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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by 현상아 2008. 5. 22.

[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2003년 봄 워싱턴 주 골든벨(Goldendale)에서 한쪽 뇌와 목 근육 깊은 곳까지 도려내어지고 생식기와 양쪽 눈·혀가 뽑혀 온데간데없는 아홉 달 된 수소 한 마리가 어느 날 발견된다. 하지만 소 주위에는 사람의 흔적도 소가 죽기 직전 몸부림 친 흔적도 전혀 없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소는 아주 건강했었다고 소 주인은 말한다? 


이와 같은 의문투성이의 섬뜩한 살육 광경을 목격하는 것으로부터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고려원북스)>는 시작된다.


이 책을 쓴 '콤 켈러허(Colm A. Kelleher, Ph. D.)는 세포학·분자생물학 분야에서 15년의 연구경력을 가진 생화학자로, 10년 가까이 법의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하여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밝혀내는 데 힘쓰고 있다.


 

 

 


▲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겉그림 
ⓒ 고려원북스 
 


처참하게 살해된 소. 누가 왜 그랬는지, 한 달이 지나도록 어떤 단서조차 잡지 못하는 사이 같은 장소에서 3마리의 소가 똑같은 방식으로 살육 당한다. 그리고 6개월 후인 12월 9일, 홀스타인 젖소 한 마리가 도살된다.


이 홀스타인 암소는 도살장 밖에서 도살당하지 않았다면 미국 당국에 발견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 있던 그런 소였다. 그럼에도 도살된 암소의 뇌가 아이다호주 에임스시에 있는 미국 농무부(USDA) 산하 국립가축실험실의 광우병 실험실로 옮겨진다.


그리고 며칠 후인 12월 23일,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최초로 광우병에 걸린 홀스타인 젖소를 워싱턴주의 맵톤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번즈모세스레이크 육류회사에 다니는 '데이브 로탄'이라는 사람이 난자당한 소를 본 경험을 발표하면서 도살당한 후 광우병 소로 판정된 홀스타인 젖소에 대한 어떤 중대한 증언을 한다. 로탄은 홀스타인 젖소를 도살한 장본인이다.


"그는 광우병에 걸린 소가 '기립불능소'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 소는 외견상 매우 건강해보였으며 소를 도살하게 된 이유는 트레일러의 경사로를 올라가려하지 않고 뒷걸음질만 해서 트레일러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다른 소를 짓밟을까봐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즉, 미국 정부로 하여금 광우병 발생을 발표하게 한 홀스타인 젖소는 외관상 건강했으며 멀쩡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무엇을, 어떤 사실을 우리에게 말하는가!


번즈모세스레이크 육류회사에서 4년째 일하고 있던 로탄은 당시 자신이 도살한 다른 소들까지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로 능숙한 기술자였는데, 그의 "홀스타인 젖소가 외견상 매우 건강한 상태"라는 주장이 진실임을 소를 실어 온 트럭운전사와 도살장 관리인이 증언한다.


'정부책임계획사업단'이란 시민 감시기구의 수사에서도 로탄의 말이 오류나 거짓이 아닌 진실로 밝혀진다.


"로탄의 증언은 축산업에 충격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농무부의 정책은 결국 도박과 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기립불능소만이 광우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지만, 로탄의 증언으로 정책의 허점이 드러났다. 그것은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소들도 광우병에 걸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로탄과 농무부 사이의 대립적인 의견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신문의 1면에는 실리지 못했다."


'데이브 로탄'은 미국 정부가 광우병 발표를 한 몇 주 후 상사로부터 "경기가 좋지 않아"라는 이유로 결국 해고당하고 만다. 또한, 언론의 관심을 끌지만 여러 사람에게 알려질 가능성이 많은 1면에는 실리지 못했다? 이렇게 은폐된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은?


저자에 따르면, 2003년 당시 미국에서 매년 도축되는 3500만 마리의 소중 기립불능소로 분류되는 것은 20만 마리. 그중 2만 마리만 광우병 여부 실험을 한단다. 따라서 홀스타인 젖소가 로탄에게 도살당하지 않았다면 미국 농무부가 광우병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없었을 것이라는 것. 설사 기립불능소에서 광우병을 찾는다 해도 기립불능소의 10%만 광우병 검사를 하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것. 저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만약 로탄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미국에서의 첫 광우병 소는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이미 많은 광우병소가 시장에 유통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놀라운 사실이다."


로탄의 말과 또 다른 사람들의 증언,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들이 현재 20개월, 혹은 30개월로 광우병 발생 위험을 판단하는 것이나, 혹은 광우병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안전하다, 살코기는 안전하다 등과 같은 기준은 그다지 믿을만한 것이 아님을 고민하게 한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이미 광우병이 발생했다?

 


 
▲ 1974년~1977년사이 60마리 이상의 소들이 어떤 연구 목적으로 몬태나의 그리이트폴에서 도륙됐다. 이것은 질병을 은밀하게 관찰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인가? 
ⓒ 책속에서 
 

 

 

 
▲ 리처드 마시 박사 
ⓒ 고려원북스 
 

 

저자는 책속에서 '리처드 마시' 박사가 1980년대에 이미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책속에는 1970년대에 이미 어떤 목적을 위해 도륙된 소의 사진이나 그 실례들이 충분하게 소개되고 있어서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광우병과는 또 다른 사실들을 충분히 짐작해보게 한다.

 

흔히 우리에게 BSE(소해면상뇌증)에 걸린 소, 즉 광우병 소들은 '주저앉는 소'로 알려져 있다. 또한 BSE에 감염된 소들은 대체적으로 감염된 지 몇 년이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걸 생각하면 광우병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멀쩡한 소로 도축되지만 광우병이 이미 소의 세포를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로탄처럼 진실을 말했다고 해고당하고, 지대한 관심에도 신문 1면에 실리지 않았던, 이렇게 은폐하고 조작된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은?

 

끔찍한 상황이지만, 솔직히 이 책의 첫 주제인 이 글을 읽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광우병을 진단한 사실이 있다"거나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등의 소문들이, 일부 사람들이 괴담으로만 몰아붙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책 속 근거들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15장,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8~13%는 인간광우병일 수 있다' 편도 미국 농무부의 의도적이고 무관심한 광우병 검사의 허점으로 이미 광우병에 걸렸음에도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로 유통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들의 위험한 진실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모두 22장. 저자는 '광우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광우병은 누구(가이듀섹 등)에 의해 어떻게 발견되었으며 그동안 국가(영국이나 미국 등)들은 어떤 태도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광우병을 둘러싼 음모와 협박, 은폐 속임수', '광우병의 현재와 미래(?)' 등을 22개로 나누어 조목조목 근거와 실례를 들어 주장, 혹은 고발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곧 광우병 수입?

 

 

 주요 목차

 
 

▲유전적으로 전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CJD(인간 광우병)에 취약한 이유는 다른 민족과 피가 덜 섞였기 때문?

 

▲2010년경, CJD 질병이 최고점에 도달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8-13%는 인간광우병일 수 있다?

 

▲미친소 못지않게 위험한 미친 사슴(광록병), 급속한 전염병의 확산은 시간문제다?

 

▲미국산 광우, 살코기도 안전하지 않다?

 

▲리처드 마시 박사는 1980년대에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증거를 발견했다

 

▲치료를 위해 내 몸에 이미 광우병이 들어와 있을 수도 있다?

 

▲광우병 환자가 생각보다 덜 알려지는 것은 전염 공포 때문에 부검을 꺼리기 때문?

 

▲건강한 소도 광우병에 걸렸을 수 있다?
 

 


광우병을 20년 넘도록 붙잡고 있는 저자 못지않게 2명의 역자와 감수자 역시 국내 광우병 전문가들. 이들 역시 본문에 앞서 저자의 주장들을 뒷받침하는 끔찍한 현실을 서술하고 있다.

 

때문에 책은 훨씬 설득력 있고 생생하다. 전문적인 용어와 그에 대한 증상(광우병을 비롯한 광록병 등)이나 관련 지식들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 심장이 오므라들 듯한 공포도 느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함께 광우병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달리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잠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우리들이 수입하기로 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가 아닌 광우병이란 생각까지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는 거대하고 끔찍한 다큐멘터리, 일어나지 말았으면 싶은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면서 끔찍하다. 그래서 흥미로운 이 책이 쉽게 읽혀지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오늘 이 순간, 광우병을 수입해야만 하는 협박 속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오마이뉴스 : 김현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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