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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지금여기

혹세무민

by 현상아 2006. 10. 23.
스님; 언제인가 신문을 보니 해외토픽 기사에서 어느 어머니가 차에 깔린 딸을 보고 자기가 들 수 없는 무게의 차를 들어올렸다 하옵니다

왕건; 왜 그 말을 제게 하시는지요?

스님; 과거,에오킬러란 자가 혹세무민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왕건; 무엇을 말하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겠습니까?

스님; 그 자는 육체가 정신의 뿌리라고 하였사옵니다
만약 그렇다면, 차의 무게는 그 어머니의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초과하였사온대, 그 어머니가 어찌 그 차를 들수 있겠사옵니까?

왕건;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정신이 육체의 뿌리라는 말씀이옵니까?

스님; 아니옵니다.세속의 사람들이 편협하기 짝이 없는 서양학문을 배운 뒤로 모든 걸 자르기 시작했사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육체와 정신을 나눈 것이옵니다. 부디 자르지 마시옵소서
서양학문의 관점으로는 육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들어올린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 차의 무게는 그 어머니,즉 육체와 정신의 합일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아니었사옵니다. 즉, 애초에 육체만을 변수로 하여 가능성을 재고 따지는 사고는 오류이옵니다. 한 개체의 능력은 육체만을 잣대로 판단할 수 없사옵니다    

왕건; 짐은 길을 가다 굶어죽은 거지를 봤소. 그는 죽었으므로 육체와 정신이 분리된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따라서 육체와 정신은 다른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스님; 아니옵니다. 우린 시체를 보고 정신이 빠져나간 육체라 하기 쉽지만, 그것은 이미 육체도 아니옵니다. 그 거지가 살아있을 때, 육체는 피가 돌고 신경작용이 원활히 작동하였을 것이옵니다. 그의 정신 또한 말짱했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 시체를 보소서. 시체는 정신작용도 없사옵고 육체 신진대사도 없사옵니다. 우리가 육체라 함은 정신작용에 대비를 이루는 관념으로서 상정하는 것이옵니다. 그러나 거기 정신이 없사온대, 어찌 육체를 말하겠사옵니까?

왕건; 그럼 그것은 무엇이오?

스님; 이름을 붙이려 하지 마옵소서. 거리에서 시체를 보시오면 그 모양새를 보고 바닥의 흙과 구분을 지으시겠지만 그것 또한 이미 같은 흙일 뿐입니다. 폐하께서 보신 것은 정신이 빠져나간 육체가 아니라 그저 한 줌의 흙이었사옵니다
 
왕건; 그럼 윤회는 어떻게 되는 것이옵니까?

스님; 보시옵소서. 그 거지의 육체는 흐트러져 흙이 되었사온대 육체와 정신은 하나이옵니다. 정신 또한 마찬가지로 흩어지는 것이옵니다. 윤회란 환상이옵니다.

왕건; 일본에 에오란 유명한 중이 있다고 하옵니다. 그는 윤회를 말했는데 그의 말은 거짓이옵니까?

스님; 불도에 있는 사람은 깨달음을 위해 미혹도 이용하는 법입니다.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윤회가 있으니 괜찮아, 널럴하게 수행하자" 는 수행승들은 애초에 가망이 없사옵니다. 에오는 윤회가 있어도 끝장을 보겠다는 수행승들을 타겟으로 삼은 것이옵니다. 그러나 만약 윤회가 없다면 어찌되겠습니까? 애초에 가망없던 가짜 수행승들과 "사후세계"라는 환상을 꿈꾸는 모든 일반인들이 지금여기를 지킬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수행이옵니다.      
 
출처 : 왕건; 이젠 그만 자야겠소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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