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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미용·패션 및

하이힐 중독증

by 현상아 2007. 5. 18.

하이힐을 신으면 가슴과 엉덩이가 도드라져 보이고, 종아리도 가늘어진다고 생각하는 김정아(31)씨. 하이힐을 자주 신은 탓에 발가락 관절이 구부러지고, 굳은 살도 박혔지만 그의 신발장에는 굽 높이 7㎝ 이상 신발이 가득하다. 김씨는 “발 건강을 위해 하이힐을 신지 않으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하이힐보다 운동화가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발 모양이 흉하게 변형되는 등 대가가 만만치 않은데도 하이힐을 고집하는 ‘하이힐 중독자’들이 적지 않다. 하이힐 중독자들은 발이 하이힐에 따라 변형된 탓에 운동화나 단화를 신는 것이 더 불편한 경우가 많다.

인천의 힘찬병원이 1주일에 4회 이상 하이힐을 신는 여성 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이힐보다 단화가 더 불편하다는 사람이 3명 중 1명(36.7%) 꼴이었다. 이들은 단화를 신으면 발바닥(66.7%), 발목(23.8%), 허리(14.2%)에 통증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병원 족부클리닉 황필성 과장은 “종아리 뒤쪽 근육(비복근)이 선천적으로 짧아 하이힐이 더 편한 사람들도 있지만, 하이힐을 오래 신다 보니 발이 변형돼 단화보다 하이힐이 더 편한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하이힐을 오래 신을수록 발 변형과 통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하이힐 중독증은 발 건강에 심각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하이힐을 자주 신으면 발가락이 아치처럼 구부러지는 망치발이 생기기 쉽다. 무게중심이 하이힐 앞부분으로 쏠리면서 하중을 받은 발가락이 망치처럼 구부러지는 것이다. 망치발이 심해지면 발가락의 힘줄이 변형되고 오그라져 나중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뾰족한 구두 앞 모양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방향으로 꺾이는 버선발 기형(무지외반증), 발가락에 체중에 의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발가락 신경이 부풀어오르는 신경종도 하이힐 중독자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발이 이렇게 변형되면 단화가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이힐을 신었을 때 위축된 발바닥의 근막이 단화를 신을 때 펴지면서 당기고 아픈 것이다. 줄어든 힘줄이 펴지거나 뼈가 튀어나온 부분에 압력이 가해지면 통증이 온다.

한번 변형된 발은 원상 회복이 매우 어렵다. 아주 심하게 변형된 경우에는 발가락 뼈를 깎아내거나 신경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버선발 기형은 튀어나온 부분의 뼈를 깎거나 부러뜨리고 다시 붙여 발 폭을 좁히고, 망치발은 줄어든 발가락 힘줄을 펴주는 수술도 한다. 신경종 환자는 부풀어 오른 신경을 절단하는 수술을 한다.

을지대병원 족부클리닉 이경태 교수는 “하이힐을 자주 신지 않는 것이 발 건강에 최선이지만 부득이하게 자주 신어야 한다면 발이 변형되기 전에 맞춤 깔창으로 발 모양이나 자세를 바로잡는 게 좋다. 또 족욕이나 발 스트레칭 등을 수시로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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