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좌(座)수, 평가금액, 재투자….’ 얼마 전 주위의 권유로 펀드에 들긴 했지만 생소한 용어들 때문에 받아 든 펀드 통장이 낯설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창구 직원이 뭐라고 설명했지만 귀에 잘 안 들어온다. 또 그때뿐이다. 이번 회에선 펀드 통장 보는 법을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펀드 관련 용어는 처음 접할 땐 어려워 보이지만 기본적인 개념들만 익혀 두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사실 통장만 읽을 수 있으면 펀드 투자도 쉬워진다.》
①종목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사원 김미연 씨가 2005년 가입한 실제 펀드 통장을 살펴보자. 그는 매달 50만 원을 붓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통장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종목명이다. 김 씨는 ‘동양투신모아드림 적립식 주식1’에 가입한 상태다.
1이란 숫자는 그 상품의 1호란 뜻. 운용사에서 펀드를 시리즈로 계속 판매할 때 1호, 2호, 3호 등 숫자를 이용한다. 하지만 1호, 2호는 투자 대상과 운용 시점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에서도 얼마든지 차이가 날 수 있다. 똑같은 상품이 아니란 뜻이다.
②잔고좌수 ③기준가격(거래단가) ④거래수량
100주, 1000주 하는 것처럼 주식의 기본 단위는 주(株)다.
마찬가지로 펀드의 기본 단위는 좌(座)다. 잔고좌수는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수량을 말한다. 좌는 편의상 1000좌당 1000원을 기본으로 한다. 1좌에 1원이라는 얘기. 1000원을 투자하면 1000좌를 갖는 것이다.
기준가격은 펀드를 사고파는 가격으로 주식으로 치면 주가와 비슷한 개념이다. 펀드가 세상에 태어날 때 기준가격은 1000원이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처럼 펀드의 기준가격도 펀드가 투자한 대상의 운용수익률에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펀드를 처음 설정한 날은 아직 투자 전이기 때문에 기준가격은 1000원이 되지만, 다음 날부터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운용 실적이 나오므로 기준가격은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A가 기준가격 1000원인 펀드에 100만 원을 넣었다. 이 사람은 100만 좌를 갖게 된다. 한 달 뒤 기준가격이 1100원이 됐다고 치자.
기준가격이 100원 올랐으니 수익률은 10%다. 펀드 1좌당 가격도 1.1원이 됐다. 그런데 B라는 투자자가 A가 한 달 만에 10%를 번 것을 보고 이 펀드에 가입한다면 100만 원을 넣어도 90만9090좌(100만 원÷1.1원)밖에 사지 못한다. 펀드 가격(기준가격)이 11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통장을 보면 김미연 씨는 8월 31일 50만 원이 입금됐는데 이 돈으로 37만7231좌밖에 사지 못했다. 기준가격이 1000원이 아닌 1325.45원이었기 때문이다.
⑤거래일자
거래 날짜를 말한다. 하루를 맡겨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하고는 돈을 펀드에 맡긴 바로 그날 주식이나 채권을 살 수 없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이전에 가입하면 그 다음 날부터, 3시 이후에 가입하면 이틀 뒤에 거래가 시작된다.
⑥평가금액
거래일 현재 투자 원금과 수익을 합한 금액이다. 잔고좌수에 당일의 기준가격을 곱해서 산출하는 금액이다. 8월 31일 현재 247만9041좌를 보유 중인 김 씨는 잔고좌수에다 1좌당 1.32545원(기준가격은 1325.45원)을 곱한 328만5847원이 평가금액으로 돼 있다. 만기가 됐다면 평가금액란에 찍힌 금액에서 세금과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만큼 인출할 수 있다.
⑦적정매수
당일 매수를 제외한 익일 매수, 즉 펀드에 돈을 맡긴 다음 날 거래가 시작되는 걸 적정매수라고 한다.
⑧분배금입금
최초 설정일로부터 1년마다 결산을 할 때 수익률에 따라 지급되는 결산 분배금을 말한다. 10월 6일 현재 김 씨의 잔고좌수는 280만6749좌이다. 그런데 이날의 기준가격은 1516.03원이다. 펀드가 처음 생길 때 기준가격인 1000원에서 51%의 수익이 났다는 얘기다. 따라서 280만6749좌의 51%인 144만8361좌를 분배했고 기준가격이 1000원일 때의 금액인 144만8361원을 분배금으로 입금했다.
⑨재투자매수
대부분의 펀드는 투자 후 1년이 되는 시점에 그동안 상승한 기준가격을 다시 1000원으로 환원하는 작업을 한다. 1000원부터 다시 출발하게 되는 대신 1000원을 초과한 금액은 잔고좌수로 메워 주게 되는데 이를 재투자라고 한다. 하지만 기준가격이 1000원을 밑돌면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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