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여대생 열 명 중에 일곱 명은 '골드 미스'를 소망하고, 다섯 명은 실버미스로 살아갈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슬슬 문화가 바뀌더니 요즘은 여성들이 결혼보단 일로 자기성취욕을 달성하고 돈도 많이 벌겠다고 난리다. 능력 있는 여성이 되어 자신의 경제력으로 고급문화를 즐기면서 살겠다는데 말릴 재간이 없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산부인과 의사로서 싱글여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지난 연말에 신문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 여성 중 주 출산연령층(25~34세)의 절반 이상이 미혼이고, 특히 2534 싱글여성 중 67%가 정기적으로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통계기사가 눈에 띄었다. 혼전순결의 중요성 때문에 하룻밤 운우지정(雲雨之情)일지라도 결혼을 선택해야 했던 4050세대로선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싱글여성들의 피임이다. 결혼을 영영 하지 않고 늙어갈 자신이 있다면야 모르겠지만, 갈대 같은 여자의 마음을 감안한다면 피임방법을 선택하는데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혹 잘못된 피임법으로 불임이 될 수 있다는 걸 고려해서다.
놀라운 사실은 출산경험이 없는 싱글여성이 체내에 기구를 삽입하는 루프피임법을 가장 선호한다는 것이다. 루프는 자궁 안에다가 이물질(구리)을 삽입해서 그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염증을 유발하고 유발된 염증반응이 수정란이 착상되는 걸 막는 피임법이다. 주로 출산을 마친 주부들이 선호하는 방법인데,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여성 사이에 루프 피임법이 유행이라니 정말이지 큰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늦은 결혼과 오랜 피임으로 말미암아 불임이 연 15만 명이 넘는 현실인데 말이다.
루프 삽입시 나중에 제거할 것을 대비해서 루프 끝에 실을 매달아 질 속에 늘어뜨려 놓게 되는데, 이 늘어진 실이 질내 세균들이 자궁 속으로 들어가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어 버린다.자궁을 보호하는 점액이 기능을 상실하는 건 시간문제. 더군다나 요즘처럼 애널섹스 같은 비정상적인 성행위가 늘고 있는 현실에선 염증을 더 걱정해야 한다. 자궁 내막과 나팔관으로 번진 염증이 정자 난자의 수정과 착상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불임클리닉을 찾는 여성들 중엔 과거에 루프사용을 했던 경우가 더러 있다. 그녀들은 '루프를 제거했는데 임신이 잘 안 된다'고 말한다. 웬걸, 제거했다는 루프가 자궁내막 속으로 파고들어가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녀들은 '강렬한 섹스때문에 평소 출혈이 있었다'고 말하겠지만 순전히 루프 때문이었다. 자궁내막 속으로 파고들어간 루프는 깊은 흉터를 남기고 임신을 방해했던 것이다. 성 개방 수위가 높아진 시대에 살면서 혼전순결을 요구할 순 없는 일이다. 누구나 섹스를 즐길 권한이 있고 자유로운 섹스라이프를 고집할 수 있다. 다만, 자식을 안 낳더라도 자궁이 건강해야 사랑도 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선 '생리불순이 매년 6억 시간의 노동력 상실과 2백만 달러의 생산성 감소를 발생시켰다'면서 '여성의 생식기 건강을 위해 피임약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자궁은 쾌락을 위한 놀이공간이 아니라 새 생명을 잉태하는 성지(聖地)와 같은 땅이다.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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