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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별미 및

부침개는 추억이다!

by 현상아 2008. 7. 3.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엄마가 노릇노릇 부쳐주던 부침개가 떠오른다. 구들장에 앉아 온 가족이 젓가락으로 쭉쭉 찢어 먹던 부침개. 김치, 부추 어떤 재료라도 밀가루 반죽에 섞어 지저내면 제맛인 간식거리다. 장마철이면 여지없이 생각나는 부침개 속으로.




부침개는 여름의 끈기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의 감자전
사진 박종혁 기자


“어릴 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언니, 동생 둘러앉아 지짐을 부쳤어. 채소를 썰고 반죽을 만들며 삼자매가 복닥복닥 손을 놀렸지. 여름엔 온 천지가 풋것들이거든. 부추, 고추, 호박… 지천에 널린 채소를 굵직굵직하게 썰어 뽀얀 밀가루 반죽에 섞어 부침개를 부치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냄새에 수다꽃을 피웠지. 고소한 냄새가 집안 전체에 진동을 하면 자매끼리 젓가락 싸움을 하며 찢어 먹던 그 맛이 지금도 잊히질 않아. 
해마다 장마철이면 동생들과 부쳐 먹던 부침개가 생각나. 둥근 애호박은 굵직굵직하게 썰고 감자도 송송 채 썰어 밀가루 반죽에 섞어 노릇하게 지져내면 푸릇푸릇한 여름채소가 ‘나 좀 봐요’하는 것 같잖아. 예쁘게 모양 잡을 필요가 뭐 있어? 생긴 대로 둥글고 넓적하게 부쳐진 부침개가 바로 제맛이지.
평범하지만 향수로 즐기는 부침개. 이젠 연구원 선생들과 이따금 지져 먹곤 하지. 햇감자를 강판에 갈아 송송 썬 풋고추만 얹은 감자전. 그 깔끔한 감자 본연의 맛이 한옥집 가득 풍겨나면 나눠 먹는 사람들도 담백해지거든. 음식도 사람도 개운한 게 좋아.”


감자전


재료 감자 3개, 풋고추 4개, 붉은고추 1개, 녹말가루 3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감자 2개는 껍질을 벗기고 물이 담긴 볼에 강판을 대고 간다. 건더기는 건져내 물에 한번 헹궈 꼭 짜고 갈은 물은 그대로 두어 녹말을 가라앉힌다.
2 남은 감자는 곱게 채 썰어 물에 헹군 후 소금물에 절인다.
3 풋고추와 붉은고추는 송송 썰어 씨를 털어낸다.
4 감자 건더기와 가라앉은 녹말, 녹말가루를 합한 다음 채 썬 감자, 고추를 넣어 섞고 소금간을 한다.
5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④를 한 국자씩 떠서 둥글게 편 후 밑이 노릇하게 지져지면 뒤집어 누르면서 지진다.


부침개는 잔정 담은 간식이다!
이혜승 아나운서의 김치해물전

사진 안호성  요리 스타일링 형님(noda+ 02-3444-9634)  헤어 & 메이크업 김석·김민정(노주원 헤어그라프) 스타일리스트 유민희


“비오는 날 가장 생각나는 건 뭐니뭐니 해도 바로 부침개예요. 온몸 가득 습한 기운이 내려앉은 날엔 따끈따끈하게 부친 김치전이 생각나죠. 따뜻하고 고소한 맛이 축축한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주거든요. 살짝 고백하자면 대학 가고 나서야 김치를 좋아하게 됐어요. 김치, 파, 양파… 특유의 강한 맛이 싫어 멀리했지요. 새내기 시절 처음 먹어본 동동주와 김치전은 황홀할 정도로 놀라운 맛이었어요. 김치전 속에 감춰진 송송 썬 김치들의 아삭아삭한 풍미를 그제야 알게 됐지요. 바삭바삭하게 익은 테두리부터 촉촉한 중심부까지 조금씩 뜯어먹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고요.
결혼 2년차, 휴일 오후에 가끔 김치전을 부치곤 해요. 김치를 잘게 송송 다지고 냉동실에 숨겨진 해물들을 총출동시키죠. 새우, 조갯살, 오징어… 부드러운 해물과 김치의 감칠맛이 더해져 입맛을 살리는 데도 최고죠. 잔손 가지 않으면서도 정성이 가득 담긴 부침개. 잔정을 가득 담은 담백한 김치해물전, 한번 드셔보실래요?”


 

김치해물부침개


재료 김치 100g, 오징어 1/2마리, 새우(중) 10마리, 조갯살 50g, 밀가루 1컵, 물 1컵 반, 전분 2큰술, 소금·올리브유 약간


만드는 법
1 김치는 소를 털어낸 다음 굵게 다진다.
2 오징어는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후 얇게 채 썬다.
3 새우와 조갯살은 소금물에 살살 씻어 체에 밭쳐둔다.
4 볼에 밀가루, 전분가루, 물을 넣고 가루가 뭉치지 않게 고루 섞는다.
5 ④의 반죽에 김치와 해산물, 소금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6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반죽을 동그랗게 올려 노릇노릇하게 앞뒤로 지진다.

작가들의 추억 속 부침개 열전
사진 강현욱  요리 김은경(쿠킹노아)

김종해 시인의 녹두전
맷돌을 돌린다
숟가락으로 흘려 넣는 물녹두
우리 전가족이 무게를 얹고 힘주어 돌린다
어머니의 녹두, 형의 녹두, 누나의 녹두, 동생의 녹두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녹두물이
빈대떡이 될 때까지 우리는 맷돌을 돌린다
<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中 _ 문학세계사


 

 

수수장떡


 

재료 수수가루 1컵, 부추 30g, 고추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식용유 약간


 

만드는 법
1 부추는 깨끗하게 씻어 1cm 길이로 썬다.
2 수수가루에 부추, 고추장, 마늘을 넣고 잘 섞는다. 반죽할 때 물을 넣지 않고 빡빡한 느낌이 들도록 섞는다.
3 동글고 납작하게 빚어 채반에 한 장씩 펴놓고 하루 동안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4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말린 장떡을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전유어


 

재료 대구살 100g, 물 1컵, 밀가루 1/2컵, 붉은고추·풋고추 1개씩, 소금·후춧가루약간씩


 

만드는 법
1
대구는 한입 크기로 도톰하게 포 뜬 다음 소금, 후춧가루로 밑간한다.
2 고추는 씨를 털어내고 송송 썬다.
3 볼에 밀가루와 물을 섞어 밀풀을 만든다. 대구포에 밀가루를 고루 묻히고 밀풀에 담갔다 꺼낸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군 다음 생선을 얹어 지진다. 뒤집기 전에 송송 썬 붉은고추와 풋고추를 한 개씩 올려 장식한다.


 

녹두전


 

재료 녹두 1컵 반, 다진 돼지고기 100g, 김치 2줄기, 당근 1/3개, 파 25g, 찹쌀가루 2큰술, 잣 1큰술, 물·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
1 녹두는 4시간 정도 불린 후 찹쌀가루, 잣, 소금, 물과 함께 믹서에 곱게 간다.
2 김치는 소를 털어내고 송송 다진다.
3 당근과 파는 잘게 다지고 다진 돼지고기, ①과 섞어 반죽을 만든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녹두 반죽을 원하는 크기로 동글게 얹은 후 김치를 동그랗게 올린다. 노릇하게 익으면 뒤집어 지진다.


 

황석영의 ‘장떡’
어머니는 언제나 없는 재료로 아이들이 좋아할 뭔가 색다른 반찬들을 만들어내셔야 했다. 그럴 때 등장했던 것이 바로 ‘장떡’이었다. 훨씬 뒤인 1970년대에 와서야 어머니가 정식으로 만든, 어릴 적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진짜 장떡을 먹어보고야 당시의 그것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 당시 된장국과 김치 한 보시기만 달랑 올려놓기가 거북했을 때에 급조했던 장떡은 우리 형제들에게는 대단한 특식이요 별찬이었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장떡 지지는 냄새를 풍기면 우리 어린 것들은 둥그런 밥상 주위에서 “야 장떡이다 장떡!”하며서 맴돌았다.
<황석영의 맛있는 세상> 中 _ 향연


 

단호박전


 

재료 단호박가루 1/2컵, 부추 30g, 물 1컵, 붉은고추 1개, 애호박 1/2개,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단호박가루에 물, 소금을 넣고 잘 개어 반죽을 만든다.
2 붉은고추는 송송 썰고 부추는 1cm 길이로 썬다. 애호박은 잘게 채 썬다.
3 ①의 반죽에 붉은고추, 부추, 애호박을 넣고 잘 섞는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부쳐낸다.


 

해물파전


 

재료오징어 1마리, 새우·조갯살 100g씩, 달걀노른자 2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밀가루 2컵, 물 1컵, 실파 200g, 붉은고추·풋고추 1개씩


 

만드는 법
1 새우와 조갯살은 소금물에 살살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
2 오징어는 껍질을 벗겨 링모양으로 가늘게 채 썬다.
3 밀가루, 물, 소금을 볼에 담고 가루가 보이지 않도록 섞어 반죽을 만든다.
4 실파는 끝부분만 잘라 손질한다. 고추는 씨를 털어내고 어슷 썬다.
5 팬에 기름을 두르고 실파를 펼쳐놓은 다음 그 위에 반죽을 붓는다.
6 오징어와 새우, 조갯살을 얹고 반죽을 살짝 덮은 후 노릇하게 앞뒤로 지진다.


부침개는 나눔이다!
주부 최윤정 씨의 부추전
사진 박종혁기자


 

“부침개는 참 헤퍼요. 한두 장만 부쳐 먹어야지 싶어 반죽을 하다 보면 매번 두세 장이 더 나오거든요. 왠지 반죽그릇에 부침가루와 부추가 가득차야 마음이 풍요로워져 조금 욕심내다 보면 금세 양이 넘쳐버리죠. 어느 날인가부터 따끈한 부침개를 이웃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앞집, 딸아이 친한 친구 아영이네까지 말이죠. 그 뒤로 틈만 나면 부추부침개, 김치전을 부쳐내 이제 동네에서 ‘부침개 여사’로 불린다네요.
평평하게 부쳐진 부침개 속에선 매운 양파도 달디단 천연조미료로 둔갑하지요. 부침개 속엔 영양과 온정이 들어 있어요. 혼자 먹는 쓸쓸한 밥상 대신 여럿이 조금씩 나눠 먹는 부침개… 우리 아파트의 자랑거리랍니다.”


 

부추전


 

재료 부추 150g, 새송이버섯 2개, 호박·양파 1개씩, 새우 200g, 오징어 1마리, 달걀 2개, 부침가루 5컵, 물 2컵, 포도씨유 약간


 

만드는 법
1
부추는 손질해 깨끗이 씻어 5cm 길이로 썬다.
2 호박은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였다 거즈로 감싸 물기를 짠다.
3 양파는 아삭거리는 질감만 느낄 수 있도록 잘게 썬다. 새우와 오징어는 손질해 다지고 새송이버섯은 채 썬다.
4 달걀, 부침가루,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든 다음 부추, 호박, 양파, 새송이버섯, 해물을 넣고 고루 섞는다.
5 달궈진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반죽을 한 국자씩 떠넣어 노릇하게 구워지면 뒤집어 지진다.


 


기획 이미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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