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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

by 현상아 2007. 5. 29.

떴다!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




하와이~애리조나 첫 모의비행 성공
태양전지판 통해 열 비축… 2011년엔 세계일주 실제 도전
속도는 70km 자동차 수준… 에너지 소모 최소화가 관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항. 21일 새벽 하와이를 출발한 한 대의 비행기가 착륙했다.

고작 시속 100㎞로 나흘 가까이 6,120㎞를 비행하는 동안 가슴 졸이며 기상을 체크하고 시시각각 경로를 수정했던 한 무리의 연구팀은 비행기가 안착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비행은 험난한 고비의 연속이었다. 애초 목적지는 멕시코 너머 플로리다였는데 멕시코 해안의 폭풍우 때문에 기수를 북서쪽으로 돌렸다. 둘째 날 새벽에는 배터리가 거의 소진돼 더 이상 비행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빠지기도 했다.

21~24일 인터넷에 실황 공개된 이 대양 횡단 비행은 태양에너지만으로 세계일주를 실현하려는 스위스 모험가들이 추진하는 ‘태양 추진(Solar Impulse)’의 첫번째 모의 비행(컴퓨터 시뮬레이션)이었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에 본부를 차린 모의 비행에는 최고의 시뮬레이션 전문가와 기상 전문가들이 참여, 실제 기상 데이터를 대입한 프로그램에 따라 조종사와 관제본부가 치밀하게 협의해 가며 진행됐다.

■ 2011년 날개를 편다

‘태양 추진’은 지금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단계지만, 현실에서 추진되는 꿈 같은 모험이다. 순전히 태양빛만으로 비행기를 띄워 지구를 한바퀴 돌겠다는 것이다.

날개에 태양전지판을 붙이고 낮 동안 여기서 만든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해 밤 동안 운항을 계속해 다른 에너지 없이 태양에만 의존해 세계를 일주한다. 비행 목표 일자는 2011년이다.

모험은 정신과의사이자 1992년 대서양 횡단 기구 경주에서 우승한 버트란드 피카드가 발의했다. 이후 스위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안드레 보시버그가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로 호흡을 맞춤으로써 시작됐다.

40여명의 기술진과 100명의 과학기술자문위원이 참여하고 제약기업 솔베이, 시계제조업체 오메가 등이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스위스의 MIT대로 불리는 로잔 에콜 폴리테크니크, 유럽우주기구(ESA) 등이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프로젝트팀은 2003년 타당성 조사를 거쳐 현재 시제품 설계에 들어갔다. 이번 모의 비행은 날개 길이 60m의 첫 모델 설계단계에서 실제 기상조건 아래 지속 비행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실제 비행은 2009년 밤 비행, 2010년 대양 횡단 비행을 거쳐 2011년 5명의 조종사가 3,4일마다 교대하는 릴레이 방식의 세계일주로 클라이맥스에 이르게 된다.

■ 날씨, 소재와의 싸움

최종 만들어질 태양광 비행기는 날개 전체에 태양전지판을 부착, 전기에너지를 생산해 리튬 배터리에 축전하고, 태양이 없는 밤 동안 배터리만으로 운항한다.

전체 무게는 자동차와 비슷한 2톤에 불과하다. 이중 450㎏이 리튬 전지다. 낮에는 고도 1만2,000m에서 날다가 밤에는 3,000m까지 떨어지는데, 글라이더처럼 최소 에너지로 날기 위한 것이다.

태양에만 의존하는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최적화다. 그래서 날씨가 가장 결정적이다. 날이 흐려 배터리를 완전히 채우지 못하거나, 바람이 거세 항로 유지에 많은 에너지를 써버리면 언제 땅으로 곤두박질칠지 모른다.

추락 직전 태양이 떠오른다고 해서 영화처럼 솟아오를 수도 없다. 태양이 충분히 높이 떠오르지 않으면 태양전지판은 햇빛이 너무 약해 제대로 전기를 만들지 못한다.

태양광 비행기 조종사에게 ‘낮의 길이’는 실제보다 짧다. 프로젝트팀은 이번 모의 비행에서 동쪽을 향해 여행할 경우 태양이 반대방향으로 지나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더욱 짧아진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싸움은 결국 소재에 달려 있다. 가벼우면서 기능이 좋아야 한다. 태양전지판은 가장 효율이 높고, 두께 130마이크론의 박막 제조가 가능한 단결정 실리콘 소재를 이용한다.

비행기 외부의 온도는 영하 60도에서 영상 80도까지 차이가 나는데 전지판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초박막 플라스틱 막으로 싸여진다.

■ 미래의 교통수단?

프로젝트팀은 이번 모의 비행을 통해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보시버그는 “실제 비행을 위해 강화해야 할 점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또 변화무쌍한 기상조건에 대비할 만큼 충분한 전력을 충전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난제라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태양 추진 프로젝트는 에너지 고갈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문제를 해결할 미래의 새로운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까? 친환경 재활용 에너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프로젝트팀의 취지처럼 아직은 현실적인 대체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에너지연구원 이원용 박사는 “태양빛으로 달리는 자동차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자동차 표면을 태양전지판으로 뒤덮어도 자전거와 비슷한 속도밖에 た읒?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 추진 비행기는 기껏 1,2명밖에는 탈 수 없고 자동차 속도(시속 70㎞)를 유지하는 정도다. 하지만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비행기로 12초를 날았을 때, 불과 수십년 뒤 이것이 주요한 장거리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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