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품·럭셔리 및

쓸만한 자동차들의 옆모습들 ...

by 현상아 2007. 1. 28.
 


볼보 V50, 직렬5기통 2435cc 전륜구동, 3천7백44만원.
유리창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공간이 넓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볼보 V50에는 5명이 편히 앉을 수 있는 시트 외에도 넓은 짐칸까지 있다. 그렇다고 아무 짐이나 실으면 곤란하다. V50은 그냥 왜건이 아니라 스포츠 왜건이기 때문이다. 든든한 휠과 쭉 뻗은 어깨 라인(유리창 밑에서 옆모습을 아래와 위로 가르는 라인), 날렵하게 흐르는 루프라인을 보라. 아래 부분을 믿음직하게 마무리하는 검은색 플라스틱(국내에는 보디컬러)도 꼭 확인하는 거다. 박스나 벽돌보다는 서핑 보드나 MTB 자전거 등이 더 어울리지 않겠나? 의자를 접어 최대 3미터 길이의 보드까지 실을 수 있고, 부족할 때는 루프 캐리어에 올릴 수도 있으니, 이제 그녀를 태우고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달릴 일만 남았다.

 

요즈음 자동차들은 대부분 역동적인 속도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어 필러(차체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여러 개의 기둥, 순서에 따라 맨 앞에 기울어져 있는 기둥을 A필러,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의 기둥을 B필러, 뒷좌석이 끝나는 부분의 기둥을 C필러라고 함)를 날렵하게 눕히거나 검은색으로 칠해서 유리창 사이에 묻어 버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수평으로 길게 뻗은 느낌이 강조될수록 속도감을, 반대로 수직으로 뭔가를 받치고 있는 구조물 등이 보이게 되면 속도감보다 튼튼한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귀가 큰 토끼가 소리를 잘 듣고, 눈 큰 부엉이가 밤눈이 밝은 것처럼, 커다란 타이어를 가진 자동차는 잘 달리게 마련이다.

옆 유리창은 차량의 쓰임을 말해주고 있다. 유리창이 길면 뭔가 많은 공간과 기능이 있다는 것이고, 짧고 날렵하면 작은 공간에 앉아 앞만 보고 달리라는 것.

사이드 몰딩은 차체를 보호하는 임무보다 옆모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본다. 차체에 수평 라인을 하나 더 만들어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는 데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퀴를 최대한 바깥쪽으로 밀어(전문 용어로 휠베이스를 늘린다고 한다) 범퍼의 길이(전문용어로 오버행이라고 함. 특히 프런트 오버행이 중요)를 줄이면 안정적으로 보인다. 전륜구동 자동차는 구조적인 문제로 오버행을 줄이기 힘들기 때문에 V50처럼 전면에서 측면으로 넘어가는 모서리를 둥글게 굴리고 헤드램프를 길게 늘여서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 보이도록 디자인한다.

아래 부분이 든든할수록 멋진 옆모습이 된다. 검은색 로커 패널은 차체를 더욱 낮춰줌과 차체를 더욱 길어 보이고 하고 바닥에서 튀어오르는 돌맹이로부터 소중한 자동차를 보호하기도 한다.


인피니티 FX45, V형8기통 4494cc 후륜구동, 8천3백50만원
누가 이 날렵한 옆모습을 두고 SUV의 둔한 거동을 떠올리겠나? 매끈한 보디라인에 스포츠 쿠페보다 날렵한 유리창까지 달려 있으니, 이 날렵한 자동차를 끌고 산에 오를 생각일랑 접어야 한다. 대신 스포츠 카들을 농락하며 아우토반을 내달릴 상상을 하는 거다. 20인치의 든든한 타이어, 거기에 극단적으로 짧은 오버행도 있고 차체를 든든하게 받치는 것을 넘어 타이어까지 든든하게 감싸고 있는 검은색 로커패널도 눈여겨보자. 타이어 주변을 두툼하게 강조하는 것도 잘 달리는 자동차에나 등장하는 특별 메뉴이다. 최근의 SUV들은 왜건형의 답답한 실루엣을 파괴하고 승용차나 스포츠 쿠페에서 주로 쓰이는 날렵한 그래픽을 부지런히 빌려 쓰고 있다.

골프 GTI, 직렬4기통 1984cc 전륜구동, 3천9백40만원
현대 베르나보다도 짧은 4천2백16밀리의 길이, 프런트 오버행을 줄일 생각이 없는 앞바퀴 굴림 구조, 늘씬하게 빠지기를 포기해버린 통통한 엉덩이까지, 좀처럼 다이내믹할 수 없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GTI의 이율배반적 디자인이 시작된다. 머리를 낮게 웅크리고, 배를 바닥에 붙인 채 엉덩이를 활짝 들어올린 모습은 금세라도 튀어나가 뭔 일을 저지를 듯 위태한 형세. 시원하게 뚫린 휠(열을 원활히 방출하기 위함) 사이로 붉게 성이 난 브레이크 캘리퍼(‘끝내주는’ 제동력을 과시하는 디자인) 역시 만만치 않은 성능의 증거물들이다. 뒷유리창의 크기를 줄이고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C필러를 드러낸 GTI는 이 시대 최고의 스트리트 머신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LS350, V형6기통 3498cc 후륜구동, 1억1천2백10만원
스포츠카만큼이나 인색하게 뚫린 유리창부터 보통은 아니다. 앞유리창과 뒷유리창을 정확하게 이등분한 B필러는 검은색으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반달 모양의 유리창은 반짝이는 크롬으로 팽팽하게 둘러싸여 스포츠 카도 기죽을 만한 다이내미즘을 찬란하게 과시하고 있다. 길이가 5미터에 가까우니 머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올리는 포즈를 애써 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역동적이다. 벤츠의 얼굴을 당당히 세우고 엉덩이를 얌전히 낮췄음에도 사정없이 지나간 사이드 캐릭터라인 하나 때문에 이미 속도 제한을 무시한 상태다. CLS는 1억이 넘고 5미터에 가까우며 문짝이 네 개 달린 고급 세단을 몰면서 운전기사 취급을 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BMW Z4 로드스터, 직렬6기통 2979cc 후륜구동, 7천9백40만원
6개의 실린더가 나란히 앉아 일하고 있으니 Z4는 기다란 보닛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운전석은 뒷바퀴 앞까지 밀리게 되면서 편안히 누울 수 없는 옹색한 자리밖에 배정받질 못했다. 하지만 Z4는 한가롭게 달리는 자동차가 아니다. 명확하게 맺혔다가 스피드를 열망하며 희미하게 사라지는 라인을 보자. 그 아래에 숨가쁘게 이어지는 볼록과 오목의 팽팽한 경쟁도 감상하고, 동그란 BMW로고를 버릇없이 가로지르는 칼자국도 놓치지 말자. 어찌 이 과격한 옆모습에 누워 낮잠을 취할 수 있겠는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지평선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가속 패달을 혹사시켜도 좋다. Z4는 오직 달리고 싶은 남자들을 위해 태어난 스피드 머신이기 때문이다.

Good Actual Conditio...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