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인 8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9.3도였다.
평년(1971~2000년 평균) 기온보다 5도 이상 높았다.
아침 최저기온도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7.5도를 기록했다. 절기상으로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가을이 무르익는 10월 중순의 평년 기온보다 2도 이상 높았다.
지구온난화가 계절의 전환점인 24절기마저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사짓는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80여 년 뒤 남해안엔 아예 겨울이 없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입동(立冬), 겨울 문턱 아니라"=1908~2007년의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절기의 최저기온이 100년간 3~4도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0년(78~2007년)간 입동(11월 8일 전후)의 평균 최저기온은 100년 전(1908~37년 평균)에 비해 3.8도나 상승했다.
이 기간 서울의 도시화로 기온 상승이 0.8도 정도(전체 상승의 20~30%)인 것을 감안해도 3도가량 오른 것이다. 100년 전의 한로(寒露.10월 9일 기준)의 기온은 최근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10월 24일 기준) 때 나타난다. 최근 입동의 기온은 입동 직전 절기인 상강의 100년 전 기온과 비슷하다.
봄에는 절기가 하나씩 앞당겨지고 있다. 100년 전 영하 9.8도였던 대한(大寒.1월 20일 기준)의 최저기온은 최근에는 평균 영하 6.4도로 높아졌다. 입춘(立春.2월 4일 기준) 최저기온도 영하 5.8도로 100년 전(영하 8.1도)보다 2.3도가량 올라갔다.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팀장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온도가 낮을 때 크고, 특히 최저기온의 상승이 더 크게 나타난다"며 "과거에 비해 봄은 2주 정도 빨라졌고, 가을은 1주 정도 늦어졌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농사 패턴=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어성화(69)씨는 "70~80년대만 해도 겨울이 다가오는 이맘때엔 농작물 추수하랴, 김장 담그고 겨울 준비하랴 정신 없었는데 요즘은 느긋하다"고 말했다. 그의 농사 경력은 40년이 넘는다. 어씨는 "빨리 추워지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김장을 담글 필요가 없다"면서 "봄에도 과거에 비해 농사준비 시기가 열흘 정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절기도 잘 맞지 않고 날씨도 점점 이상해져 그때그때 일기예보를 보고 농사를 짓는다"고 설명했다.
농업과학기술원 이정택 환경생태과장은 "하지(夏至.6월 22일)를 전후해 하던 모내기도 이젠 5월 중순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벼 종자가 달라지고 새로운 영농기술이 개발된 때문이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이 해마다 짧아지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하루 최저기온이 0도 이하이고 일평균 기온이 5도 이하인 날을 겨울로 구분했을 때 서울의 겨울은 20년대 118일에서 90년대에는 99일로 줄었다.
연구소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090년에는 55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때가 되면 광주.전남.경남 대부분의 지역과 부산.대구.울산, 강릉까지의 동해안 지역에서 겨울이 사라질 수 있다.
대관령 인근에서 스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날도 연간 90일 이하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24절기=농경사회에서는 씨를 뿌리고 추수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를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음력을 사용할 당시에는 날짜와 계절 변화가 잘 일치하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양력으로 따진 24절기가 도입됐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360도) 도는 길, 즉 황도(黃道)를 15도씩 나눈 것이다. 춘분점을 기준으로 해서 15도 이동하면 청명(淸明), 다시 15도 이동하면 곡우(穀雨)가 된다. 농사와 관련된 절기로는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청명, 농사비가 내린다는 곡우,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소만(小滿), 씨를 뿌리는 망종(芒種) 등이 있다. 양력을 사용해도 해마다 하루 정도 오차가 있어 춘분은 3월 21~22일, 청명은 4월 5~6일 등으로 나타난다. 원래 중국 화베이(華北) 지방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한국의 기후와 다소 차이가 나는 데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더욱 차이가 난다.
도움말=한국천문연구원 안영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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