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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세브란스병원촌 12년 '장례문화 실험' 깨지나

by 현상아 2007. 12. 6.

밤샘 조문과 식사.술 접대를 제한해 온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의 12년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상가에선 조문객들이 밤 늦게까지 음식을 나누며 상주를 위로하는 게 도리라는 정서가 워낙 강해서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내년 봄 문을 열 새 장례식장에서 음식과 술 접대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이 병원은 1996년부터 음식.술.담배.화투.밤샘을 금지하는 '5불(不) 원칙'을 고수해 왔다. 최경득 연세의료원 홍보팀장은 "연세대 재단 차원에서 음식물 제공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흡연과 도박은 공중위생법으로도 금지된 사항이어서 기존 방침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과 화투는 다른 병원 장례식장에서도 대부분 금지하고 있다.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으나 식사 제공은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약 20개의 분향소가 설치될 새 장례식장은 실별로 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접객실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병원의 기존 장례식장에는 개별 접객실이 없었고, 식사를 하려면 식권을 받아 별도로 마련된 공동 식당을 이용해야 했다.

음주 허용 여부는 병원 내.외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독교 이념을 따르는 재단에서 음주를 허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재단 내부에서는 아직은 강한 편이다. 그러나 조문객의 정서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회사원 최진기(38)씨는 "조문 뒤 밥만 먹고 일어나서 나올 수도 없는데 술이 없으면 맨송맨송해서 장시간 앉아 있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세브란스 장례식에 갔다 오면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궁기(정신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드러내지는 못해도 술을 먹으며 밤 늦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조문 방식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많다"며 "다양한 형태의 조문 방식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경쟁=병원 수익 면에선 '5불 원칙'이 큰 부담이다. 종합병원의 경우 환자 진료로 벌어들인 돈에서 비용을 제외한 이익률은 0.9%정도다. 장례식장.주차장 같은 부대 사업을 포함하면 이익률은 두 배로 늘어난다. 그만큼 장례식장이 알짜배기 장사인 것이다. 일부 병원은 진료 부분에서 난 적자를 장례식장 수익으로 메우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 등은 이미 3~4년 전 장례식장을 증.개축했다. 또 면적이 330㎡가 넘는 접견실을 갖춘 초대형 분향소를 만들고 VIP 고객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경영 상황이 가장 좋은 '빅5' 병원에 속하지만, 장례식장 수입은 다른 병원만 못하다. 5불 원칙을 고수하는 사이 한 달 최대 300여 건이던 장례가 100건대로 줄었다. 유족들이 장례식장 문제 때문에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종을 하고도 장례는 다른 곳에서 치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브란스 장례식장 관계자는 "밤샘 조문과 식사.술 접대 허용 여부에 대한 재단의 최종 결정에 따라 새 장례식장의 개장 시기(3~5월)와 내부 구조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파란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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