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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모저모/성공의 및

[스크랩] 11. 넘새누나 부부의 위기

by 현상아 2016. 10. 4.

:24 http://cafe.daum.net/chunbuinnet/GuU/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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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예방에는 자연 가습기가 최고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훌쩍이고 재치기가 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왜 감기에 잘 걸릴까

이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겠지만 우선은 온도가 내려가면 공기 중 습도가 떨어진다.

공기의 습도는 여름 장마철에서는 70~80%까지 올라가 몸에서 땀의 배출이 잘 안 되니 후덥지근하고 찜찜해진다. 그러나 온도가 내려가는 겨울철에는 그 반대가 되어 공기의 습도는 불과 30~35%이고 난방을 하는 실내의 공기는 더욱 더 건조하다.

 

사람이 살기에 가장 이상적인 습도는 50~60%인데 이렇게 공기가 건조한 데서 자고 나면 코 속의 점막까지 건조되어 코가 맹맹해지며 이는 감기의 전초가 된다.

 

그래서 가습기를 틀어놓는데, 이 가습기가 오히려 감기의 원인이 되고 전자제품을 망쳐놓는다.

즉, 가습기는 공기 중 일정한 습도가 되면 중지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물이 없어질 때까지 안개를 뿜어대고 이렇게 습도에 젖은 실내에서는 곰팡이 류나 감기 균이 잘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 시간마다, 또는 자다가 일어나 습도를 측정하여 가습기를 끌 수도 없고....

혹 습도 조절까지 하는 가습기가 있다 하나 이건 엉터리라 믿으면 안 되고...

하여간 아이들 있는 집에서 가습기를 틀어놓는데, 이런 집 쳐놓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 집은 드물다.

 

 들여 가습기 사고, 또 돈 들여 가습기 작동할 필요 없다. 잘 때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 것이 좋고, 빨래가 없으면 의자 위에 깨끗한 물이든 세수대야를 올려놓고 거기에 수건 한 가닥을 담가놓고 나머지 긴 가닥은 의자 아래로 처트린다.

수건은 대야의 물을 빨아들이는 심지 역할을 하고 이 빨아들인 물들은 의자 밑으로 흐르려 하지만 방 바닥에 물이 떨어지기 전 증발된다.

그리고 건조할 때는 엄청난 양의 물이 증발되지만 습도가 어느 정도 되면 증발이 되지 않으니 자연적으로 실내의 습도를 맞추어준다. 즉, 실내 습도를 자동적으로 맞추어준다.

이때 대야에 너무 물이 많으면 수건이 물을 너무 쉽게 빨아들이고 그 물기가 수건을 타고 방바닥에도 떨어지니 그런 때는 물받이 그릇을 하나 더 놓는다.

 

돈 안 들고 가장 이상적인 자연 가습기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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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는 길 37의 끝 부분]

 

한 놈이 앞치마를 낚아채자 밤은 우수수 쏟아졌다. 그들은 밤을 그들의 배낭에 다 주어 담고는 서로 마주 보며 히죽 웃었다.

"오래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 "

" 더러운 간나인데... "

" 더럽다고 거기도 더럽겠어? 히히. "

 한 놈이 총을 겨누고 한 놈은 넘새누나를 낚아채어 밤나무 낙옆 위에 쓰러뜨린 다음 치마를 걷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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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는 길 38 []

 

 

놈들의 눈은 이미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넘새누나는 쓰러지면서 손끝으로 큰 돌멩이 하나를 잡았다.

그들은 먹이를 가로채려는 짐승의 욕망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욕정에 눈이 번득거렸기 때문에 넘새누나가 무엇을 하지는 모르고 오직 머리를 숙이고 하반신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야말로 돌멩이로 골통을 때려도 모를 것 같았다. 그러나 넘새누나는 참고 그들의 다음 동작을 주시했다.

 

한 놈이 넘새누나의 고쟁이를 끌어내리려 했다.

그러나 고쟁이 끈이 고무줄로 된 것이 아니라 끈으로 단단히 묶은 것이라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자 옆구리에 차고 있던 대검을 뽑아 그 부분을 찢으려 했다.

저쪽 바위틈으로 망을 보던 신랑이 큰 돌 하나를 집어들고 막 일어나려는 순간, 넘새누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나 그 외침은 꼭 반벙어리 바보 같은 외침이었다.

 

" 옴!  옴!  아퍼! "

그들이 무슨 소리인지 몰라 서로 얼굴을 마주 볼 때 넘새누나는 고쟁이의 종아리를 걷어올리려 옻나무 진으로 붉게 부어오른 다리를 보이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

 

" 옴! 옴 올랐어! 아퍼! "

" 그제서야 말귀를 알아들은 놈이 말했다. "

" 그럼 거기도 옴 올랐냐? "

넘새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썩었어! 아파! "

 

놈들은 어이가 없었는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한 놈이 말했다.

" 그러고 보니 썩는 냄새가 진동하네! 정말 거기가 썩어 고름이 나는 모양이야. "

" 재수 옴 붙었네! 가자! "

그들이 "퉤!" 하고 넘새누나에게 침을 한 번 뱉고는 일어나 밤이 든 배낭을 챙겼다.

 

" 밤도. 옴 올랐어! "

넘새누나가 다시 반벙어리 소리를 하자,

" 정말 옴 붙은 간나가 주운 밤이니 밤에도 옴 붙었겠다. 다른 데로 가자!  에이, 더러워 퉤!"

 

그들은 밤을 모두 버리고 침을 한번 더 뱉은 다음 사라졌다.

넘새누나가 대강 옷을 추스리고 좌우를 살피는데 신랑은 나왔다.

" 다친 덴 없소? " 

" 아직 모르니 빨리 엎드려요. "

" 나도 주시해봤는데 두 놈 다 저쪽으로 갔어. "

" 그래도 아직 조심해야 하니 당신은 다시 바위 뒤에 숨어요. "

" 아직? 그러지 뭐. "

" 전 큰 일 날 뻔했지만 다행히 다친 데는 없어요. "

 

잠시후 넘새누나는 그들이 버린 밤까지 모두 주워 신랑한테로 갔다.

" 급한데 밤은 그대로 주지 그랬어? "

" 이미 맘이 변한 놈들인데 급할게 뭐 있겠어요. 그리고 왜 제 밤을 저 짐승 같은 놈들한테 주어요? "

" 그래도... 하여간 난 간이 콩알만해지고 일각이 여삼추 같았었오. 그런데 저놈들은 국방군이 아니라 패전하여 도망가는 인민군들이야. 말씨도 그렇고... "

" 그러고 보니 지난번 굴 수색을 하러 왔던 놈들 같아요. 그때 밤을 많이 주워갔다가 식량이 떨어지니 또 밤을 주우러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리 인민군이라 해도 일단 처 들어와 진주하면 동방예의지국에서는 군기가 삼엄하여 함부로 부녀자 강간은 못할 거에요. 그런데 저들은 부녀자 강간 등을 하려 하니 군기가 개판이 됐고 그렇다면 도망가기 직전 마지막 발악인 것 같아요. "

" 맞아. 이쪽 국방군이나 경찰, 면서기 구장 등 반동을 마지막으로 청소하고 도망가려 하니 살인마들이겠지. 내 저런 놈들을 때려 죽이려고 돌멩이까지 준비하고 여차 하면 뛰어나가려고 했는데... "

" 그러나 잘 참아주었어요. 저렇게 욕정에 눈이 먼 놈들이라면 저도 돌 하나로 두 놈을 다 처치할 수도 있었겠지만 연평이를 가진 제가 살생을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만약 우리가 그들을 다치게 했거나 죽게 했다면 다른 놈들에 의해 이 산은 쑥대밭이 될 겁니다. 그래서... "

" 하여간 당신의 다리에 옷을 올리게 한 것이나 고쟁이에 썩은 쥐를 발라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한 지략은 정말 존경스럽소! "

" 고마워요. 그리고 그간 냄새나는 것 참아준 것도 고맙고요. 사람이 일거수일투족을 할 때 앞일을 계산해서 해야 한다는 것은 부자가 되거나 거지가 되는 이유도 되요. 그리고 이것은 생명하고도 관계가 있어서 당신도 군대 가면 일거수일투족 할 때 반드시 앞일을 계산하고 행동해야 해요."

" 알았소! 군대에서 전우가 죽으면 너무 흥분해서 벌떡 일어나서 총을 쏘다가 전사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즉흥적으로 흥분하지 말고 무엇이던 냉철하게 판단해서 행동하리다. "

 

그들은 히히대며 연평굴로 돌아왔다.

주워온 밤이 충분하니 올 겨울까지 내기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쌕쌕이 소리와 잠자리 비행기 소리는 더욱 요란해졌고 대포 소리도 점점 더 가까워져왔다.

 

" 저놈들이 국방군 순사는 물론 면장, 면서기 심지어 구장까지 찾는 걸 보니 집에 부모님 안부가 걱정이 되네요. " 

" 글쎄 말이요. 노인들이라 괜찮다고 하셨지만 아버님은 면장까지 지낸신 분이니... 내가 야반에 한번 가볼까?  내 축지법도 어느 정도 연습했으니... "

" 그래요. 일단 몸을 피신시키실 필요가 있겠네요. 저도 어느 정도 축지법이 되니 한번 같이 가봅시다. "

" 당신은 안 돼요. 나 혼자 갔다 오리다. "

" 우리가 같이 가다가 걸리면 농사꾼 부부를 흉내내면 되지만 사내 혼자 다니면 더 이상해요. 저도 제 몫은 할 만큼 되었으니 같이 가요. "

 

넘새누나는 가지고 왔던 가위로 남편의 너무 긴 머리를 대강 자르고 수염도 대강 잘랐다.

아무래도 산중에 피해있던 사람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밤 한 두시경 나서기로 했다.

그때쯤이면 사람이건 짐승이건 새벽잠을 곤히 잘 때니 뭐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감시의 눈초리가 없으리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넘새누나 친정집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넘새누나의 부모야말로 그저 무식한 무지랑이니 별 탈이야 없었겠지만 혹시나 장마 때 수몰될 뻔한 안 영감처럼 빨갱이 완장을 차고 다니며 설칠지도 모르는 일이고, 더욱 궁굼한 것은 아랫집 사부님 댁(필자의 집) 안부 문제다.

 

그들은 그야말로 나는 듯이 걸음을 재촉해서 친정집에 왔다.

잠겨 있지도 않은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는 듯했다.

안방 문을 열고,

" 어머니 아버지 계세요? "

쥐 죽은 소리처럼 작게 말하자 한참 만에,

" 누구야? "

깜짝 놀라는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 너, 넘새예요... "

넘새누나의 목소리는 어느새 물기가 젖어있었다.

" 너 혼자 왔냐? 신랑은? "

" 저도 같이 왔어요. 장모님은요? "

사위가 말했다.

" 너히희들은 무사해서 다행이다. 네 장모는... "

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 이거 불이라도 켜야 하는데... "

" 아니에요. 불 켜면 안 돼요. 그래 어머니는 어딜 가시고 상진이는요? "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있다가 한숨만 길게 내쉬고 말은 안 했다.

" 어머니랑 상진이는요? "

넘새누나가 재차 묻자,

" 그 인민군 놈들이 공습으로 파괴된 다리 대신 보급 물자를 옮기느라고 이고 지고 부역을 하라고 하는데, 그 안가놈(수장될 뻔 한 집 영감)이 빨간 완장을 차고 하도 설치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몰아내어 부역을 나갔다가 공습을 받아 죽었다. 내가 그 근처에 있다가 끌어 묻어두었으니 장례도 못 치렀다. "

넘새누나는 순간적으로 앞이 캄캄하고 가슴의 심장이 멎어 말을 못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울음 섞인 목소리로,

 

" 어머니! 어머니가 설마... 그 열살도 안 되는 어린 상진이까지 설마... "

 

그 아들을 보겠다고 넘새누나를 산 채로 강물에 던지려던 이 집에서 대를 이을 상진이까지 죽었다는 것이다.

한참이 흐르자 아버지가 말했다.

 

" 난 안가 놈이 네 덕분에 그 장마통에 그 식구들의 목숨을 부지했으니 우리 집은 봐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놈이 우리집에 와서는 더 설쳤다. "

" 아버지 정말 죄송해요. 저는 천추에 남을 불효를 그때 한 거에요. 제가 그때 너무 철이 없어 너무 아는 체를 했고 그때 작은 아버님(넘새누나를 중매한 이장)이 너무 면박을 주어 자존심이 너무 꺾이어 그랬던 모양이에요. "

 

(필자 주:어떤 넘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했을 때 콩으로 메주를 쑨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려고 된장을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분석하며 증거를 대면 댈수록 그 사람은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자존심을 언젠가 복수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유의하자.

즉, 사람은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살고 죽는 것이기에 부자 되려는 사람은 무엇인가 남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반드시 겸손하게 묻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 제가 잘못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제 분석에 의하면 메주는 콩으로 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도 분석해봐서 혹 팥으로 쑤는 경우가 있다면 제게도 알려주세요. "라고...)

 

" 그건 그렇지 않다. 그때 네가 여러 사람을 살린 것이 왜 잘못된 일이냐? 그 놈은 원래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이다. 근데 너희들은 그간 어디 있었고 네 시댁 식구들은? "

" 시부모님들은 노인이시라 그냥 집에 계시구요. 저희들만 연평산 도사굴에서 피신하고 있었어요. "

" 그 문둥이굴 말이냐? "

" 예. 그 문둥이굴은 실은 제가 써놓은 것이구요. 실은 도사굴에요. "

" 그래 문둥이고 도사고 하여간 너희들은 무사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그 굴에 더 있지 않고 이 위험한 데는 뭐 하러 왔니? "

" 아버지는 안가 놈처럼 잘못 설치지는 않겠지만 지금 빨갱이들은 마지막 발악을 하면서 반동 청소를 하느라고 국방군 옷을 입고 태극기를 달고 다니며 만세를 부르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만약 그 놈들의 수에 걸려들었다가는... "

" 이거 안 된 이야기 다만 이장님을 하시던 너희 시댁 작은 아버님 댁은 이미 안가 놈한테 속아 태극기를 단 놈들을 따라갔다가 이미 몰살됐다. "

" 뭐라고요? "

" 아니, 우리 작은 아버님 댁이 이미.. "

 

둘은 또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 그래서 내가 못 죽는다. 난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르는 무식한 놈이지만 이것 하나만은 안다. 그런 놈은 내가 때려죽여야 된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이렇게 죽지 못하고 살아 있는 것이다. "

 

" 안 돼요, 아버지. 좀 있으면 국방군이 들어오고 국방군한테는 법이라는 것이 있대요. 법에 맡겨야 해요. "

“ 법? 그런 거 난 모른다. 내가 직접 죽여야 한다. ”

" 안 돼요. 천추에 한이 있더라도 진정해야 해요. 그런데 아버지! 저 아랫집 사부님 댁은요? "

" 그 분들은 워낙 현명한 분들이니 잘 알아서 대치할 거다. 고향인 충청도로 피신을 했다고 하는데 하여간 집 비운지가 오래 됐다. 늙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젊은 너희들이나 빨리 이 위험한 곳을 피해 다시 문둥이 굴로 들어가거라. "

" 아버지 잡숫는 것은요? "

" 다 빼앗겼으니 뭐 있겠냐? 그저 감자 잔뿌리나 캐먹고 또 요즘은 밤톨이라도 익어 떨어진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연명한다. 너희들도 먹을 것이 없을 텐데 부엌에 밤알 주워다 놓은 것이 좀 있으니 가지고 빨리 가거라! "
" 저희들도 밤톨 많이 주워다놓았다니까요. 아버지도 우리와 함께 도사굴에 가시지요. "

" 싫다. 난 이곳에서 죽는 것이 소원이다. 내 걱정 말고 빨리 가거라! 어서 가래두! "

 

넘새누나 부부는 그대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집 부모님들의 안부가 더욱 더 시급하게 알고 싶었다.

둘은 다시 축지법으로 어두운 밤길을 달렸다.

밤 하늘에 달은 없었으나 그 대신 별빛은 더욱 초롱거렸으며 그 많은 개 짖는 소리도 모두 잡아먹었는지 들리지 않았다.

 

얼마를 가자 다리가 있어서 그런지 개울물 소리가 들렸다. 새벽이 되는 여명이라 그런지 밤은 더욱 어두웠다.

다리 입구에는 몇 채의 옴팡집이 있었다.

옴팡집들 사잇길로 신랑이 먼저 앞서 가는데 "왈카당!" 하는 소리가 나며 "어이쿠!" 하고 신랑이 넘어졌다.

옴팡집 사이에 철사줄을 쳐놓고 거기에 깡통들을 매달아 놓은 것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 누구야! 손 들어! "

희미한 별빛으로 보아도 따발총을 멘 인민군 하나가 튀어나왔다. 신랑은 손을 들고 인민군 앞에 섰다. 곧 광솔로 된 횃불이 켜졌다. 이민군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 뭐하는 간나새끼냐? "

" 저 산에 가서 밤톨이라고 주우러 가는 중인데요. "

" 그런데 왜 밤중에 나돌아다녀? " 

" 너무 배가 고파서... 일찍 가야 남들이 줍지 전에 줍지요. "

" 아무래도 수상하다. 이리 와 봐! 손을 번쩍 들고 이리 와봐! "

" 예. 예... "

 

신랑은 서서히 인민군 앞으로 다가갔다.

" 그만 오고 위통을 벗고 돌아서봐! 국방군놈 같으면 총 멜빵 자욱이 있을 테니까... "

신랑이 옷을 벗는체하자 한 놈이 밧줄과 횃불을 가지고 와 횃불을 등어리 근처에 댔다.

 

넘새누나는 이 광경을 숨어서 보다가 너무 다급해졌다. 옷이 벗기고 묶기어 철저한 조사를 받다보면 그 결과는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 찍찍! "

넘새누나는 쥐 소리를 냈다.

이 소리에 눈치를 챈 신랑은 돌아서는 순간 넘어지는 척 하며 따발총을 겨누고 있는 놈의 면상을 발길로 걷어차고, 그 반동으로 횃불과 밧줄을 가지고 있던 놈의 면상도 걷어찼다.

인민군 둘은 불의의 습격에 그대로 얼굴을 싸매고 쓰러졌고 겨누던 따발총이 저만치 구르는 것이 떨어진 횃불에 보였다.

그간 연습했던 택견이의 발차기를 처음으로 시도해본 성과였다.

신랑은 따발총을 주워 멀리 던지고 오던 방향으로 뛰었다.

 

넘새누나는 예상했다는 듯이 처만치 떨어진 뒷간 앞에 서서 거적데기로 문을 친 뒷간으로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신랑이 뒷간에 들어서자 넘새누나는 위 겉옷과 치마를 벗어 신랑에게 안겨주고 속 적삼과 고쟁이 바람으로 똥통을 가리켰다.

 

당시 시골의 뒷간은 땅에 큰 독을 묻고 나무 판자를 걸쳐놓은 다음 그 위에 앉아서 일을 본다. 여기서 나오는 똥 오줌은 귀중한 유기농 거름이 되기 때문에 요즘 수세식 변소처럼 강물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혹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 대소변이 급하더라도 꼭 집에 와서 보곤 했다. 이것을 거름으로 쓴 오이, 호박 등은 화학비료로 키운 지금 농작물과는 그 맛부터 다르고, 또 농약을 치지 않아도 벌레가 꾀지 않으니 완전 무공해였다.

단, 냄새가 좀 문제였음으로 처가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까지 있었다.

 

새벽의 여명은 매우 짧다. 해가 떠서 밝아지기 전 잠시 더 캄캄한 법인데 이 여명이 가시고 날이 밝아지는 모양이다.

 

똥통에 들어가라는 아내 말에 신랑이 망설이자,

" 빨리요! 어서! "

넘새누나의 작지만 힘 있는 말에 신랑은 할 수 없이 아내의 옷을 움켜쥔채 똥통 속으로 들어갔다.

뭉클하는 감각과 고약한 냄새 같은 것이 나는 듯했지만 다급하니 그런 냄새쯤은 염두에도 없었다.

 

잠시 후 개울 쪽에서 따발총 소리가 요란했다. 설 맞은 인민군들이 곧 일어나 아마 개울로 도망갔으리라고 생각하고 개울에 대고 난사하는 모양이었다. 따발총을 댓돌에라도 쳐서 부러뜨리지 못하고 그냥 던져버린 것을 본 넘새누나의 지략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개울에서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뒤간도 안심은 못한다.

넘새누나는 고쟁이를 내리고 맨 엉덩이 살로 신랑의 머리 위를 깔고 앉았다.

잠시 그대로 있었다. 밖은 금방 환해지는 것 같았다.

 

따발총 소리가 멎고 밖에서는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소리가 한참 들리더니 드디어 뒷간 앞에 발자국 소리가 멈췄다.

" 혹시 이리로 들어갔는지도 모르니 여기도 뒤져봅세! "

 

넘새누나는 밭은 기침을 했다. 누가 있다는 신호... 여자가 있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적데기가 열리더니 먼저 횃불이 쑥 들어왔다.

 

그러나 인민군 눈에 보이는 것은 얇은 위 속옷과 고쟁이를 내린 허연 엉덩이뿐이었다.

뒷간 안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나무나 볏짚을 태운 재가 약간 쌓여있을 뿐이었다. 잿더미를 대검으로 쑤셔보던 인민군이 말 했다.

" 속옷만 입은 것을 보니 에미나이가 똥 싸러 온 모양이군! 여기 어느 간나새끼 도망가는 거 못 봤나? "

넘새누나가 겁에 질린 채 고개만 가로 젓자 한 놈이 넘새누나의 머리채를 낚아채어 쓰러뜨리고 똥 독에까지 횃불을 들이댔다.

넘새누나는 가슴이 철렁해지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 다음 회에 계속 -

(연속극을 보면서 배운 못된 짓은 이런 데서 "다음으로..." 하는거랑게... 히히)

 

 http://cafe.daum.net/chunbuinnet   우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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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05.12.03. 02:47
가슴이 출렁 저두요 ㅎㅎㅎ
 
 
Phoenix 05.12.03. 10:43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고향친구 05.12.05. 12:07
그열정이 대단합니다...감사드리며..
 
 
Nice Guy 05.12.05. 20:39
담거 빨리 주세요.. ㅋㅋ
 
 
밝은 세상 05.12.07. 12:24
저두요! ㅎㅎ
 
 
나리 06.04.05. 01:58
감사합니다.^^
 
 
삼공 06.07.26. 10:02
생동감 넘치는 글 너무 감사합니다.
 
 
박 한 07.10.02. 13:32
멋진 미니시리즈 한편 보는듯 하네요 ^^
 
 
라이파이 08.06.13. 13:50
감사합니다.
 
 
항상 08.09.06. 18:38
감사합니다.
 
출처 : 천부인과 천부경의 비밀
글쓴이 : 우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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