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동남쪽 끝 슬로베니아와 접한 국경도시 무레크(Mureck). 인구 1,700명인 이 마을은 세계 최초 에너지자립마을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마을사람들이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한다.
지구촌 환경보고서_오스트리아 무레크
석유 없이 사는
에너지 자립마을, 무레크에 가다
글 ·사진 이유진
오스트리아 동남쪽 끝 슬로베니아와 접한 국경도시 무레크(Mureck). 인구 1,700명인 이 마을은 세계 최초 에너지자립마을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마을사람들이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한다. 폐식용유를 이용한 세계최초 바이오디젤 주유소와 나무칩을 이용한 지역난방회사, 가축분뇨로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전기회사를 통해 170퍼센트 에너지자립에 성공했다. 에너지를 자립할 뿐만 아니라 남는 에너지를 밖으로 판매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의 꿈
마을 북서쪽에 있는 ‘바이오에너지거리’에서 농부 칼 토터 씨를 만났다.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건넨 그의 명함에는 ‘바이오디젤 회사 에스에에게(SEEG) 대표’라는 직함이 쓰여 있다. 에스에에게(SEEG)는 1989년 지역주민 570명이 함께 투자해 만든 바이오디젤 생산회사다. 유채와 폐식용유를 이용해 해마다 바이오디젤 1 천만 리터를 생산하는, 무레크의 에너지 자립이라는 ‘꿈’이 시작된 회사이다.
20여 년 전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무레크의 꿈은 1985년 12월 30일 농부 세 명이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되었다. “곡물가격은 떨어지고, 곡물이든 사료든 남아돌았어요. 정부보조금을 받아 잉여농산물을 수출하는 것보다 에너지 농사를 짓는 쪽으로 생각을 모았죠.” 물론 무레크는 ‘철의 장막’ 영향권에 있어 언제든지 고립 위험이 있었고, 이런 지리여건 때문에 식량이든 에너지든 ‘자립’에 대한 필요성은 늘 있었다.
세 사람은 먼저 다른 농부들을 설득해 유채농사를 시작했다. 유채로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우선 트랙터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안정된 공급을 위해 유채재배를 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그러나 유채재배 면적을 계속해서 늘릴 수 없어 폐식용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레크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그라츠는 100퍼센트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로 버스 150대를 운영한다. 무레크 바이오디젤 회사는 그라츠의 가정과 식당에서 모은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정제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난방회사’가 반경 50킬로미터 안에서 생산하는 목재로 열병합발전을 하고, 파이프라인을 통해 온수를 마을공공시설과 가정에 보낸다. 발전소 옆 창고에는 인근 숲에서 간벌한 잡목과 포장회사에서 쓰고 남은 자투리 목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창고를 가득 채우면 무레크 주민들은 한 해 난방연료 걱정 없이 지낸다. 1998년에 만든 이 발전소는 지역난방 85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다. 이곳을 통해 난방을 하는 연립주택 가운데 지붕에 태양열온수기가 설치되어 있는 집도 있다. 17가구가 내는 건물관리비를 적립해서 설치했는데, 여름에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투자비 2만 6천 유로 가운데 정부보조는 단 10퍼센트. 고유가로 투자비 회수기간이 훨씬 짧아져 5~6년이면 회수할 것으로 내다본다.석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료비는 석유 2분의 1 수준이 되었다.
지역난방회사 옆에는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자리 잡았다. 콘크리트로 칸막이를 해둔 창고에는 옥수숫대와 각종 농업부산물이 쌓여있다. 둥근 원통형 소화조에 20여 개 돼지농장에서 나오는 분뇨와 농업부산물을 한데 섞어 ‘메탄’을 생산한다. 이것으로 열병합발전을 하면 주민들이 사용하고도 남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내년에는 메탄을 고도로 압축해 수송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시도해 볼 예정이다.
토터 씨는 시설물 말고 원료를 자세히 살펴보라고 한다. “이곳은 마을 에너지 생산시설이자 폐기물 처리시설입니다. 폐식용유, 잡목, 축산분뇨, 옥수숫대를 다른 마을에서는 정화시설에서 처리하지만 우리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순환의 법칙입니다.” 유채 씨에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돼지사료로 쓰고, 돼지 똥으로 메탄을 만들어서 발전을 하고, 남은 액비는 고스란히 다시 밭에 뿌려 유채를 키우는 물질순환이 온전히 이뤄진다.
바이오디젤 회사를 설립할 때 투자금액 30퍼센트는 정부보조를 받고 나머지 70퍼센트는 농부들이 마련했다. 점점 자리를 잡아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서 동료들과 두 명의 농부가 출자해서 ‘나베르메’라는 지역난방회사를 만들고(1년 8,500메가와트 생산), 지역난방회사가 자리 잡자 또 일곱 명의 농부가 출자를 해서 바이오가스 회사 ‘외코 슈트롬’(1년 8,400메가와트 생산)을 세웠다. 마을 에너지 시설이 하나하나 설립될 때마다 이전에 만든 시설이 투자를 한 셈이다.
석유 없이 행복한 마을 무레크
바이오디젤회사, 지역난방회사, 바이오가스회사. 바이오에너지 삼총사가 만들어내는 경제가치는 얼마나 될까? 당장 이 마을은 석유 없이도 지속가능하다. 석유가격이 3백 달러가 되더라도 문제 없다. 마을에서 한 사람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들이는 돈은 1년에 1천5백 유로이다. 자신이 투자한 에너지회사에서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는다. 세 개 회사는 1천1백만 유로의 영업성과를 얻고 있고, 난방부문에서만 석유 1천5백만 리터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5만5천 톤이나 줄였다.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 총량은 난방, 전기, 운송연료 모두 합해 9만 메가와트인데, 마을에서는 15만2천 메가와트를 생산해낸다. 에너지 자립 170퍼센트이다.
에너지생산이 마을의 주요 산업이다. 전체 인구 1천 7백 명 가운데 노동인구는 천 명 정도. 여기에 에너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만 45명이다. 폐식용유 수거, 잡목공급, 축분처리, 관광효과같이 에너지산업과 연관해서 다른 가치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해마다 6천 명이 무레크의 에너지 자립을 배우러 방문한다. 에스에에게 경영자인 요제프 라이터 하스 씨는 말한다. “이 작은 시골마을을 왜 찾아올까요? 고유가시대 에너지자립 마을이 대안이라서? 아니요. 주민들 스스로가 무레크를 위해 일하기 때문이죠. 재생가능에너지를 실험하더라도 주민들 이해와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토터 씨는 우리를 마을음악회로 안내했다. 국경너머 슬로베니아에 있는 마을을 포함해 가까이 있는 여섯 개 마을에서 6일 밤 동안 돌아가면서 음악회를 연다. 마을 제재소에 꾸민 공연장에 주민들이 모였다. 시골마을 축제다. 제재소 옆에서는 물레방아가 돌아간다. 오래된 것이 낡고 뒤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호박씨기름을 짜는 곳이 북새통이다. 호박씨로 짠 기름은 드레싱을 만들 때 주로 쓴다. 마을 수공업을 살리는 것이 건강한 에너지자립 마을 만들기의 핵심이다. “에너지 생산시설보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철학을 읽어주세요. 무레크는 철저하게 지역과 주민이 함께 답을 찾고 있어요. 우리가 수출하고 싶은 것은 에너지도 농산물도 아니고 오로지 우리의 ‘아이디어’입니다.”
오스트리아는 체르노빌사건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소 1기를 완성하고도 가동은 안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멈춘 채 20년이 지난 지금 무레크와 같은 마을이 탄생했다. 쉬운 길을 가지 않은 대신 더디지만 지속가능한 길을 선택했다. 지금 무레크는 원자력의 유혹에서도 석유위기에서도 비껴서 있다.
원자력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마을은 다시 주민들이 투자한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주민 80명이 출자를 결정했다. 메탄을 자동차연료로 사용하는 것과 소수력에너지 이용에 대한 계획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인구 2천 명 규모 농촌마을이라면 우리나라 면단위다. 무레크는 드넓은 숲에서 만들어지는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튼튼한 농업을 기반으로 바이오매스 자원이 풍부하다. 농촌지역의 에너지자립은 든든한 농업을 바탕으로 해야지만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자립 마을이 가능할까? 고유가에 농촌도 시름시름 앓고 있다. 부안군 주산면을 중심으로 유채기름으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제 마을 에너지문제와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토터 씨는 에너지자립 100퍼센트라는 목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레크에서 가능성을 보고 지역 자원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려는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생산한 포도주와 호박씨 기름을 건네면서 한국 사람들이 너무 쉬운 대안, 원자력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신신당부했다. 원자력을 택하면 그만큼 더 위험하고 제대로 되지 않을 길을 가는 것이라고.
이유진 님은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글 가져온 곳 : 월간 작아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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