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와 꼽추가 있었다. 집이 헐리고 둘은 부동산업자에 속아 아파트 입주권을 싼값에 팔았다. 뒤늦게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앉은뱅이는 꼽추의 도움을 받아 부동산업자를 죽인다. 하지만 이를 지켜 본 꼽추는 앉은뱅이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자네 마음이야.” 꼽추는 앉은뱅이를 떠나 약장수를 따라 나선다. 조세희가 쓴 소설 ‘뫼비우스의 띠’ 줄거리다. 앉은뱅이를 통해 인간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인간은 이렇듯 양면을 지녔다.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뫼비우스의 띠’ 형성원리가 밝혀졌다고 한다. 뫼비우스의 띠는 직사각형 종이의 한쪽 끝을 비틀어 다른 쪽과 이어붙일 때 만들어지는 모양을 가리킨다. 그러면 안과 밖의 구분이 없어진다.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진다. 이 모양을 본떠 무한을 뜻하는 수학기호 ∞가 쓰이고 있다. 뫼비우스는 이를 발견한 독일 수학자의 이름이다. 그런 뫼비우스의 띠가 150년 만에 그 형성원리의 비밀이 밝혀졌다고 한다. 영국의 수학자들이 풀어낸 원리는 다름 아닌 ‘에너지의 밀도차’였다. 구부러진 곳에서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평평한 곳에서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생의 길과 너무 닮았다. 곡절(구부러진 곳)이 있으면 힘이 들고, 평탄하면 수월하게 걸어갈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우리 인생길과 닮은 것이다. 다만 그것을 학문적으로 증명해 보였을 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안과 밖을 넘나드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몸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몸으로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다. 하늘과 땅, 선과 악, 이승과 저승, 실체와 그림자, 과거와 미래도 서로 맞닿아 있다. 밖인가 하면 안이고, 안에 있었는데 어느 새 밖이다. 안과 밖이 없는 것, 그것은 하나에 또 하나가 없는 세상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거나 빼도 하나가 되는 것이다.
겹겹의 문을 열어젖혀도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고, 껍질을 깨뜨리며 발을 굴러도 밖으로 뛰쳐나갈 수 없다. 최고의 반열에 있다거나 누구도 범접 못하는 안전지대에 있다해도 이는 결국 허상일 뿐이다. 우리 인생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
〈김택근 논설위원〉
그러고 보니 우리 인생의 길과 너무 닮았다. 곡절(구부러진 곳)이 있으면 힘이 들고, 평탄하면 수월하게 걸어갈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우리 인생길과 닮은 것이다. 다만 그것을 학문적으로 증명해 보였을 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안과 밖을 넘나드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몸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몸으로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다. 하늘과 땅, 선과 악, 이승과 저승, 실체와 그림자, 과거와 미래도 서로 맞닿아 있다. 밖인가 하면 안이고, 안에 있었는데 어느 새 밖이다. 안과 밖이 없는 것, 그것은 하나에 또 하나가 없는 세상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거나 빼도 하나가 되는 것이다.
겹겹의 문을 열어젖혀도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고, 껍질을 깨뜨리며 발을 굴러도 밖으로 뛰쳐나갈 수 없다. 최고의 반열에 있다거나 누구도 범접 못하는 안전지대에 있다해도 이는 결국 허상일 뿐이다. 우리 인생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
〈김택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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