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新)천재들의 조건

21세기 신(新)천재들의 조건

 

21세기 한국에 젊은 재능의 집단 발현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조기에 재능을 꽃피운 인재들, 신(新)천재.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쳤다고 할 만큼 엄청난 열정을 지니고 고도의 집중력을 보인다는 것.

 

10대 국수(國手) 윤준상 9단은 1급 수준에 오르기 위해 밤낮으로 바둑을 둬 1000국을 채웠고, 고등학생 나이로 세계로봇대회에 출전한 강태호 군은 다섯 살 때 어려운 조립식 완구를 완성하느라 밤을 새워 천식에 걸리기도 했다.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한 홍지현 양은 연극을 처음 보고 나서 1년간 한달 평균 12편 식 150편에 이르는 연극을 보고 100여 편의 희곡을 독파한 뒤 처음 쓴 희곡으로 신춘문예 최연소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다중지능 중 해당 분야에 필요한 지능의 점수가 매우 높았다. 이과는 수학, 문과는 언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크로스오버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중지능 적성진로 진단검사 결과가 반드시 신천재들의 타고난 재능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엄청난 연습벌레이기 때문이다.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양은 신체운동지능이 상위 10.5%로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엄청난 연습과 노력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발레리노 이동훈 군은 두 다리를 180도가 되게 하는 발레의 기본 동작을 하기에 불리한 체형에 평발이었고, 비보이를 하며 상체근육이 발달하고 무릎이 튀어나온 바람에 발레를 하기에는 부적합한 체형이었지만 남보다 두 배 가까운 훈련량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럼 이런 신천재들이 태어나는 데 부모가 한 역할은 어떤 것일까?

1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아이들을 박물관에 데려가 그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는지 관찰했다. 이때 부모가 앞장서 아이의 관심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스스로 관심을 보이는 주제를 찾을 때까지 가만히 뒤에서 지켜본 뒤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신천재의 부모들은 대부분 ‘이걸 해라, 저걸 해라’ 강요하지 않고 최대한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관찰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2 인성 교육을 철저히 했다. 뉴욕 필하모닉 영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지용 군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이민가 세탁소에서 힘겹게 일하면서도 아들에게 ‘네 재능은 네 것만이 아니니까 이웃을 위해 쓰라’는 말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석형 군의 부모는 어려운 어휘를 많이 쓰는 이군이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학교에서 쓰는 말과 집에서 쓰는 말을 구분해줄 정도로 ‘평범한 아이’로 크게 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천재의 재능이 빛을 보려면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야 할까?

1 개인적 소질(individuality)이 뛰어나야 한다.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지만 이 1%의 재능이야말로 99%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만큼 결정적인 변수다.

 

2 자신의 재능이 빛날 수 있는 영역(Domain). 즉 적재적소로 투입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조기 입문과 10년가량의 발효기간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이 취리히공과대에 간신히 입학했을 때가 16세였고 수학과 이론물리학에 몰두한 그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것은 10년 뒤인 27세 때였다.

 

3 경쟁의식을 북돋워주면서 자신감도 불어넣는 심리적 울타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분야, 즉 마당(Field)이 필요하다. 마당에는 관중도 있고, 코치와 감독도 있고, 라이벌도 있다. 운동선수가 경기장 분위기에 따라 기량을 발휘하듯, 천재들도 이적 환경의 역동성에 따라 기량의 발휘가 크게 달라진다. 

 

여성조선
취재_박혜전 기자  사진_조선일보 DB
참고서적_21세기 신천재들(동아일보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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