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ealth 119

느릅나무: 우리 겨레의 숨결이 담긴 아름드리 나무의 재발견

by 하공별자함 2025. 5. 13.

 

  • '최고의 종창약' 유근피! 느릅나무의 놀라운 효능과 활용법 총정리
  • 사라져 가는 정자나무, 느릅나무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아픔
  • 느릅나무 잎은 천연 수면제? 버릴 것 하나 없는 느릅나무의 모든 것
  •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신비로운 느릅나무: 인산 김일훈 선생의 통찰
  • '이민지술'의 지혜, 느릅나무 심기가 왜 중요한가?
  • 서양에서 사랑받는 느릅나무, 우리의 무관심 속 숨겨진 가치
  • 암부터 피부병까지! 느릅나무 유근피의 강력한 약성 파헤치기
  • 느릅나무 장(醬)의 부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약음식의 비밀
  • 느릅나무의 모든 것: 아름다움, 쓰임새, 그리고 건강 효능

728x90

 

느릅나무: 우리 겨레의 숨결이 담긴 아름드리 나무의 재발견

우리 산과 들, 그리고 마을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느릅나무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곧고 단정한 수형(樹形)과 우아하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자태는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한때는 마을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문화 공간이었던 정자나무로 극진한 보호를 받았던 느릅나무. 그러나 지금은 깊은 산속이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나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 느릅나무: 아름다움과 우리 겨레의 정서가 깃든 나무

느릅나무는 곧게 뻗은 원줄기와 사방으로 고르게 뻗은 가지가 만들어내는 단정하고 아름다운 수형으로 예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 독특한 껍질과 시원스럽게 뻗은 줄기, 기운이 넘치는 자태는 보는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느릅나무를 사랑하여 마을 입구나 길가에 심고 '정자나무(亭子木)'로 삼아 보호했습니다. 정자나무 그늘 아래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더위를 피하고, 정담을 나누며, 바둑이나 장기, 그네뛰기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기며 마을의 놀이터이자 대화의 광장, 그리고 문화 공간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느릅나무는 깊은 산속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 정기 말살을 명목으로, 해방 후에는 새마을운동과 종교적 이유(미신 타파, 우상숭배 배격)로 인해 마을의 정자나무와 당산나무들이 무참히 베어져 나갔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겨레 정서의 고향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아름드리 정자나무들이 사라져갔고, 정자나무 없는 고향은 마치 사막처럼 삭막해졌습니다.

현재 느릅나무는 우리나라 산이나 물가, 계곡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도시 한복판에서는 공해에 약해 잘 자라지 못합니다. 앞으로 공해 문제가 심화되면 산속의 느릅나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2. 다재다능한 쓰임새와 놀라운 생명력

느릅나무는 단순히 아름다운 나무를 넘어, 예로부터 다양한 쓰임새와 뛰어난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 성장과 생명력: 느릅나무는 높이 30미터, 지름 1미터 이상까지 자라는 우리나라 활엽수 중에서도 큰 키 나무에 속합니다. 같은 나무라도 우람하게 자라는 개체와 작게 자라는 개체가 있는데, 이는 유전적 요인과 기후, 토질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밑동을 잘라도 다시 싹이 돋아나는 강한 맹아력(萌芽力)은 느릅나무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 다양한 서식지: 땅이 깊고 물기가 많으며 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지만,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며 추위와 그늘에도 강합니다. 우리나라 전역과 북반구 온대 산악지방에 널리 분포합니다.
  • 독특한 껍질: 회갈색의 껍질은 세로로 불규칙하게 갈라지며, 속껍질은 섬유질이어서 매우 질깁니다. 옛날에는 이 질긴 껍질로 밧줄이나 노끈, 심지어 옷까지 만들어 입었습니다. 껍질에서 나오는 끈적끈적한 점액은 소의 침액과 비슷하여 '소춤나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약재로는 주로 뿌리껍질(유근피)을 사용합니다. 혹느릅나무는 어린 가지 껍질에 코르크질 날개가 달렸으며 약효가 가장 좋고, 참느릅나무는 껍질이 비늘처럼 벗겨져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 잎과 열매의 활용:
    • 잎: 이른 봄 돋아나는 어린 느릅나무 잎은 밀가루나 콩가루와 버무려 쪄서 '느릅나무잎떡'을 만들어 먹으며 보릿고개를 넘는 구황식물로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이 잎으로 끓인 국은 불면증 치료와 마음 안정에 효과적인 천연 수면제 역할을 했습니다.
    • 열매: 꽃이 진 후 맺는 열매는 가운데 씨가 있고 날개가 둘러싼 납작하고 둥근 모양으로, 옛날 엽전과 비슷하여 '유전(楡錢)' 또는 '유협전(楡莢錢)'이라 불렸습니다. 이 열매로 '느릅나무장'을 담가 먹거나 막걸리를 빚기도 했는데, 특유의 싸아한 맛과 향기로 생선회 양념이나 복통 시 약으로 사용된 선조들의 지혜로운 약음식이었습니다.
  • 귀중한 목재: 느릅나무 목재는 결이 곱고 단단하며 잘 갈라지지 않는 장점이 있어 가구, 마차, 선박, 집 등을 짓는 데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물속에서 잘 썩지 않는 성질 덕분에 교량이나 선박 제작에 매우 유용하여, 영국의 워터루 다리 받침대가 120년 동안 물속에서도 거의 썩지 않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3. 질병 치료의 명약, 유근피(楡根皮)

느릅나무는 오랜 역사 동안 민간에서 종기 치료나 이뇨 작용에 사용되었으나, 귀한 약재보다는 잡목으로 천대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근대에 뛰어난 민간의학자 인산(仁山) 김일훈 선생이 느릅나무의 약성을 명확히 밝히면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었습니다.

  • 인산 김일훈 선생의 재발견: 인산 선생은 느릅나무를 '최고의 종창약'이자 각종 비위 질환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신약(神藥)',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활인영목(活人靈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묘향산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느릅나무 껍질과 뿌리껍질을 꾸준히 섭취하며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을 관찰하고, 유근피가 종창과 비위 질환에 탁월한 약효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 '거악생신(去惡生新)'의 효능: 유근피의 약성은 한마디로 '거악생신', 즉 병든 부분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조직을 배양해내는 힘이 매우 강하다는 것입니다. 강력한 진통 및 살충 효과가 있으며, 중독성이 없어 오래 먹어도 탈이 없습니다.
  • 다양한 질병에의 활용: 유근피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소장과 대장, 직장, 식도궤양 등 각종 궤양에 탁월한 효과를 내며, 부종(浮腫), 수종(水腫) 등 악성 종창과 등창, 후발종, 견창, 둔종, 음낭암 등 다양한 암종의 영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비염(鼻炎)이나 축농증(蓄膿症)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어 '코나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늑막염, 소변불통, 간디스토마, 관절염, 신경통, 종처, 부스럼, 단독, 임파선결핵, 피부 가려움증, 옴, 옹종, 동맥경화, 고혈압, 전립선염, 습진, 잇몸 염증, 혈관성 괴저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됩니다.
  • 섭취 및 활용법: 느릅나무는 날것으로 사용할 때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며, 열을 가하면 약효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뿌리껍질을 찬물에 하룻밤 담가 나오는 끈적끈적한 진액(점액질)을 날로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 진액은 내장 염증 제거, 장 건강 증진, 부기 제거, 피부 미용(여드름, 아토피, 습진, 무좀 등)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4. 서양에서 사랑받은 느릅나무: 문화적 상징과 목재 가치

느릅나무는 동양에서보다 서양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로 널리 심겨 있으며, 특히 영국을 대표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느릅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문학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 등 서양인의 삶과 정서에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아름드리 느릅나무 숲은 조상들이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자랑스럽게 여겨집니다.

느릅나무 목재는 결이 곱고 단단하며 물속에서 잘 썩지 않는 뛰어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가구, 마차, 선박, 교량 건설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런던의 워터루 다리 받침대가 120년 동안 물속에서도 거의 썩지 않았던 일화는 느릅나무 목재의 뛰어난 내구성을 증명합니다.

5. 느릅나무 심기: '이민지술(利民之術)'의 지혜

최근까지도 느릅나무는 찾는 사람이 없어 묘목 분양이나 대규모 재배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옛말에 '백성을 이롭게 하려면 느릅나무와 옻나무를 심으라(利民之術 稙濟南之輸栽漢之漆)'고 할 만큼, 느릅나무는 매우 상서로운 나무이자 백성의 삶에 이로움을 주는 귀한 나무로 여겨졌습니다.

느릅나무는 번식력이 우수하여 땅에 떨어진 씨앗을 뿌리거나 밑동을 잘라도 다시 싹을 틔워 자랍니다. 소나무나 참나무처럼 무리를 지어 자라기보다는 물가나 계곡에 드문드문 홀로 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하지만, 참느릅나무는 북쪽에, 떡느릅나무는 남쪽에 더 많이 자랍니다.

우리 삶과 역사, 건강에 깊이 관여해 온 느릅나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사라져가는 이 아름다운 나무를 다시 우리 곁에 심는 것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 우리 겨레의 정서와 지혜를 이어가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2005. 5. 15.   약초연구가 운림 스승님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