09:00~21:00 ●이용료 5000원(옷 포함) ●식당 미역국 4000원, 돼지고기 (4인분) 2만원 ●새말 IC에서 빠져나와 안흥 방면, 코레스코콘도 지나 좌측

피부 미용에 효과 만점
제천 박달재참숯

소나무 숲과 명암저수지에 둘러싸여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숯가마. 6개의 가마가 있고 간이 식당과 바비큐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숯을 굽고 난 가마 중 매일 2개씩 찜질방으로 운영한다. 한적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찜질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 바비큐장은 사무실 뒤편에 마련돼 있고 식당에서 돼지 고기와 쌈장 채소를 구입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참숯과 장식용 숯 화분 등을 살 수 있고 참숯으로 구워낸 소금도 구입할 수 있다.
☎043-651-6604 ●08:00~18:00(주말 19:00까지) ●이용료 3000원, 찜질복 대여료 2000원 ●식당 미역국 4000원, 돼지고기바비큐 (2인분) 1만2000원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에서 신림 방면 5번 국도를 타고 팔송교에서 우회전하면 이정표가 나온다.

저렴해서 더욱 인기
산청 지리산참숯굴

경상남도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숯가마 찜질 체험장이다.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입장료를 받는 것도 특징. ‘원래 용도가 찜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참숯굴 측의 설명이다. 8개의 참숯가마는 1,500℃ 이상의 고온으로 올렸다가 식힌 후 찜질방으로 이용되고, 참숯뿐 아니라 목초액, 세제, 베개 등 다양한 숯 관련 웰빙 제품도 생산해낸다. 찜질을 즐기다 출출해지면 식당을 찾을 것. 참숯에 구워 먹는 돼지고기 맛이 일품이다. 200g에 4,000원으로 대도시의 절반 가격이다.
☎055-974-0117 ●06:00~24:00 ●이용료 2000원(옷 포함), 수건 개인 지참 ●돼지고기구이 (200g) 4000원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단성 IC에서 나와 지리산 방면으로 10분 거리

웰빙 숯 상품 판매
파주 숯 굽는 마을

일산 신도시와 이웃한 파주시 광탄면 발랑리에 자리한 전통 황토 숯가마. 딱 5개의 가마가 있는 아담한 규모다. 숯가마 뒤로는 금병산과 노고산 자락의 울창한 침엽수림이 펼쳐지고 가마 앞에는 발랑저수지가 있다. 참숯과 목초액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고 직접 구워낸 질 좋은 참숯과 목초액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숯 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바비큐용 고기는 따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바비큐용 화로와 숯불을 무료로 제공한다.
☎031-941-2356 ●09:00~21:00 ●이용료 5000원(옷 포함), 수건 개인 지참 ●식당 없음 ●자유로 이산포 IC에서 86번 국도 타고 금촌 방면으로 가다가 광탄 방면 56번 국도로 바꿔 탄다. 방축리에서 368번 도로와 만나면 우회전해 발랑휴게소까지 간다.

또 다른 숯가마
제천 상천참숯가마
제천시가 운영하는 참숯가마 찜질 체험장. 제천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숯가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주말에는 오후 10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이용료는 찜질 옷을 포함해 6000원. 식당에서 목살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황토방 숙박 시설도 운영한다.
☎043-653-5502

용인 백암다래참숯가마
수도권에서 가까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 오직 돌과 황토만으로 가마를 쌓아올려 숯가마 찜질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숯을 꺼내는 날은 화, 목, 토요일이며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토요일에는 24시간 운영한다. 이용료는 옷을 포함해 주중 7000원, 주말 8000원.
☎031-33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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