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아시아 최고 선진국으로 만든 원동력은 리더십과 관료들입니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만난 취재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공무원 예찬론’을 폈다.
4년째 근무 중인 한국 기업 법인장의 얘기.
“현지 공무원들과 식사할 때마다 오히려 접대를 받아요.
명절 무렵 선물 돌리기나 식사·술 접대는 신경 쓸 필요조차 없지요”
는 “공무원들의 첫마디는 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는 말”이라며
“진지한 기업 모시기에 감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싱가포르에 모기가 없는 것도 청렴한 관료 덕분이라고 한다.
S건설 법인장은 “공무원들이 업자들의 집요한 설계·구조 변경 로비와 뇌물 공세를 물리치고,
모든 하수구의 경사를 물이 괴지 않게끔 절묘하게 조절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의 IMD(국제경영개발원)가 9일 공개한 ‘세계 경쟁력 2007’ 보고서에서도 싱가포르는 세계 1위의 정부 효율성과 우수한 공무원을 바탕으로 경쟁력 면에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국가로 평가됐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공무원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의 비밀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최고 인재에 최고 대우’라는 명제 실천을 꼽는다. 가령 5년차 사무관급 공무원들 중 상위 20%에 해당되면 연봉이 2억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장관 평균 연봉(1억586만여 원)보다 더 많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5년 내 국장, 차관보까지 고속 승진도 가능하다.
장관들의 평균 연봉은 이미 120만싱가포르달러(약7억3000만원)로 세계 1위.
내년부터는 이마저 190만싱가포르달러(약11억7000만원)로 껑충 뛴다.
대신 고시제도가 없고 모든 공무원 자리를 100% 개방형으로 뽑는다.
대졸자 가운데 성적과 면접을 통해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해마다 전체 고교 졸업생 중 10명 안팎의 최우등생에 대해 정부가 해외 유학을 지원하고 사무관으로 특채하는 엘리트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렇다고 일정액이 보장되는 ‘철밥그릇’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매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과 개인별 실적에 따른 연봉제가 엄격하게 실시되는 탓이다.
GDP성장률이 8%를 넘으면 최대 4개월치 월급을 보너스로 받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감봉당한다.
실적 보너스도 월급의 0~7개월치로 개인별 편차가 엄청나다.
한 공무원은 “각료들도 실적 보너스제를 적용받는다”며
“이로 인한 일반 공무원의 급여 차이만 연간 최소 수천만원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공무원들의 ‘물갈이’ 폭은 매년 10%에 이른다.
비리 공무원에 대한 가혹한 ‘채찍’도 특징이다.
대통령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든 공무원들은 매년 빚이 없다는 ‘무부채 선언’을 하며, 자신과 배우자·미성년 자녀들의 재산과 투자액 변동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만약 설명할 수 없는 재산이 발견되면 전액 몰수당한다.
부정행위로 물러난 공무원은 민간 기업에까지 취업이 금지돼 사회적으로 사실상 매장당한다.
시선을 우리나라로 돌려보면 어떤가?
매년 1만명씩 공무원 숫자를 늘려 2011년이면 ‘중앙 공무원 100만명시대’를 맞지만 세계 일류급 공무원 서비스와 경쟁력은 요원하다. IMD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정부 효율성’은 2003년 33위에서 올해 31위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능력과 실적에 따라 ‘신분’과 ‘보상’을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싱가포르의 공무원 시스템은
새삼 눈여겨볼 만하다.
출처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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