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의 힘겨운 짐과 함께 숙명적으로 따라다니는 부인과질환. 하지만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이들 질환도 예방과 조기진단에 주력하면 무병.무탈할 수 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한산부인과학회(회장 구병삼, 이사장 남주현)가 5월 한 달을 여성건강의 달로 선포하고, 계몽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 때문.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도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5대 부인과질환(자궁경부암.난소암.자궁내막암.자궁근종.자궁내막증)의 예방과 치료를 소개한다.
성생활은 건강한 자궁의 지표
부인과질환의 절반은 남성의 책임? 맞는 말이다. 성생활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자궁경부암의 주범으로 지목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여성암 1위의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으로 불결한 위생을 꼽았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자궁점막 세포의 변형을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궁경부암을 성병으로 인식하려는 경향까지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여성의 27%가 HPV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될 정도로 이 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부부 모두 건전한 성생활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예방백신이 개발됐지만 성경험이 없는 여성이 접종 대상이다. 성생활이 시작됐다면 매년 한 차례씩 자궁세포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점막에만 세포변이가 있는 O기에 암을 발견하면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간단하게 조직을 떼어내 완치한다. HPV에 감염됐다고 모두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80%는 증상 없이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흡연, 피임약 사용, 다른 성병의 중복 감염, 영양 상태가 나쁘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기적인 성생활도 필요하다. 섹스는 자궁 근육과 질 내부 조직을 튼튼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갱년기나 노년기 등 폐경 후라도 성생활을 중단하면 그만큼 세균감염에 취약해진다.
체중관리가 자궁 건강을 돕는다
S라인 몸매의 여성은 자궁도 튼튼하다? 맞는 말이다. 비만은 몸매도 망치지만 여성 생식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비만은 신체의 내분비 체계를 변화시켜 세포 분열을 가속화한다. 암의 위험인자가 된다는 뜻이다.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자궁내막암 등도 비만이 위험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비만이 암 발생만을 촉발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미쳐 생리불순.배란장애를 일으킨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비만한 여성은 정상 체중의 여성에 비해 월경 장애가 올 확률이 세 배나 높다. 국내 여성 비만 인구가 20%를 넘고 있다. 특히 폐경기 이후엔 피하지방보다 복부비만이 많이 생겨 여성의 건강을 위협한다. 식탁의 주역은 역시 여성이다. 고지방.고칼로리 식품을 식단에서 추방해야 여성의 자궁이 튼튼해진다. 남편과 아이의 건강도 덩달아 좋아진다. 무리한 다이어트 역시 자궁 건강을 해친다.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식사요법과 운동으로 원활한 여성호르몬 체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운동은 일주일에 5일,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한다. 적당한 체중을 관리함으로써 암에 저항하는 면역력을 높여 보자.
만병의 근원, 부부 대화로 풀자
여성이 화를 내면 자궁이 운다? 맞는 말이다. 자궁은 여성의 마음을 담는 거울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스트레스와 자궁질환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궁이 비정상적인 수축을 하고, 이로 인해 자궁 내 혈액이 정체되거나, 생리혈이 골반이나 자궁근육으로 역류한다. 다리에 생기는 정맥류처럼 골반울혈증후군이 발생해 만성 골반통의 원인이 된다(본지 4월 30일자 건강면 아내의 숨은 병, 만성 골반통에서 소개). 스트레스는 또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한다. 뇌에 있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니 생리과정에 부조화 현상이 나타난다. 생리불순.생리주기 이상을 방치하면 다낭성 난소증후군, 자궁내막 증식증, 무배란으로 인한 기능성 자궁출혈, 자궁근종, 불임 등의 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화병으로 진행돼 갖가지 신체화 증상을 나타낸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애초부터 갈등의 소지를 만들지 않고, 갈등이 시작될 때 설득과 이해로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갈등이 있을 때는 사태를 객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를 바꾸기 힘들면 나를 바꾸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부부 모두가 경쟁지향형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는다면 마찰은 불가피하다.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다면 명상이나 요가.참선 등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익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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