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를 지나 상원사를 향해 지방도 446호선 눈길을 오르는 랜드로버의 D3. 눈 내리는 이른 아침 강원 평창군 진부면의 오대산 전나무 숲길은 별유천지 비인간의 선경으로 바뀌어 있었다.오대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월정사 주차장을 지나 상원사로 오르는 계곡 길. 나뭇가지에 쌓인 눈으로 이뤄진 터널 길을 몇 개나 지났는지 모른다. 그 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줄을 생각나게 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니 설국이 펼쳐졌다’는. 월정사 상원사를 지나 평창군 진부면과 홍천군 내면을 잇는 이 지방도로 446호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길이다. 오대산의 속살을 헤집는 은근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벌써 포장도로로 바뀌었을 길이건만 여러 사람이 반대하여 이렇듯 옛길처럼 보존토록 했다고 전해온다.
천천히 산을 오르며 설경을 감상하는 이른 아침 오대산. 그 끝에서 만나는 상원사의 극락보전은 부처님이 주신 큰 선물이다. 이곳에는 불상이 없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아침 산사는 그 자체가 선경인데 이날은 밤새 눈까지 내려 설국천지를 이뤘으니 그 비경은 말로 글로 눈으로 머리로 담기에도 부족하다. 카메라로는 물론이고.
독경소리 그윽한 눈 덮인 산사의 아침. 배고픈 새들만 분주히 날아다닌다. 젖은 깃털 말리느라 단청 올린 당우의 처마 아래 앉은 작은 산새. 그런데 이 새들이 갑자기 눈밭으로 날아가더니 눈밭에 홀로 서 있는 한 스님의 주변을 반갑듯이 돌며 짹짹거린다. 가만히 보니 나이 드신 비구니스님인데 하늘 향해 손바닥을 펼친 채로 양팔을 벌리고 계신다. 그러자 새들이 손바닥에 앉는다. 그 손바닥에는 쌀이 한 줌 올려져 있었다.
“여기 새들은 이렇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지요. 사람이 해치지 않으니까요.” 해맑은 웃음이 인상적인 노 스님의 이 말씀. 거기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한다면 이 세상에 무슨 가르침이 더 필요할까. 깊어가는 겨울, 이토록 외진 산사의 눈밭에서 만난 아름다운 장면.
오대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상원사
▽찾아가기=영동고속도로∼진부 나들목∼좌회전∼국도 6호선∼4km∼월정사 삼거리(좌회전)∼지방도 446호선∼매표소∼월정사 주차장∼8.3km∼상원사
▽알아 두기=지방도 446호선은 비포장도로. 겨울과 봄에는 상원사까지만 차량 운행이 가능.
▽요금=입장료 3400원, 주차비 4000원
▽사찰 역사=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 석가모니의 정골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 있다. 상원사 동종은 신라 성덕왕 당시 것으로 국내 동종으로는 가장 오래됐다. 절 마당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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