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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정신생리성 불면증’ 의심 되는...

by 현상아 2007. 12. 30.
배우 김태희가 백주대낮에 침대 매장에서 낯선 침대에 누워 달콤한 잠에 빠진다. 그리고는 눈을 반짝 뜨며 “잘 잤다”는 멘트와 함께 침대를 사겠다고 카드를 내민다. 현명한 구매를 한다는 한 카드회사 TV 광고다.

 


연기를 떠나 실제로 그렇게 잠을 잤다면 ‘김태희’라는 인물은 수면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이렇다. 보통 대낮에 낯선 공간, 낯선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도 쉽게 푹 잘 수 있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야간 수면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아침 기상 후 8시간 정도가 지나면 낮에도 졸음이 밀려 올 때가 있다. 그래도 밤 수면의 양과 질이 좋다면 ‘픽’ 쓰러져 잠들 정도는 안 된다. 만약 그랬다면 역으로 야간 수면을 조사해 봐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의심스러운 수면 질환은 ‘코골이’다. 최대 80데시빌(㏈)대에 이르는 소음이 나오는 코골이는 특이한 수면습관이 아니다. 질병이다. 누가 옆에서 코를 골고 자면 다들 “얼마나 곤하게 자면 코까지 고냐”고 그러는데 의학적으로는 “얼마나 잠을 못 자면 코까지 고냐”고 하는 것이 맞다.
코를 골면 수면 시 산소 호흡이 원할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 뇌가 ‘반(半) 각성’ 상태가 된다. 대개 하루 밤에 1~3회는 꼭 깨어났다가 다시 잠든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이 안 되는데 뇌가 아무 생각 없이 잘 수는 없다. 코골이가 있으면 수면 중 숨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낮잠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코골이는 깊은 수면 단계로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몸과 뇌의 기능을 회복하는 호르몬 분비에도 이상이 초래된다. 따라서 아무리 8시간을 잤다고 해도 코를 곤 경우라면 거의 ‘날 밤’을 샌 거나 다름없다. 만성 수면 부족과 피로 상태가 되니, 환한 대낮에 아무데서나 천연덕스럽게 자게 된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내가 그래도 낮에는 잠을 잘 잔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실제는 밤에 못 자서 낮에 자는 것이다.

‘김태희’라는 인물은 혹시 ‘정신생리성 불면증’ 일 수도 있다. 자기 침실에서는 잠들기 어렵다가 오히려 낯선 곳에서 잘 자는 유형의 불면증이다. 평소 만성불면증에 시달리던 사람이 여행 중에 곤히 잘 자거나, 생소한 장소에서는 잘 자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환자는 수면다원검사를 위해 병원에서 1박을 하며 잘 때도 아주 잘 잔다고 한다. 분명 집에서는 밤을 하얗게 세웠는데 정작 ‘불면 검사’ 받을 때는 쿨쿨 자는 경우다. 낯설어야 잠을 잘 자니 팔자도 요상하다. 어찌됐건 ‘똑똑한 김태희’라면 수면다원검사에도 카드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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