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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의식 활동, 다시 말해 사람의 마음(mind)은 외부의 환경을 감각적으로 보고 들어서 인지하고, 기쁘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또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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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눈에는 회오리무늬(a 왼쪽), 오른쪽 눈에는 방사형무늬를 보인 상태에서(a 오른쪽)방사형무늬의 일부를 밝게 하면 파도가 퍼져나가듯 보이며(c 왼쪽), 뇌 시각피질의 신경세포도 파도타기를 하듯 차례차례 흥분했다가 사라진다(c 오른쪽). 하지만 원의 중심에 알파벳을 보여 집중하도록 하면 이러한 파도가 보이지 않게 된다. | |
인간 의식은 어디에 깃들어 있을까
의식 활동, 다시 말해 사람의 마음(mind)은 외부의 환경을 감각적으로 보고 들어서 인지하고, 기쁘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또한 고도의 추상적 개념을 사고하며, 행동을 실행하기로 결심하는 등의 폭넓은 활동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이 같은 의식 활동은 뇌의 다양한 부분이 참여한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뇌는 보다 단순한 감각의 기능부터 복잡하고 추상적인 고도의 기능까지 위계적으로 그 역할이 구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전두엽이나 측두엽 등이 추상적 의식 활동과 관련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되지만 구체적인 의식의 명령체계는 아직 밝혀야 할 것이 많다.
이상훈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7월 16일자 온라인 판에 발표한 연구논문은 이 같은 의식의 위계적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단초를 보여준다.
이 교수의 연구는 한 마디로 ‘눈을 뜨고 본다고 해서 모두 의식하지는 않는’ 일이 뇌의 어떤 작용에 의한 것인지 확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각정보가 처음 와 닿는 1차 시각피질은 자극에 따라 흥분하지만 이것이 상위의 시각피질로 제대로 보고(報告)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두 눈이 보는 정보가 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양안(兩眼) 경쟁’이라는 현상을 이용, 이 같은 연구결과를 얻어냈다.
내 옆의 세포는 나와 다른 것을 본다
이 교수의 연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우리의 시각정보가 어떻게 인지되며, 뇌 속에 들어있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알아보자.
우선 양쪽 눈의 망막에 빛이 맺히면 이 정보는 뒤통수 쪽에 있는 뇌의 시각피질에 먼저 도착한다. 시각피질은 1차 시각피질의 겉을 2차 시각피질이 둘러싸고 있으며, 2차 시각피질은 다시 3차 시각피질, 3차 시각피질은 다시 4차 시각피질이 둘러싸고 있다.
가장 먼저 시각정보가 도착하는 곳은 1차 시각피질의 4층(1차 시각피질은 6겹으로 돼 있다)이다.
이곳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눈의 망막세포들과 1대 1로 대응관계를 맺고 있다. 즉 망막의 A라는 세포에 빛이 들어오면 1차 시각피질의 A 신경세포가 흥분하는 것이다.
또한 이 세포들은 제각각 사선을 보는 뉴런, 가로 선을 보는 뉴런, 세로 선을 보는 뉴런으로 철저히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1차 시각피질의 4층에는 왼쪽 눈, 오른 쪽 눈에 해당하는 뉴런들의 영역이 약 1㎜ 간격으로 번갈아 배열돼 있고, 그 안에는 각각 사선·가로선·세로선을 담당하는 뉴런들이 오밀조밀 들어있다.
만약 오른쪽 눈으로 삼각형을 보게 되면 1㎜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오른 눈 영역 중 가로 선과 사선 담당 뉴런들만 일제히 흥분하게 된다.
흥분한 1차 시각피질의 뉴런들은 이 흥분을 2차, 3차 시각피질로 전달하는데 2차 시각피질에서는 두 선이 만나는 각도를 알고, 3차 시각피질에서는 보다 복잡한 구조까지 알게 된다. 측두엽에 이르면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보다 더 복잡한 시각정보를 종합 인식하게 된다.
선, 색깔, 움직임을 보는 뉴런은 각각 따로 있다. 선중에서도 사선, 가로선, 세로선을 담당하는 뉴런이 따로 있다.
이처럼 철저한 분업 형태인 뇌는 언제나 조화롭게 협업하며 최고위층의 명령에 단일하게 순종하기만 하는 것일까. 간혹 자기가 맡은 정보만을 인지하게끔 하려는 경쟁이나 투쟁은 없을까. 있다. 대표적인 것이 두 눈끼리의 경쟁이다.
눈앞의 영상은 뉴런들의 교섭 결과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망막에 맺히는 영상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이용해 우리는 물체의 깊이(원근)를 파악한다.
그런데 두 눈에 전혀 다른 영상을 노출시키면 어떻게 될까. 왼쪽 망막에서 정보를 전달받은 뉴런들과 오른쪽 망막으로부터 보고받은 뉴런들은 서로 “우리 정보가 맞다”며 우기는 2개의 정보기관처럼 경쟁적으로 뇌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사람은 왼쪽과 오른쪽 눈에 보이는 2개의 영상을 번갈아 보다가 보다 강한 자극을 인식하게 된다.
즉 한쪽 눈에는 회오리치는 곡선무늬가 그려진 원을, 다른 쪽 눈에는 원 중심을 향해 직선으로 그어진 방사형 무늬를 노출시키면 사람은 회오리무늬와 빗살무늬를 번갈아 볼 수 있다.[그림 참조-위쪽]
무늬가 바뀌는 순간 두 무늬는 겹쳐서 나타나는데, 이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필름을 넘기듯이 한 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조각조각 나타나 파도처럼 퍼져 나간다. 실험을 통해 이를 명확히 관찰할 수 있다.
이 교수가 했던 실험은 이렇다. 회오리무늬의 원과 빗살무늬를 양쪽 눈에 각각 보여주면 관찰자는 우리 눈이 보다 민감한 회오리무늬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이 때 빗살무늬 원의 한쪽에만 강하게 빛을 쪼여 인위적으로 무늬의 변화를 유도한다.
그러면 관찰자는 눈 깜박 하는 사이에 빗살무늬가 위 아래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교수는 2005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렇게 빗살무늬가 파도처럼 지각되는 현상이 시각피질에서 나타나는 ‘뉴런들 사이의 흥분 파도’의 반영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철저한 분업형태인 뇌는 언제나 조화롭게 협업하며 최고위층의 명령에 단일하게 순종하기만 하는 것일까.
정밀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1차 시각피질의 뉴런들이 흥분하는 피크를 살펴보자.
처음 강한 빛이 들어온 망막의 A에 해당하는 뉴런부터 흥분의 피크를 맞기 시작해 A에서 점점 멀리 있는 부위에 해당하는 뉴런들이 차례차례 흥분의 피크를 맞았던 것.
이 흥분 피크의 경로는 뇌에서 초속 2.2㎝ 속도로 3㎝ 거리를 옮겨갔다. 관찰자가 특정 지점에서 빗살무늬가 퍼져나가는 것을 보는 동안 그의 뇌에서는 각 지점을 담당하는 뉴런들이 흥분의 파도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 교수는 지각적 전이파도(파도처럼 퍼지듯이 보이는 것)가 신경적 전이파도(신경세포의 흥분이 전이되는 것)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밝혀낸 이 논문으로 의식과학학회(Association for the Scientific Study of Consciousness)가 주는 윌리엄 제임스 상을 받았다.
이 연구결과는 단지 우리가 보고 있는 그대로 신경세포들이 작동한다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말 우리가 보고 있는 대로 신경세포가 작동했는지 확인할 길이 이전까지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라고 추정했던 사실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 같은 실험이 뇌의 비밀을 파헤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 의식의 최고 명령권자는 누구인가 |
보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이용해 좀 더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똑같이 양쪽 눈에 회오리무늬와 빗살무늬를 보여주고 빗살무늬를 자극하는 실험을 하면서 피 실험자에게 원의 중심에 초당 6,7개씩 나타나는 알파벳 문자를 보여주고 알아맞히도록 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원의 중심에 주의하도록 했을 때 뇌의 시각피질은 빗살무늬의 파도를 어떻게 파악할까 하는 것이다.
실험에 참여한 관찰자들은 알파벳 맞히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빗살문의가 번져가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우리가 다른 생각에 빠져있거나 매일 오가는 길을 습관적으로 오갈 때 뻔히 눈을 뜨고 보면서도 주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의식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 때 우리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시각피질이 아예 활성화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시각피질로부터 보고된 정보가 보다 상위 영역에서 무시된 것일까.
중요한 것은 정말 우리가 보고 있는대로 신경세포가 작동했는지 확인할 길이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알파벳 문자 알아맞히기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1차 시각피질은 거의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두 경우 모두 1차 시각피질의 뉴런들은 차례차례 흥분하는 파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2차 시각피질과 3차 시각피질은 문자가 없었을 때와는 달리 이러한 흥분의 파도를 나타내지 않았다.
다시 말해 눈에 뭔가 보여 지면 1차 시각피질은 망막의 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를 충실하게 반영하지만 그 이상의 시각피질로는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것이다. 두정엽이나 전두엽까지 가기도 전에 시각피질 내에서부터 정보 전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연구결과 1차 시각피질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또한 지금까지 전두엽이나 두정엽이 관여해 의식적 인지가 가능하다고 여겨왔던 것에서 나아가 하위의 시각피질에 ‘주의를 집중하라’는 명령이 하달돼야 의식적인 인지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식의 최고 명령권자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이 모든 의식 작용을 최종적으로 종합하고 명령을 내리는 의식의 최고 사령부는 어디고, 어떤 위계질서에 의해 작동하는 것일까.
학자들 사이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뇌 영상의 발전과 이상훈 교수와 같은 정량화된 방법론을 이용한 수많은 연구 성과들이 뇌의 비밀을 캐내고 있지만 ‘성배’는 아직 미로 속에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통해 대강 뇌의 부위별 기능과 함께 그 중에서도 보다 중추적 역할을 하는 영역이 상당부분 밝혀졌다.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된 사람들이 추상적 도형은 알아보지만 사람은 알아보지 못한다거나 색깔이 보이지 않고 흑백으로만 보인다거나 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뇌의 영역별 역할을 밝혀주는 단적인 예들이다.
MT(Medial Temporal area) 부위가 운동을 감지하는 중추라는 사실은 최근 엄밀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MT는 관자놀이 뒤쪽으로 길게 뻗은 측두엽의 중간쯤에 자리 잡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대뇌피질 영역이다.
이 부위가 손상된 환자는 움직이는 물체를 연속적으로 보지 못하고 몇 장의 스틸 사진으로만 볼 수 있어서 차를 적절히 피하거나 물이 넘치지 않도록 컵에 따르는 일을 하지 못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빌 뉴섬 교수는 거꾸로 MT만을 활성화해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지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원숭이에게 화면에서 위로 올라가는 점을 보면 신호를 하도록 훈련시킨 뒤 MT를 인위적으로 전기 자극하자 원숭이는 실제 위로 움직이는 점의 개수보다 훨씬 더 많은 점을 보았다고 신호했다.
MT만 통제하면 하위의 뉴런들이 어떤 자극정보를 전달하지 않아도 우리는 움직임을 보는 것처럼 의식하는 것이다.
보다 추상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을 찾으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샌디에이고)의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리안 박사는 고도의 의식 활동 중 하나인 신에 대한 믿음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측두엽에 이상이 있어 간질을 앓는 환자들에게 영적 경험이 빈발하다는 데에서 착안, 신심이 깊은 정상인에게서 같은 부위의 활성 여부를 측정한 결과 측두엽의 신경회로가 활발히 활동할 때 신앙심과 신비한 영적 체험을 경험한다고 주장했다.
운동 영역보다는 훨씬 인간 본연의 의식 활동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신의 영역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학자들은 대체로 이러한 고차원적 사고와 자유의지에 따른 실행 능력의 본질이 주로 전두엽이나 두정엽, 측두엽의 집행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각과 청각 등을 일차적으로 인지하는 감각기능의 대뇌피질이 의식 작용의 하위에 있는 일선 보병이라면 이들의 정보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측두엽, 두정엽, 전두엽 쪽이 사령부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최고 사령부는 없다”는 반론도 있어
이와는 반대로 의식 활동의 본질은 특정 영역이 아닌 뇌 신경세포들 사이의 공명활동일 뿐이라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각자 자기 역할을 갖고 있는 뇌 신경세포들끼리 자극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고, 이 자극을 전달해 함께 흥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의식 활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보는 것’도 각각 다른 차원의 시각피질 사이의 연관된 뉴런들끼리, 그리고 시각피질·MT·측두엽 등 서로 다른 뇌 영역에서의 연관된 영역들끼리 함께 흥분해야만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공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식 활동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는 것.
이 같은 견해에서는 최고 사령부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다. 어떤 영역이든지 신경세포들이 서로 조화롭게 협업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뇌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입장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뇌 연구소의 울프 싱어 같은 학자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라마찬드리안 박사가 주장했던 측두엽의 신의 영역은 2006년 8월 ‘뉴로사이언스 레터스’에 발표된 다른 학자의 연구로 반박되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마리오 뷰어가드 교수는 15명의 수녀에 대한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신의 영역이란 환상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영적인 순간에 빠져든 수녀들의 뇌는 신의 영역이라고 알려진 부위가 활성화하기보다 자의식이나 감정 등의 기능을 맡고 있는 여러 뇌 부위가 함께 활성화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뷰어가드 교수의 연구결과는 인간의 의식이 특정 뇌 부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활동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아직까지 의식의 본부를 찾는 노력은 뚜렷한 목적지가 드러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이러 저러한 견해와 주장, 그리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 자체가 의식 활동이다.
과학자들은 뇌라는 연구대상 자체만을 연구수단으로 삼을 뿐이다. 그래서 성배를 찾는 모험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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