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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녹색혁명

by 현상아 2007. 8. 19.

중국의 녹색혁명
 
충밍 섬

 기사요약
환경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올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 국가들은 이처럼..



위부터 후앙바이유 친환경 마을, 상하이, 동탄 환경도시 조감도


위부터 후앙바이유 환경마을의 친환경 주택에 살고 있는 킹하오, 쉬킨 부부. 상류의 광산에서 흘러나온 침전물로 가득 찬 후앙바이유 인근 저수지. 충밍 섬에 있는 낙후된 논밭. 석탄가루가 휘날리는 도로를 달리는 주민.


미국과 중국은 2009년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규제 협정에 서명할까? PPX.POPSCI.COM에서 미래를 예측해보자.


환경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올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 국가들은 이처럼 날로 심해져가는 중국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친환경 마을인 랴오닝(遼寧)성 ‘후앙바이유 환경친화 마을’의 첫 번째 주민 자오 킹하오는 왼쪽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58세의 소아마비 장애자다.

그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채 대나무처럼 생긴 플라스틱 지팡이를 짚고 집 안팎을 돌아다니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의 부인인 쉬킨 또한 정신장애자로서 언어장애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가난한 중국인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축에 속해 정부로부터 받은 친환경 주택도 이들에겐 아무 도움이 못된다.

오히려 킹하오와 쉬킨 부부는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 과거보다 삶이 더 힘겨워졌다고 말한다. 집에 마당이 없어 가족 수입의 30% 이상을 책임졌었던 염소를 더 이상 기르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킹하오의 집은 난방이 되지 않으며,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다. 가스 미터기는 달려있지만 가스가 공급된 적은 없다.

그동안 전력공급을 담당했던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지난해 겨울 이후 완전히 멈춰 전기 기구들 역시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현재 킹하오는 직접 벽에 구멍을 뚫어 간이 벽난로를 만들고, 동네 인근의 숲에서 베어온 나무를 때며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눈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추위를 견딜 수 없어 침실 밖을 떠날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그것도 정부가 야심차게 건설한 친환경 마을이라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로 보기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도대체 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마을에는 현재 킹하오 부부를 제외한 그 누구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환경혁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누구도 이런 모습을 원하지 않았다. 물론 킹하오 부부도 환경보호의 개척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1960년대부터 살아오던 낡은 석조 가옥이 지난해 5월경 발생한 대형 전기 화재로 전소되면서 부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지방 정부가 킹하오와 이웃들의 집 복구비용(가구당 2,600달러)을 친환경 마을 개발업자에게 넘겨버린 채 후앙바이유로의 이주를 종용했던 것이다.

이렇게 킹하오 부부는 중국 정부가 자국의 환경개선 능력을 전 세계에 입증하기 위해 건설한 이 시범마을의 시범주민이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 후앙바이유 환경친화 마을 프로젝트는 환경설계 운동으로 유명한 미국인 윌리엄 맥도노 박사의 작품이다.

그는 버지니아대학교 건축학부의 학장으로 재직할 당시 ‘환경학장’으로 칭송받았을 만큼 환경건축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로서 2002년에 집필한 ‘요람에서 요람으로’는 환경건축가들의 바이블로 꼽히고 있다.


후앙바이유의 몰락

후앙바이유는 맥도노 박사가 중국의 전 국가주석 덩샤오핑의 딸 덩난과 손잡고 출범시킨 비영리단체 ‘중-미 지속가능개발센터’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후앙바이유 환경마을은 인근지역 거주자 1,370여명중 이런저런 이유로 낡은 주택을 팔아버린 사람들의 돈을 걷어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현재 상하이 외곽에 건설 중인 친환경 신도시 ‘동탄(Dongtan)’처럼 후앙바이유도 처음에는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에 주택 건설사업자로 선정된 지역 사업가이자 이 마을의 촌장인 다이 지아오롱은 약 100만 달러(약 10억원)를 빌려 마을 건설에 투자했다.

후앙바이유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으로 확신한 그는 후앙바이유 창틀, 후앙바이유 자동차, 후앙바이유 냉장고 등 수천여개의 상표를 미리 선점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건설된 후앙바이유에는 노란색의 벽에 붉은 지붕을 한 도회적 느낌의 주택 42채가 들어섰다.

이제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을 일만 남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바로 이때부터 불거졌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아오롱이 맥도노의 구상과는 달리 후앙바이유의 가치를 환경생태학적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후앙바이유에서 18개월을 보냈던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문화인류학자 섀넌 메이 교수는 “지아오롱은 건축가로서의 경험, 특히 환경 건축가로서의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라며 “그에게는 맥도노의 계획을 실현할 전문기술도 능력도 없다”고 폄하한 바 있다.

실제로 맥도노의 계획은 후앙바이유를 숲과 골짜기 속에 들어앉은 아름다운 마을로 만드는 것. 이에 따라 가옥을 짓기 위한 벽돌은 지푸라기와 진흙으로 만들고 각 주택에는 태양열 패널을 부착할 계획이었다.

또한 태양열 발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주택은 태양빛에 가장 많이 노출될 수 있는 남향으로 짓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지아오롱은 자금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단 한 채의 주택에만 태양열 패널을 부착하고는 정부와 언론이 알아서 환경마을을 띄워주기만을 기다렸다.

메이 교수는 “지아오룽이 후앙바이유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토피어리(topiary)를 키우고 있는 것과 같다”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물만 주면서 잔디가 예쁘게 자라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먹구구식 사업진행 탓에 하루가 다르게 쇠퇴해져간 환경마을과 달리 후앙바이유의 구(舊)지역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석조가옥에서 살고 있고, 대로변에는 오리들이 줄지어 걸어 다닌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디가 환경마을이고 어디가 구지역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후앙바이유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인 킹하오 부부는 “친환경 주택은 공장 노동자에게나 적합하지 시골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다”며 “이 프로젝트는 돈 낭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문제? 세계의 문제!

중국의 상황이 안타깝기는 해도 그곳에서 환경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벌어졌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생각을 바꾸고 중국환경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중국의 환경문제는 바로 전 세계의 문제, 다시 말해 우리들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20년간 중국에서는 시골에 거주하던 약 4억명의 농부들이 흙을 떠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도시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도시 이주 현상으로서 올해 전 세계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넘어서게 된 것도 이 같은 중국인들의 이주 물결이 큰 몫을 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 도시민들의 경우 시골 주민에 비해 1인당 3배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소득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소비량은 더욱 늘어나기 마련인데, 중국은 매년 GDP(국내총생산)가 10% 이상 상승하는 고도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닷컴 산업 분야만 보면 성장속도가 미국의 2배에 달한다.

이에 더해 전 세계에 건설된 신규 건물 중 절반이 중국에 세워지고 있으며, 10년 사이에 미국과 동등한 규모의 고속도로 망도 완비했다.

그 결과 중국의 연간 전력사용량 증가분만 노르웨이의 1년 전력사용량에 맞먹는 102기가와트에 달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석탄연료로 가동되는 화력발전소가 매주 3기씩 건설되고 있다.

사실 현존하는 연료 중 석탄만큼 환경에 해로운 것은 없다. 그 중에서도 중국산 석탄은 가장 더럽기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석탄생산량은 무려 23억톤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40%에 해당하며 미국, 러시아, 인도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더욱이 중국의 화력발전소는 극소수만이 탈황(desulfurization) 설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을 세계 최대의 아황산가스 배출국가로 내몰았고 전체 영토의 3분의 1에 산성비가 내리게 만든 핵심원인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중국 환경부가 환경비용을 감안, GDP를 재산출해보니 원래보다 3%(일각에서는 8~15%)나 낮아졌다는 발표가 있었을 정도로 중국의 환경문제는 심각하다.

문제는 이렇게 양산된 오염물질들이 주변 국가들의 환경에까지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온갖 오염물질을 함유한 중국 발 유독성 먼지 폭풍, 일명 황사(黃砂)는 이미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4월에는 이와 비슷한 오염물질 구름이 기류를 타고 드넓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관측되기도 했다.

환경전문가들은 미국 내 토지에 함유돼 있는 수은(Hg)의 50%는 외국, 특히 중국의 화력발전소에서 날아온 것으로 믿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중국의 석유회사들은 지금도 아프리카의 유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중국 가축들은 지구의 산소통이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밀림을 베어내고 재배한 콩을 먹고 자란다.

 


 
충밍 섬

 기사요약
환경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올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 국가들은 이처럼..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그림자

사실 동탄의 경우에도 프로젝트 발표 초기에는 비관적인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당시 동탄에는 농부가 없는 유기농 농장, 새를 한 마리도 볼 수 없는 습지대 뿐이었다.

연육교가 완성돼 상하이 중심가와 충밍 섬이 40분 거리로 줄어들면 모든 지역에 아파트와 빌라, 다리와 도로가 들어서게 된다. 이 때문에 친환경과는 동떨어진 위성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특히 2010년 첫 주민을 맞게 될 동탄 신도시의 1차 부지는 충밍 섬 전체 면적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상하이의 74분의 1 수준이며, 중국 영토와 비교하면 무려 11만2,20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한 도시의 영향력을 면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해도 방대한 중국을 환경문제에서 구해줄 희망의 도시라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빈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수준인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서 2007년 7월 현재의 동탄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예전의 우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모든 재개발 지역에서 그렇듯 충밍 섬, 특히 동탄 지역의 땅 값이 가장 먼저 요동쳤다. 이곳의 부동산 가격은 이제 평당 1,602 달러(약 150만원)에 달한다. 연육교가 완성되면 2,492달러(약 230만원)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연육교와 6차선 고속도로 건설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미 216개의 교각이 양쯔강을 가로질러 일렬로 늘어서 있으며, 건설현장에는 노란 헬멧과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한 무리씩 몰려 있다.

대부분 남쪽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이들은 여기에서 1일 3교대로 근무를 한다. 도로와 다리 건설이 1주일 내내, 단 한시도 쉼 없이 계속 진행된다는 의미다.

마치 공사 인부들만으로도 충밍 섬 전체가 빼곡히 들어찰 것 같은 엄청난 숫자의 인부들을 보고 있노라면 중국만이 할 수 있는 인해전술(人海戰術)의 전형을 느낄 수 있다.

여유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충밍 섬의 부동산에 투자해야겠다는 충동을 느낄 만큼 활발하고 전면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모습과는 달리 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먼저 개발이라는 명분에 밀려 동탄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후앙바이유의 킹하오 부부처럼 잘못된 전철을 밟고 있다.

충밍의 친환경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가 그동안 주민들에게 할당해주었던 땅을 지난해 일괄 환수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상금 명목으로 매달 1가구당 440위안(약 5만3,000원)을 이들의 통장에 넣어주고 있지만 땅을 빼앗긴 가족이 한 달 동안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곧 정부에 반환될 예정인 이 지역 지주의 땅 5만여평에서 하루 8~10시간 일하고 50센트(약 500원) 정도의 일당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충밍 섬을 방문하면 50~60대의 여성들이 따가운 햇살아래 남의 진흙 밭에서 힘겹게 수박씨를 심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동탄 인근의 니우펭이라는 마을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쫓겨난 충밍 섬의 농부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새 집은 단조로운 회색 페인트가 칠해진 4층짜리 다세대 주택으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전 많이 지어졌던 일명 ‘맨션’과 같은 모습이다.

한 맨션 단지에는 이러한 건물이 약 40여 채나 밀집해 있으며, 단지 바로 옆에는 주인을 잃고 철거된 건물들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또한 니우펭의 대로변에는 돌무더기들과 철거한 건물에서 떼어낸 듯한 나무 문짝들이 잔뜩 쌓여있는 가운데 ‘정부 시책에 협조합시다’와 같은 선전문구가 적힌 깃발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20여 가구 정도의 가족들은 더 나은 정부의 보상을 기다리며 철거를 거부한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상하이의 개발 붐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엄청난 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더러운 10개의 대도시 중 7개가 중국에 존재한다.

중국은 동탄과 같은 친환경 생태도시의 건설을 통해 수 백만명의 도시 이주민을 흡수하고 국가 환경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동탄 환경도시의 첫 입주는 상하이와 충밍 섬을 잇는 새 다리가 건설된 직후인 2010년경으로 잡혀있다.

상하이 총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충밍 섬은 아직 많은 지역이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다.





중국의 녹색혁명
 
충밍 섬

 기사요약
환경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올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 국가들은 이처럼..



사진위 한 트럭 운전사가 중국 산시성의 린펀 화력발전소에서 삽으로 석탄을 옮기고 있다. 아래 린펜 외곽의 석탄 화력발전소로 가는 길에는 석탄가루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주변의 공기도 온통 오염됐다.


악명을 희망으로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들을 품고 있는 중국은 환경친화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에는 다소 이상한 장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중국의 광활한 땅에서는 더러운 도시 만큼이나 환경개선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도시, 다시 말해 중국이 스스로 친환경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도시들도 다수 존재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석탄을 생산해내는 산시(山西)성의 수도 린펜(臨汾)이 그 대표주자.

린펜은 지난 2004년부터 3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심하게 오염된 곳으로 손꼽혔던 도시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환경관련 비정부기구(NGO)인 블랙스미스연구소가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러시아의 제르진스크(냉전시대 화학무기 공장이 있던 곳)와 함께 린펜을 세계에서 유독물질이 가장 많은 3대 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후 린펜은 환경에 관심을 가진 저널리스트라면 한번쯤은 들려봐야 할 장소로 악명이 자자했다.

캐나다 글로브 앤 메일의 죠프리 요크 기자는 올해 2월호 기사에서 이곳을 “덜거덕거리는 공장, 매연을 쏟아내는 굴뚝, 뿜어져 나오는 불꽃, 숨 막히는 냄새, 석탄 침전물 더미, 희뿌연 안개, 회오리치는 먼지 등이 어우러져 묵시록적인 풍경을 선사한다”고 표현했다.

현지를 방문했던 사람들에 의하면 린펜은 집 밖을 나설 때마다 공기의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국 내 유일한 장소다.

이곳을 방문할 때에는 반드시 챙겨가야 할 물건과 반듯이 놓고 가야할 물건이 있다고 한다. 전자는 효과 좋은 특제 마스크이고, 후자는 흰색 계열의 옷이다.

마스크가 없다면 아예 호텔 밖을 나서기 힘들고, 흰색 옷은 외출한지 한 시간도 안 돼 회색 옷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산시성의 석탄 추정 매장량은 2,700억 톤. 길거리 어느 곳을 파도 석탄이 나온다.
마을 뒤 계곡에는 석탄이 잔뜩 쌓여있으며, 모터식 자전거 뒤에 실려 판매된다.

거리의 가게에서는 팝콘을 튀길 때조차 석탄을 사용한다. 당연히(?) 이 도시 주변에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알루미늄 및 철강 제련소가 있다.


중국의 CO₂ 배출량 중 상당 부분은 대미 수출 과정에서 발생한다. 중국 환경악화에 대한 책임은 국민들이 사용할 제품을 중국에서 제작해 수입하는 미국에게도 있다.


겨울은 린펜의 오염도가 가장 심한 계절이다. 난방을 위해 여기저기서 석탄을 사용하지만 대기의 흐름은 거의 없는 탓이다.

바로 이 암흑의 도시 린펜이 최근 들어 점점 깨끗해지고 있다. 단순히 날씨에 따른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실제로 오염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린펜의 오명을 없애가고 있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중국 환경부. 이곳의 환경부 사무실 빌딩 외벽에는 오늘의 대기 오염도를 나타내는 LCD 스크린이 걸려 있는데, 얼마 전부터 총 5단계 중 2단계의 오염도가 표시되어 있다. 이는 ‘견딜만한 수준’을 뜻한다.

상황이 최악이던 2004년의 경우 1년 중 단 15일 정도만이 2단계였음을 감안하면 린펜의 공기오염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환경부 린펜 사무소의 부청장인 양 자오펭은 “우리 도시가 세계 최악의 환경오염 지대라는 사실을 인식한 후 그 낙인을 떨쳐버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린펜의 환경오염은 90년대 말 경제개발 붐에 의해 시작됐고, 중국 내 에너지 수요급증과 석탄가격의 급상승, 민간 광산에 대한 느슨한 규제 등이 겹치면서 가속이 붙었다”고 설명하면서 “한때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지옥처럼 변해 같지만 이제는 빠른 속도로 도시정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도시정화의 첫 단계를 석탄 트럭의 시내 통행금지로부터 시작했다. 이 한 가지 조치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석탄 가루 먼지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다음에 손을 본 곳은 난방 시스템. 2006년 한 해 동안 린펜은 전체 인구 410만명 중 절반 이상에게 가스를 사용하는 중앙난방을 설치했다.

덕분에 197개의 대형 석탄보일러와 600개의 가정용 소형 석탄보일러가 할 일을 잃고 폐기됐다. 현재는 도시의 85%가 난방 연료로 석탄이 아닌 천연가스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도시 주변의 환경유해 공장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었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작고 효율이 낮으며 불법으로 운영되던 공장을 100개소나 폐쇄시켰다. 올해에도 이미 150개소의 공장에 주의조치를 취했다.

도시 내에 위치한 큰 공장에는 한층 강력한 환경기준을 적용하는 한편 환경유해 물질 배출 감소를 위해 정부가 탈황설비 설치를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는 공장에는 강력한 철퇴가 날아갔다.

전기 공급이 중단됐으며, 공장으로 오고가는 모든 교통수단이 차단됐다. 심지어 은행예금을 동결시켜 운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현지에서는 환경부가 마련했다는 ‘최후의 수단’에 대한 괴 소문도 돌았다. 필요할 경우 위반업소에 폭파 팀을 파견, 공장을 공중분해 시켜 버릴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린 아이들조차 믿지 않을 허황된 유언비어로 치부됐겠지만 중국의 공장주들은 이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는 일로 여겼다.

그 결과 지난해 린펜은 오염도가 2단계인 날이 365일 중 202일로 1년의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5월까지 87일이 2단계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일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린펜은 중국에서 제일 오염된 도시라는 악명을 얼마 전 북서부 국경지역의 우룸키로 넘겨줬다.

자오펭 부청장은 “정부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노력으로 내년에는 더 깨끗한 도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린펜의 최고 명소로 불리는 요임금 사당에 올라가 보면 눈부신 햇살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공기 역시 사찰에서 향을 피울 때 발생하는 연기보다도 깨끗하다.

인근에 있는 오묘 광장에서도 린펜의 달라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2005년 미스 유니버설 비키니 컨테스트 행사를 위해 석탄을 판 돈으로 세워진 이 광장에는 51m 높이의 기념문이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문의 정상에 오르면 린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린펜의 숲과 굴뚝을 바라보면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이 거의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

린펜 바로 옆에 있는 산업 도시인 하서(He Xi) 또한 마찬가지다. 거리의 건물들은 회갈색 석탄가루로 뒤덮여져 있지만 중국 환경부에 따르면 이곳의 공장 대부분은 이미 폐쇄된 상태다.

물론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버린 공장 노동자들에게 중국의 환경친화 정책은 절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중국에서는 건물을 5배로 빨리 지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모든 것이 5배 빨리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효율성만을 강조해왔던 시 당국의 경제정책이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으로 돌아섰음을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중국의 거대한 환경오염 문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특히 환경전문가들은 동탄이나 후앙바이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환경적으로 열악했던 린펜을 이렇게까지 변모시켰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경제개발 모델이 오히려 환경보전에 더욱 잘 어울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서구 선진국들보다 5배는 빠른 속도로 환경을 개선하고 정화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

출처 : 파퓰러사이언스(2007 . 8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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