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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업체 초비상-'식파라치' 기승

by 현상아 2008. 3. 22.

국내 굴지의 식음료업체인 A사의 이모과장은 최근 한 소비자의 협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회사 제품에서 벌레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소비자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해 거절하자 인터넷과 소비자고발센터 고발을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한 소비자가 A사가 생산하는 초콜렛 제품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고객상담실에 전화신고했다. 이과장이 서울 가산동 소비자 집까지 직접 �아갔다.

소비자가 보여준 초콜릿 과자는 이미 유통기한이 한달 가까이 지나 있었고 작고 노란 애벌레 두 마리가 과자속에 들어있었다.

이과장은 그간의 경험으로 벌레가 열을 받은 흔적이 없고 압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생산공정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직도 통통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소비자가 뜯어 놓은 이후 들어간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는 자신이 사서 봉지를 뜯었을 때 이미 벌레가 있었다고 우겼다.

수거해서 정밀 조사해 보겠다고 했으나 소비자는 증거를 없애려 한다며 넘겨주지 않았다.

그리고 정신적인 충격을 심하게 받았다며 2000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이과장이 인사 차원에서 가지고간 다른 위로품도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이 과자의 판매가는 1500원. 소비자가 제품의 수거를 거부해 벌레의 종류나 출처도 알 수 없고 원인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상상도 못할 보상 요구에 A사 고객센터 전체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생쥐머리 새우깡 사건 이후 식음료 이물질 제보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호기를 노린 ‘블랙컨슈머’마저 기승을 부려 관련업체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블랙컨슈머란 상습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은어. 악성이란 뜻을 가진 블랙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의 합성이다.

식품업의 경우 식파라치란 고유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식파라치들은 유통기한이 넘은 식품들을 전문적으로 찾아내거나 변질 혹은 이물질이 든 제품을 찾아내 관련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에게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행위를 일삼는다.

업체가 이같은 보상요구를 거절하면 이들은 ‘인터넷이나 언론에 제보하겠다’ ‘식약청 혹은 소비자고발센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

식품 이물질 피해 제보의 경우 원인규명에 관계없이 인터넷이나 언론에 보도될 경우 업체는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고 매출손실로 이어진다.

더우기 최근 이같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는 있는 상황에서는 마녀사냥감으로 전락하기 일쑤. 이 때문에 식음료업체들은 블랙컨슈머의 가장 만만한 먹이감이 돼 시달리고 있다.

또 다른 식품업체 H사도 얼마전 제품에서 철심이 나왔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다.

끓여 놓은 제품속에 1센티 가량의 구부러진 철심이 들어있었다.

대기업 식품업체들은 대부분 마지막 원료처리단계에서 고성능 자석으로 금속성 물체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사하고 걸러내고 있다. 철심이 들어 갈수있는 가능성은 거의 제로 수준.

소비자에게 공정을 설명했으나 오히려 “사람을 뭐로 보는 거냐” 며 노발대발 했다.

그리고 “삼켰으면 어쩔뻔 했나. 아찔한 생각에 잠도 못자고 있다”등등 어려움을 토로하며 50만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H사는 억울했지만 결국 줄다리기 끝에 10만원을 주고 제품을 수거해왔다.

주류업체인 B사도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소비자가 술병속에 병조각이 들어 있다는 신고를 해왔다. 찾아가 보니 따개가 따진 술병속에 다소 굵은 유리조각이 여러조각 들어있었다.

소비자가 제품을 수거해가지 못하도록 해 그 자리에서 거름망을 넣고 유리조각을 걸러내 보았다.

해당 술병은 초록색이었는데 병속에서 나온 유리조각은 짙은 파란색이고 유리두께도 술병과 전혀 달랐다.전사를 통털어 파란색 병을 쓰는 일이 없는 B사로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유리조각을 가지고 회사로 돌아와 공장및 연구소등에도 자문을 구했지만 제조공정상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악의적인 조작이라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렸다.

그러나 조작이라는 증거가 없어 결국 소비자에게 자체 생산하는 양주1박스를 보내고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소비재를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소비자문제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에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57.5%가 월 1회 이같은 블랙컨슈머의 민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이러한 악성클레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터넷ㆍ언론유포 위협(68.9%) ▲폭언(46.8%) ▲고소ㆍ고발위협(21.8%) 등의 애로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악성 민원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지만 사실여부를 가려 내기가 쉽지 않아 업체에서도 소비자들의 민원을 곧이 곧대로 들어줄수없는 실정“이라며 "이같은일을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나 규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 신문:최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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