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만사 이모저모/(구)세상사 이모저모

보름간 만든 인수위 보고서 질타

by 현상아 2008. 1. 14.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보고한 1차 종합업무보고서에 대해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이 정도 보고서는 국회 가서 보고해 본 베테랑 부처 국장이면 1~2시간이면 만들겠네요.”


 4개 분과위와 1개 특위에서 155개 국정과제를 선정, 종합한 보고서를 본 뒤 기대에 못 미친다는 듯 농담을 섞어 핀잔을 준 것이다. 그러자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머쓱한 표정으로 “국장도 한 시간에는 힘듭니다”라고 말을 받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당선인은 “보고서를 보니 인수위원들이 고생 많이 했다는 것은 알겠다”며 “하지만 새 정부가 표방한 국정운영 방향이 ‘창조적 실용주의’인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탁상공론보다 고객 수요와 현장 확인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이 엿보인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4시간40분 동안 ‘경제 분야→비경제 분야’ 순서로 보고를 받으면서 국정과제별로 자신이 평소 생각해온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러느라 이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은 점심식사도 낮 12시40분쯤 배달된 도시락으로 때웠다. 한 참석자는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80여 명이 지난 보름 동안 만든 보고서보다 이 당선인의 아이디어가 낫더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앞으로 주 1~2회 간사회의에 참여해 함께 협의하겠다”며 회의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참석자들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이 당선인의 주요 발언록.

 ▶유류세 인하 관련=“유류세 인하하면 큰 차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한테만 혜택이 가는 것 아니냐. 차로 영업하는 서민들이나 경차 모는 사람들한테 혜택 돌아갈 방법을 집중 고민하라.”

 ▶통신료 인하 관련=“문제가 많이 쓰는 건지 요금체계인지, 아니면 독과점인지 알아야 한다. 일단 연령대별 사용량 통계부터 만들어라. 할인을 해도 이걸 바탕으로 해야 한다. 무작정 내리면 그만큼 더 쓸 수 있으니 대책도 생각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집값이 오르는 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리고 요즘 모델하우스 가보니 마감재를 독일제로 쓰더라. 미국제만 써도 원가가 공개되니까 그러는 모양인데 이런 꼼수 없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하라. 우리 기술도 마감재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관광수지 관련=“관광수지 개선 방안을 관광협회 사람들과 백날 얘기해 봐야 답이 안 나온다. 관광협회는 우리 관광객을 외국으로 내보내야 이익 남는 사람들 아니냐. 발상 전환을 하라.”

 ▶교육개혁 관련=“국민 오해를 풀어라. 특히 공교육 강화 방안이 부족하다. 그러니 사람들이 사교육 천국이 될까 걱정한다. 입시 자율화 3단계도 이해하기 힘들다. 정말 학부모 입장에서 마음에 와 닿도록 준비하라.”

 ▶농협 관련=“전국을 다녀보니 일모작인 한국에서 농가마다 농기계가 있더라. 농기계 사느라 융자받고 그러다 고장 나면 또 못 쓰고… 농기계회사만 좋은 일 시킨다. 농협이 소유한 농기계를 대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 지역적으로 남에서 북으로 돌려쓸 수 있을 거다. 아예 농기계 기술자까지 붙여 빌려주면 농민들이 다른 부가가치 높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다. 농기계 업체는 삼모작 하는 중국 같은 시장을 개척하면 된다.”

글=남궁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