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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사랑과 진실

포경수술의 원래 목적은?

by 현상아 2007. 1. 7.

▒ 지난 10월 미국 시카고 쿡카운티 법원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재판이 열려 주목을 끌었다. 이혼한 부부가 9살짜리 아들의 포경수술 여부를 놓고 법정싸움을 벌인 것. 재판관은 수술을 원치 않는 소년의 의사를 무시할 만큼 포경수술의 의학적 이득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결로 수술에 반대한 친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포경수술에 대한 찬반 논란은 각종 의학지에 그 장단점에 대한 논문이 수시로 발표되면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에 공개된 서울대 천문ㆍ물리학부 김대식 교수와 중앙대 동물자원과학과 방명걸 교수의 ‘포경수술과 성생활’이란 논문도 그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30대 남성 373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한 이 논문에 의하면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에 비해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의 평균 성교 시간이 1.8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세 전후에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 중 성생활 만족도가 좋아졌다고 답한 이는 6%에 불과하고 더 나빠졌다고 답한 이는 20%에 달했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포경수술의 효과에 대한 상식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런데 이 논문을 읽어보면 그 외에도 재미있는 사항 2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포경수술이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일반적인 사람에서 연구할 수 있는 독특한 환경을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성행위를 경험한 이후에 포경수술을 받는 남성들이 많아 포경수술 전후의 성생활을 비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20% 미만이다. 그 가운데 이슬람교와 유대교 신자를 제외하면 5%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20대 남성들의 포경수술 비율이 90%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비교적 포경수술이 관례화된 미국에서도 거의 대부분 신생아일 때 시술이 행해지므로 포경수술이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


포경수술의 역사는 6천년 된 이집트의 미이라 중 일부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경수술에 대한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성경 창세기 17장. 거기엔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 노예, 가솔들이 다 포경수술(할례)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유대인의 포경수술은 생후 8일 만에 행해지는 종교의식으로서 유대인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따라서 독일 나치 정권에서는 유대인인가의 여부를 포경수술 흔적으로 가려냈다. 때문에 당시 유대인들은 포경수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반포경수술을 받기도 했다. 로마제국의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주데움 폰디움이라는 무거운 구리 튜브를 성기에 부착해 없어진 포피를 다시 생성시키려고 노력했다.


이에 비해 이슬람교의 포경수술은 단지 권장사항이며, 유대교처럼 언제 하라는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마호메트가 포피 없이 태어났다고 알려진 뒤 포경수술이 전통으로 굳게 되었다.


서두에서 언급한 9살 아들의 포경수술 찬반 재판도 사실 알고 보면 이와 같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친엄마와 재혼한 새아버지가 유대인이었는데, 친아버지는 포경수술을 시키려는 엄마의 의도를 유대인인 새 남편을 기쁘게 하기 위한 불순한 목적이라고 본 것이다.


논문의 재미있는 사항 중 나머지 하나는 이번 조사 결과 포경수술 이후 자위행위시 쾌감이 줄었다는 대답이 48%이고, 반대로 더 늘었다고 대답한 이는 8%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즉, 포경수술 이후 자위행위의 쾌감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포경수술이 대대적으로 행해지게 된 당시의 원래 목적과도 부합된 결과여서 흥미롭다. 종교의식 또는 통과의식으로만 행해지던 포경수술이 의료시술로 바뀐 시기는 19세기 말이었다. 당시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포경수술이 많이 행해졌는데, 그 이유는 자위행위를 줄이고 정력을 감퇴시키고자 하는 청교도적인 동기였다.


그 후 포경이 남성의 음경암과 아내의 자궁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와 포경수술을 받은 남자가 성병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논문 등이 발표되면서 1949년 미국에서는 포경수술이 정식 의료행위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영국에서는 포경수술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1999년 3월 미국 소아과학회는 신생아의 포경수술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공식 선언하고, 신생아도 고통을 느끼므로 포경수술시 국소 마취제가 사용되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면서 1970년대 90%에 달했던 미국 신생아의 포경수술 비율이 현재는 55%로 떨어졌다.


요즘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의 포경수술 시장이 성수기를 맞았다. 비뇨기과 병원마다 겨울방학을 틈타 포경수술을 시키려는 엄마에게 끌려온 소년들로 붐빌 것이다. 꼭 다른 나라를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번 논문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만 집단적으로 행해지는 포경수술의 여부에 대해 본인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Science Times, 200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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