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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럭셔리 및

걸윙, 갈매기처럼 문이 열리는 스포츠카들

by 현상아 2007. 1. 28.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본 자동차 마니아들의 기억에 가장 선명히 남아 있는 장면은 아마도 타임머신 드로리언의 문이 하늘을 향해 위로 열리는 순간일 것이다.

 

요즘 나오는 슈퍼카들도 도어 개폐 방식이 독특하다.

 

SLR 맥라렌, 페라리 엔초, 람보르기니 무르치엘라고 등이 모두 옆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위로 열리는 문을 지니고 있다. 이런 문을 보통 걸윙(gullwing)이라 부르지만, 모두 다 똑같은 건 아니다.

 

걸윙이란 정확하게는, 경첩이 지붕에 달린 자동차 문을 말할 때 쓰는 표현으로, 문이 열렸을 때의 모습이 갈매기 날개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론 일반적인 자동차 문은 보통 문 앞쪽 가장자리에 경첩이 달려 문이 차체에서부터 옆으로 움직이게끔 되어 있다.

 

걸윙 도어를 갖춘 로드스터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1980년대 영화 <백 투 더 퓨처>로 유명해진 드로리언/ DMC-12이지만, 걸윙 도어의 선조는 1950년대에 나온 메르세데스 벤츠 300SL이다. 당시 메르세데스는 훨씬 더 강력하고 단단한 차체를 지닌 레이싱카를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 높은 문지방을 지닌 욕조 같은 섀시가 설계되었다. 그 차는 보통의 도어 개폐 방식으로는 차에 오르내리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이 문을 위로 여는 것이었다. 걸윙 도어의 장점은 문을 열 때 옆 공간을 덜 차지하고, 기존의 문보다 들고나기가 훨씬 좋다는 데 있다.

 

이것은 차체가 낮은 스포츠카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 일례로 넓은 전폭 때문에 일반 주차장에서 기존의 문을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걸윙 도어는 출입 면적이 크다는 점 때문에 BMW Z9 그란 투리스모, 인피니티 트라이언트, 르노 컨셉트 탈리스맨 등 컨셉트카에 유독 많이 쓰인다(디자이너들이 스포츠카가 아닌 차에 이 문을 선호한다). 전통적인 걸윙 도어 이외에도 독특한 문이 있는데, 주로 희귀한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다. 람보르기니의 문은 보통 ‘가위’형이라 불리는데, 경첩이 앞에 달려 있긴 하지만 문이 위로 열려 차체와 평행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문은 람보르기니 카운타크에 쓰이면서 알려졌는데, 보통 이상으로 넓은 섀시 때문에 그런 특별한 문을 달게 되었다는 후문. 이 디자인은 카운타크 후계자인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로 이어졌다. 현재 람보르기니 중에서 이 디자인으로 생산되는 유일한 차는 무르치엘라고이다.

이 가위형 문은 대부분 컨셉트카와 한정 생산되는 스포츠카에 많이 쓰이고 있다.
또 다른 독특한 도어 개폐 방식으로는 페라리 엔초와 맥라렌 F1이 있다. 이 차들의 문은 ‘나비’형으로 불리는데, 나비가 날개를 펼친 모습을 닮아서이다. 이 디자인은 기존의 문과 전통적인 걸윙의 장점을 결합해 옆에서 좀 더 위쪽으로 열리는데, 역시 폭이 넓은 차에 오르내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맥라렌 F1, 메르세데스 벤츠 SLR 맥라렌, 페라리 엔초는 문의 경첩이 A필러에 달려 문이 옆과 위로 동시에 열리는 변형 시스템이다. 하지만 나비형 문은 걸윙보다는 훨씬 더, 기존의 문보다는 약간 더, 들고나기가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슈퍼카 이외에는, 90년대 일본 내수용으로 한정 판매된 토요타 세라가 이 디자인을 쓴 바 있다.
그런데 이 디자인이 유독 특이한 스포츠카에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얼까? 그건 아마도 차에 오르내리는 아주 짧은 순간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과 동작이 중요한 거다.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파티장에 나타날 때면, 사람들이 차에서 나오는 내 모습을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멋진 장면을 연출하며 위로 올라가는 문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게 또 어디 있을까? 배트맨이나 슈퍼맨 같은 영웅들은 그냥 나타나지 않는다. 망토를 휘날리며 나타난다.


| 임범석(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교수, 카 디자이너)


인피니티 트라이언트

인피니티의 힘을 대변하는 FX45에서 진화한 스포츠 SUV로 2003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데뷔했다. 3.5ℓ 콤팩트 V6 엔진, 롱노즈 스타일, 날카로운 윈드실드 라인, 오버사이즈 휠, 그리고 파워 어시스트 걸윙 도어가 그 주요 골자.

랜드로버 레인지 스토머
랜드로버의 제1호 컨셉트카로 2004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데뷔했다. V8 엔진과 걸윙 도어를 갖춘 고성능 스포츠 투어링 SUV인 이 차는 한 마리 성난 황소를 보는 듯하다.

메르데세스 벤츠 SLR 맥라렌
200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데뷔. 300SL과 수미쌍관을 이루는 걸윙 도어 모델로 매년 5백 대씩, 7년간 3천5백 대만 한정 생산된다. 리숄름 슈퍼차저를 더한 5.5ℓ V8 엔진의 최고 출력은 626마력에 달한다. 최고속도는 335km/h, 0→100km/h는 믿기 힘든 3.8초.

폭스바겐 W12 나르도
세계 최초로 W형 12기통 엔진을 선보인 컨셉트카이다. 최고 출력 600마력, 0→100km 3.5초, 최고 속도 350km/h 이상. 7,000km 24시간 평균 293.6km/h, 8,000km 24시간 평균 290.2km/h 등의 기록 보유자.

드로이언/ DMC-12
지난 3월, 고인이 된 미국의 자동차 혁신가 존 드로이언이 만들어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이 된 차. 1981년 제네바 오토쇼 데뷔. 푸조, 르노, 볼보의 합작품인 PRV V6 엔진을 썼는데 당시 가격만 무려 2만5천 달러. 후륜구동 방식이며 0→100km/h 약 7.5초.

람보르기니 무르치엘라고
페라리 엔초와 여러 모로 비교되는 4륜구동 슈퍼카로 지난 2001년에 데뷔했다. 최대 출력 580마력의 6.2ℓ V12 엔진의 최고 속도는 330km/h, 0→100km/h는 3.8초. 도어가 차체와 평행선을 그리는 ‘시저스 액션’이 일품.

BMW Z9 그란 투리스모
19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데뷔. 4.4ℓ 9기통 엔진의 최고 출력은 286마력, 최대 토크는 440Nm. 스트어링 휠에 달린 컨트롤 유닛과 스텝트로닉 버튼, 아이드라이브 등 새 아이디어로 점철돼 있다.

맥라렌 F1
F1 명문인 맥라렌팀이 만든 도로용 슈퍼카로 지난 92년 모나코 그랑프리 전야제에서 데뷔했다. 운전석이 전투기 조종석처럼 중앙에 위치한 3인승 투 도어 쿠페이고, 걸윙 도어는 대각선을 그리며 위로 열린다. 6,064cc V12 DOHC 48밸브 엔진의 최고 출력은 627마력. 최고 속도 372km/h는 양산차 최고 기록이다. 0→100km는 3.9초.

토요타 세라
동화 <소공녀>의 주인공 이름을 딴 세라는 1990년 1백60만 엔에 일본 내수용으로 발표되었다. 1,500cc 직렬 4기통 엔진의 최고 출력은 110마력. 1.5ℓ급에 걸윙 도어가 달린 건
세라가 처음이고, 매우 드문 케이스다.


아우디 RSQ 스포츠 쿠페

영화 <아이, 로봇>에서 윌 스미스와 열연했던 미드십 엔진의 페트롤카. 구 형태의 바퀴와 C필러 뒤에 붙어 나비처럼 열고 닫히는 걸윙 도어 덕에 2004년 뉴욕 모터쇼의 최고 스타가 되기도 했다.

볼보 YCC & 3CC
3CC(아래)는 2인승 전기 컨셉트카로 2003년 미쉐린 비벤덤 챌린지에서 데뷔했다. 최고 속도 135km/h 이상, 0 →100km/h 10초 전후. YCC(위)는 독특한 여성 전용 컨셉트카로 2003년 제네바 오토살롱에서 데뷔했다. 둘 다 승하차가 편한 걸윙 도어 타입으로 고안되었다. 참고로 ‘CC’는 컨셉트카의 줄임말.

캐딜락 시엥
시엥(Cien)은 스페인어로 숫자 100을 뜻하는데, 캐딜락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2인승 스포츠카로 2002년에 첫 선을 보였다. 750마력의 7.5ℓ 노스스타 XV12 엔진과 F-22 스텔스 전투기에서 기원한 보디가 백미.

페라리 엔초
F1 페라리 팀의 영혼이 담긴 페라리 엔초는 2002년부터 399대만 한정 생산된다. 최고 출력 660마력의 6.0ℓ V12 미드십 엔진으로 최고 속도 350km/h를 낸다. 0→100km/h는 3.65초에 불과하다. 스티어링 휠 좌우의 레버를 통해 변속하는 민완 6단 자동변속기도 당연히 포뮬러원 스타일!

에디터 | 정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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