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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미용·패션 및

'맹장', 쓸모없다고?

by 현상아 2007. 5. 17.

'맹장', 쓸모없다고?


아랫배가 갑자기 아프면 '맹장염(충수염)에 걸린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흔히 우리 몸의 맹장은 아무 쓸모가 없는 부위라고 생각한다. 아무 역할도 없이 괜히 병이나 일으키는 골칫거리처럼 여겨지는 맹장. 그러면 우리 몸에 필요 없는 기관이 왜 붙어 있는 것일까? 맹장의 위치는 배의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일까? 맹장에 관련된 질병과 정확한 위치,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해 알아 보자.

 

■ 파충류 이상 고등 동물에만 있어, 길이 5~6m대장 첫 부분에 위치

 

사람이 음식물을 먹으면 식도와 위를 거쳐 소장과 대장을 지나게 된다. 맹장은 소장의 끝 부분에서 대장으로 옮겨 가는 대장의 첫 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며, 길이는 5~6 cm 정도로 짧다. 맹장은 모든 동물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파충류 이상의 고등 동물에게만 있는 것이 바로 맹장이다.

 

그러면 남자는 오른쪽에, 여자는 왼쪽에 맹장이 있다는 말이 사실일까?

물론 아니다. 맹장은 남녀 모두 오른쪽 아랫배 부위에 있다. 맹장의 위치가 성별에 따라 다르진 않지만, 드물게 왼쪽에 있는 사람도 있다.

 

■ 걸어다는 인간의 소화 도와 나쁜 세균과 싸우는 면역 기능도

 

일반적으로 맹장은 별다른 기능이 없어, 이를 잘라 내는 수술을 해도 우리 몸에 무리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왜 별다른 기능이 없는 것이 우리 몸에 있을까?

지금까지 맹장은 흔적 기관이라고 하여 아무 역할도 없고, 공연히 염증이나 일으키는 기관쯤으로 여겨져 왔다. 흔적 기관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예전에는 필요하던 기관이 점차 불필요하게 되어, 지금은 흔적만 남은 기관을 말하는데, 꼬리뼈와 맹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되면서 의학자들은 이런 흔적 기관도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소장은 아래를 향해 있고 대장은 위를 향해 있기 때문에 서서 걸어 다니는 인간이 음식물을 순조롭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소장과 대장의 연결 부분인 맹장이 꼭 필요하다. 또 해로운 세균과 싸우는 면역 기능도 있다.

 

한편 닭, 소 등의 초식 동물은 인간에 비해 맹장이 크다. 특히 닭의 맹장은 10~15 cm 정도로 인간의 2 배가 넘는다. 초식 동물의 맹장 안에는 미생물들이 살고 있어, 식물에 있는 섬유질의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식 동물의 맹장이 큰 이유도,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먹기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 맹장염은 충수에 염증 생긴 것, 원인·증상 다양 빨리 병원가야

우리가 말하는 맹장염은 맹장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사실 맹장염은 맹장의 끝 부분에 매달려 있는 길쭉한 벌레 모양의 충수라는 기관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맹장염이 아니라 충수염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더불어 맹장염 수술은 맹장을 떼어 내는 것이 아니라, 충수를 떼어 내는 수술을 받는 것이다.

 

충수는 고릴라 등의 유인원이나 인간에게만 있는 기관으로, 길이는 약 10 cm 정도지만,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떤 원인에 의해 충수가 막히면 이 안에 세균이 자라나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충수염이다. 예전에는 과일의 씨를 먹거나, 그 이외에 먹지 못하는 물질을 삼키게 되면 맹장에 쌓여 충수염이 생긴다고 생각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충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막힐 수 있으며, 충수염이 생기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충수염의 증상은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증상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배 한가운데 갈비뼈 끝 부분인 명치 부분과 배꼽 주위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입맛도 떨어지며 구토 등이 나타난다. 사실 충수는 모양이 길쭉하고 움직일 수 있어서 꼭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것만은 아니다.

 

치료는 충수를 잘라 내는 수술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며, 비교적 수술이 간단하다. 하지만 충수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이 배 안 전체에 퍼지는 복막염으로 발전돼 위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충수염이 의심되면, 일단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도움말 : 이정호ㆍ세란병원 제1일반외과 과장

박희홍 기자 h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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