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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자연·풍경 여행 및

상사뱀으로 찾아온 애뜻한 사랑이야기

by 현상아 2007. 5. 7.

지는 꽃, 피는 꽃의 가운데를 밟고 가는 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서있는 것과 누워 있는 것의 결합은 언제나 조금 어긋나 있는 듯 보인다. 신라시대로 발걸음을 뚜벅뚜벅 옮긴다. 많은 사랑의 이야기가 산에, 들에 꽃피어 있다.
『삼국유사』는 남녀의 사랑이 질펀하게 녹아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불륜의 대표주자는 「처용랑 망해사」편이다. 처용의 아내는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미모(傾國之色). 역신(疫神·임금이었던 것 같다)이 침을 삼키고 처용이 없는 틈을 타 그녀와 네 개의 다리를 만든다. 처용이란 정신 나간 사내, 이들의 이층집 짓는 작태를 보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그 자리를 물러선다. 이런 노래까지 곁들이며…. “동경 밝은 달 아래/ 밤늦게 놀다가/ 들어와 자리 보니 다리가 넷이네/ 둘은 내 것이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이지만 빼앗겼으니 어이하리.”

불륜의 사랑을 용서한 처용은 귀신을 물리치는 문신(門神)으로 추앙 받게 되지만…. 도끼로 사단을 내도 모자랄 판에. 처용의 속내를 짐작할 길 아득하다.

경주 남산(금오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깎아 세운 듯한 벼랑이 앞을 가로 막는다. 상사암(相思巖)이다. 왼쪽으로는 상선암 마애불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경잡기(東京雜記)』에 이런 이야기가 보인다.

“상사암(相思巖)은 금오산에 있다. 그 크기가 1백여 아름이고 가파르게 솟아 있어 기어오르기가 어렵다. 상사병에 걸린 이가 이 바위에 빌면 영험이 있다. 산아당(産兒堂)은 돌을 깎은 것이 마치 아기를 낳는 모습과 같다. 전설에 신라 때에 후사를 구하고 복을 빌던 곳으로 가위질을 한 흔적이 있다.”

상선암 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돌면 가위질을 한 바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바위 안에 산신당(産神堂)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바위에서 열 걸음 발길을 옮기다 문득 경주 시내가 보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절묘한 남근·여근석이 눈길을 잡아끈다. 살짝 기울어진 남근과 살짝 몸을 외로 비튼 여근이 한 자리에 있다.

전설은 또 이 바위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옛날 할아버지 한 분이 이웃에 사는 어린 처녀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겨 버린다.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일, 상사병에 시달리다 목을 맨다. 죽은 할아버지는 큰 바위가 되어 우뚝 솟았다. 처녀는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큰 뱀이 목을 휘감고 괴롭히는 꿈에 시달린다. 죽은 할아버지가 상사뱀이 되어 왔다고 마을 사람들은 속삭인다. 날마다 야위어 가던 처녀는 그 바위에 올라가 떨어져 죽어버리고…. 할아버지 바위 옆에 또 다른 바위로 선다. 두 바위는 죽어서 헤어지지 않고 다정하게 서있게 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식물의 신 오시리스는 자신의 남근을 쥐고 있다. 풍요의 상징이다. 번식과 쾌락을 위한 성이 아니라,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이 경주 남산 상사암 앞의 남근·여근석에 스며들어 문란한 오늘의 세태를 지켜보고 있다.

눈 밝은 연인이 산길에서 잡았던 손을 꼭 쥔다. “어머! 우리도 이렇게 만나 여기에 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구나.” 하고 말을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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