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넘새누나의 상상을 초월한 극기행위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어떤 권력을 잡거나 돈을 많이 벌어 호의호식하며 남들을 엎어놓고 그 등어리에 올라가 그 사람들을 무시하고 짓밟으며 나는 너희들보다 잘 났다고 큰소리 치는 것이 행복인 줄 아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살찐 말에 멋있는 옷을 입고 의기양양하게 거리를 달린다면 비록 시중 아이들에게는 부러움을 살 지 모르나, 지성인에게는 오히려 비천하게 보인다(肥馬衣輕誇 樣樣過旅里 須得市童然 還爲識者卑!)'라는 고사가 있다.
즉,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마주 오는 티코에게 잠시 으스대봤자 이이들한테는 부러움을 살지 모르지만 지성인이 볼 때에는 개털이란 말이다. ㅎㅎ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행복일까?.
여기 쓰는 행복의 이론은 바로 천부경 이론이고, 이는 一 積 十 鉅 無 匱 化 三인데 이것을 쉽게 말하면 修身濟家 無匱化三이고, 이를 더 쉽게 말하면 자신의 몸을 수양하고 가정을 제도한 다음 대 자유인인 신선이 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바로 <부자 되는 길>에 쓴다.
이 <부자 되는 길>에서는 위에서 큰소리나 치며 으스대는 것은 진정한 행복으로 보지 않는다.
권력을 잡고 부정을 하지 않았거나, 했다 해도 다행이 들통이 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또 재수 좋게 큰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40~50대까지만의 행복일 것이다. 만약 60이 된다면 그때부터는 그 아까운 돈을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 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니 그야말로 나날이 지옥이 된다.
이 원통해하는 그런 부자유한 부자가 된다면 행복한 부자가 아니다.
진정 행복한 부자란 늙어죽을 때까지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부자이다.
이것이 천부경에서 말하는 대자유인인 부자가 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수신제가 하는 부자'부터 되자.
부모 처자식 굶겨놓고 자선, 사회봉사 어쩌구 하는 것은 천부경 이론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수양하고 가정을 제도한 다음 대자유인인 신선이 되는 것이 천부경 이론이라 했다.
이 <부자 되는 길>을 읽고 동감을 했다 하더라도 한번 읽고 버리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반드시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누차 말했듯이 동감하는 사실을 남에게 말해줘야 하고, 말로 하기가 싫으면 가장 사랑하는 이웃들에게 이 메일을 같이 받아보게 하고, 같이 토론하고 같이 부자가 되자고 서로 선언해야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도 이 내용대로 따라 부자가 된다 했다.
그저 혼자만 알고 혼자만 하려면 그 실천이 잘 되지 않게 되어 있다.
즉, 장작불도 하나만 있을 때는 잘 타지 않으나 여러 개 있으면 서로 열을 주고받으며 잘 탄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도 한 가지 할 것이 있다.
이 부자 되는 메일은 지금 거의 2천명에게 발송되고 있다.
그러나 미흡한 것에 대한 문의 편지나 감사 편지는 불과 20여 통에 불과하다.
부자가 될 사람은 정 감사할 것이 없으면 자신의 콧구멍이 하늘 방향으로 뚫려 있지 않은 것에라도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건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 말로건 행동이건 뭐로 건 표현해야 선언이 된다.
그래서 필자는 정말로 부자 될 사람은 2천 명 중 20명밖에 되지 않고, 그것을 최소한 200 명으로 끌어올린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분들은 그 글에 공감하거나 감사할 줄 몰라서 답신을 보내지 않는 것인가?
다만 자기 선언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요즘 말로 "아자!" 하지 않은 것이다.ㅎㅎ
인터넷이란 아무리 비공개라지만 이 세상 하는 일이 항상 떳떳하다면 무엇이 숨길 일이 있단 말인가?
"나도 부자가 되야 하겠다!" 고 만천하에 선언하는 것은 자신의 결심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언한 사람들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도 꼭 부자가 될 것이다.
이 <부자 되는 길>을 읽고 의문이나 독후감은 필자만이 볼 수 있는 이메일로 보내기보다 이 카페 게시판 "독자님들의 독후감" 란에 떳떳이 밝혀주시라. 이것은 다른 분들한테까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즉, 이 방에서도 여러 개의 장작개비로 불을 피워보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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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새누나는 필자를 데리고 다니며 항상 말했다고 했다.
" 남의 말 너무 믿지 말고, 자신이 그 주위 환경과 비교 판단하고 생각하라! "
지금 독자들은 부자가 되려 한다. 그렇다면 우선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이 시대에 돈을 벌 것인지 빌어먹을 짓인지 판단해야 하고, 또 대인관계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저놈이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도 알아야 하고, 그 놈이 앞으로 성공할 놈인지 아닌지도 알고 거래해야 한다.
심지어 전철에 앉은 사람이 어디 가서 내릴 것인지도 알아야 하며, 맞은 편에 앉은 아가씨가 진짜 처녀인지 가짜 처녀인지도... ㅎㅎ. 또 마음이 고운 사람인지 아닌지, 사기꾼인지 진실한 사람인지, 그리고 저놈이 그저 믿는 체만 하는 종교인인지 진실한 종교인인지, 그 종교까지 알아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소위 관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고,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니 꾸준한 관찰과 노력으로 자신의 예지를 길러두어야 한다고 했다. 이 꾸준한 관찰력을 길러두었던 넘새누나가 사상 유래가 없는 참혹한 동족상잔 6.25 전쟁을 맞아 대처한 실제 경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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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비위가 약한 분이나 식사 전에는 이 글을 읽지 마시라!)
넘새누나와의 인연은 넘새누나가 시집을 가면서부터 사실상 끊어졌다.
필자는 1.4 후퇴 때 부모님의 고향이라 연고가 있는 충남 당진으로 피난을 간 뒤로 피난살이를 하다보니 이웃집 누나의 소식은 두절되고 말았다.
필자가 다시 넘새누나를 만난 것은 필자의 머리에도 서릿발이 내린 후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때서야 넘새 누나의 행적을 찾던 중, 넘새누나가 돌아가시기 1년 전에야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때 누나는 깊은 산중 퇴락한 이름없는 절간에서 중들의 빨래나 밥을 해주고 사는 불당할미로 있었는데, 거기서 며칠 묵으면서 밤새 그의 이야기를 들은 것을 토대로 누나 일생에 관한 글을 쓴다.
그러면 그렇게 현명한 넘새누나가 남편, 자식들은 어떻게 되고 얼마나 돈을 못 벌었길래 그 쇠락한 절간에서 쓸쓸히 중들 밥이나 해주고 연명하고 사는가? 이것은 다음 이어지는 글을 보면 알 것이니 숙제로 남겨두고 우선 누나와의 대화에서 부자 되려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먼저 쓴다.
" 누나, 지금까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
" 내 마음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 것! "
" 가장 쉬웠던 것은? "
" 그건 돈 버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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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에서 필자는 국민학교 4학년 때 이야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직 6.25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넘새누나가 만드는 그 이상한 물건은 무엇인가?
명주실은 무명실에 비해 열 배는 가늘지만 열 배는 더 강하다.
이것을 한두 번 바디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열 번 이상을 바디질을 해 물도 잘 새지 않게 했다고 했다.
'바디'란 손으로 베나 무명, 명주 등을 짜려고 베틀에 실을 종으로 늘어놓고, 횡으로는 북이라는 것에 따로 실을 담아 끼운 다음 그 실을 먼저 짰던 천과 접착시키기 위하여 위에서 내려치는 기구이다. 아마 사전을 찾아보면 그림과 함께 설명이 나올 것이다.
넘새누나는 이렇게 짠 명주를 처음에는 다섯 겹으로 하여 칼로 찔러본 다음 다시 열 겹으로 하여 그때 있지도 않았던 런닝샤스와 팬티 같은 것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당시는 나일론 같은 것은 없었다. 보통 옷감이라야 무명뿐이었는데 이것은 나중에 기계로 짜면서 광목이 되었다.
그러나 이 무명은 무겁고 물에 젖으면 잘 마르지도 않으나, 명주는 열 겹을 한들 매우 가볍고 물에 잘 마르며 보온도 잘 된다.
여기서 예리한 판단을 하시는 독자는 이 물건이 무엇인지 벌써 알았을 것이다.
넘새누나는 다시 목에 감는 목도리도 다섯 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푸르죽죽한 물을 들였다.
시부모는 물론 신랑까지도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넘새누나의 언니들은 고무신 공장에 간다고 끌려갔지만 그것은 정신대라 일본군 위안부가 된 것이니 당연히 소식이 끊어졌고, 신랑의 형은 일제 때 동경유학까지 했으나 학도병으로 끌려가 전사했단다.
또 하나 있던 누이의 남편, 즉 신랑의 매형은 징용 등으로 끌려가 소식이 없었단다.
피눈물 나는 일정의 압박에서 미국과 소련에 의해 해방이 된 것은 좋은데, 미국과 소련은 38선이라는 금을 그어놓고 서로 나누어 먹으려 했다. 북한에서는 소련의 사주를 받은 젊은 김일성이 호시탐탐 남한을 엿보고 남한에서는 미국통인 이승만이 오직 정권 잡기에 급급하여 단독정부를 수립하려 했다.
이렇게 되면 남북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미국의 투르만과 소련의 스탈린은 우리 동포야 몇 백만 명이 죽건 말건 자기네들의 전진기지를 만들기 위해 38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정말로 인류 역사상 히틀러보다도 더 나쁜 짓을 한 것이다.
이것을 예감하고 동족상쟁의 비극을 막기 위해 북한에서는 조만식 선생 등이 활약했으나 결국 김일성이 한테 죽었다 하고,
남한에서는 김구 같은 이가 활약했으나 결국 이승만의 하수인에게 암살당한 것이라 했다.
즉, 일제 치하를 벗어나자마자 더 큰 민족의 비운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미국은 동남아 방위선을 일본으로 후퇴했다.
즉, 미국의 보호 우산 아래 있던 남한은 이젠 우산이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호시탐탐 남한을 노리던 김일성에게 빨리 처들어오라는 신호였다.
그 당시 넘새누나 시집은 살만하여 지금 같으면 잡음 소리가 더 커서 갖다버려도 주워갈 사람 없는 진공관 래디오지만 그때로서는 귀했던 래디오도 있었고, 신문도 읽어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잘 짐작하고 있었다.
넘새누나의 집은 당시 38선 부근이었고, 지금은 휴전선 북쪽이라 지금은 갈 수도 없는 곳이다.
넘새누나는 38선에서 대포소리가 나기 전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남한 사람들에게 꼬치꼬치 물어서 북한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넘새누나는 곧 전쟁이 날 것을 예감하고 시부모에게 남쪽 부산쪽으로 피난 갈 것을 건의했다 한다.
그러나 대대로 그 지방에서 행세 깨나 하며 살던 시부모들은,
" 전쟁이 나면 그곳이라고 안전할 것 같으냐? 그 히로시마에 떨어졌다는 폭탄 하나면 우리나라는 어딜 가건 안전하지 못해. 그리고 아무리 나쁜 이북놈들이라 하더라도 우리 같은 늙은이야 어쩌겠니? 만약 정말 전쟁이 난다면 젊은 너희들이나 도망가거라"
1950년 6.25일 새벽 정말 휴전선에서 대포소리가 요란하더니 피난민들이 몰려왔다.
래디오에서는 게속 아군이 이긴다는 보도였지만, 피난민들의 말을 들어본 넘새누나는 래디오를 믿지 않고 신랑과 피란을 떠났다.
개전 초기 한국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인민군 전차
탱크를 앞세우고 남으로 밀고 내려오고 있는 인민군 (■ 촬영일자 : 19500701)
1950년 6월 28일 중앙청을 거쳐 남대문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인민군 탱크들
부부는 보따리를 이고지고 피난길에 올랐다.
물론 서민들은 달구지가 주 교통수단이었을 때니 걸어서 걸어서 서울쪽으로 이동했다.
▲ 1950. 7. 27. 맨발의 한 소년이 지게에다 피난봇짐을 잔뜩 지고 있지만 표정이 매우 맑다.
넘새 누나는 중간에서 길을 바꿔 친정쪽으로 갔다.
" 왜? 이쪽으로 가지? 친정에라도 잠시 들렸다 가려고? "
" 우리가 이 속도로 가다간 인민군들이 앞서가요. 우리가 전쟁터 뒤를 쫓아갈 필요 없어요.
제가 안전한 피난처 마련한 곳이 있으니 그곳으로 갑시다. 거기 가서 다 말해드릴 테니 따라만 오세요. "
그들은 친정동네에 있는 뒷산 연평산으로 가는데, 그 산을 가기 위해서는 사람 길로 가지 않고 산짐승이나 다니는 숲속길로 갔다. 산에 거의 도착하자 그 산 아래에는 저수지가 있었다.
그 저수지에는 물을 그대로 가두어놓아 물은 썩어 있었고, 그 연못에는 물풀만 무성했다.
"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픈데 좀 쉬어가자! 여긴 아무도 없잖아? "
넘새누나는 남편의 피난 보따리를 풀고 쌀자루를 꺼냈다.
" 쌀이 겨우 한 말 정도 밖에 되지 않는군! 이걸로 며칠이나 버티나? 우선 배가 고프니 밥부터 해먹자. "
" 그 쌀을 저 연못에 버리세요. "
" 뭐라고? 요 얼마 되지 않는 쌀까지 버리자고? 지금 배가 고프다니까? "
" 지금 당신도 말했잖아요. 요것 가지고 얼마나 버티느냐고... 지금 저 산에는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려있어요.
지금부터 제 말을 잘 들어보시고 틀렸으면 말하세요. 당신 말대로 할테니까. 이 말은 비밀이 누설될까봐 친정 부모형제, 심지어 어머님, 아버님한테까지 하지 않았던 말이에요. 비밀이란 누구에게든지 말하게 되면 새게 되어있거든요."
" 말해봐요. 무엇이 그리 비밀인데? "
" 세계 제 2차 대전 때까지는 미국과 소련은 동맹이 되어 독일과 일본을 무찔렀어요.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서 미국과 소련은 이제는 세계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 싸움질입니다. 즉, 동맹이 이제는 적이 된 겁니다.
동맹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처음에는 의리상 한반도를 나누어 먹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서로 자기네가 독식하려 할 겁니다.
이 전쟁은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아요. 당신도 들어 알 테지만 북한은 공산주의이니 그야말로 철통 독재로 김일성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요. 김일성은 해방이 된 후부터 정권을 독점하고 지금까지 5년간 전쟁준비를 해왔어요.
그러나 남한은 자유 민주주의라 이승만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또 이승만은 정적을 물리치느라고 거기다가 신경을 쓰며 남한의 방위는 미군이 해줄 것으로 믿었어요. 그러나 미국은 우리 나라를 버렸어요. 동남아 방위선을 남한에서 일본으로 후퇴시켰어요. 일본의 안보는 보호해도 남한의 안보는 버렸어요. 이것은 김일성이 바라던 바입니다.
지금 남한의 군대나 전쟁무기로는 김일성의 군대를 막지 못할 겁니다. 무서운 속도로 진격하겠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만약 저 피난민들을 따라가면 인민군 뒤를 따라가는 셈이 되고, 이는 전쟁터를 따라가는 꼴이 됩니다. 아마 우리 남한은 단 1주일도 넘기지 못하고 거의 부산까지 내려갈 겁니다. "
" 그러면 왜 당신은 부산으로 피난가자고 했어? "
" 미국은 방위선을 일본으로 후퇴는 시켰지만 이것은 아마 계략일 겁니다. 동남아세아에서 미국의 전진기지는 섬나라인 일본이 아니라 그래도 대륙에 붙어있는 우리 한반도입니다. 그들이 동남아세아 방위선을 일본으로 후퇴시킨 것도 어쩌면 김일성이 처들어오라고 낚싯밥을 준 것이고, 처들어오면 반격을 하여 북한까지 차지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아마 부산에 떨어지기 전 미군이 다시 처올라올 겁니다. "
" 그럼 그때 까지만 버티면 되겠군. "
" 아니지요. 그럼 소련이나 중공이 가만히 있겠어요? 그들도 자신들이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으려면 군대나 군수물자를 보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전쟁은 길어지고 죽는 것은 우리 국민들뿐이겠지요. 우리 국민들은 공산주의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저들이 시키는 대로 서로 죽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거의 죽어야, 특히 우리 젊은이들이 거의 죽은 다음에야 전쟁이 끝이 나겠지요. "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
" 바로 그걸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이쪽이 됐건 저쪽이 됐건 결국 전쟁터에 끌려가 총알받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당신만은 그 죽음터에서 살아남아야 해요. 내가 당신을 당신네 시장터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당신이 일찍 죽을지 어쩔지 당신의 관상을 보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일찍 죽을 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은 아무리 팔자를 잘 타고나고 관상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조건에 불과하지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습니다. 즉, 부자가 될 팔자를 타고 났다고 하더라도 부자가 될 짓을 해야지 감나무 밑에서 감이 입 속으로 떨어지길 바래가지고는 감은 떨어지질 않습니다. 공자님 말씀에 '천즉리(天卽理)'라 했습니다. 즉 '하늘은 이치'이고, 이 이치를 따를 때 그 운이 따릅니다.
" 그건 그렇고 그런데 배가 고프다니까 왜 저 쌀자루는 버려야 하나? "
" 당신은 지금부터 생존법을 배워야 합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부유한 집에 태어나서 어려운 줄 모르고 학교를 다녔어요.
즉, 당신은 이 시대에는 온실 속의 꽃이라 밖에 나가면 금방 죽어요.
당신은 전쟁터에 끌려가건 말건 이 난리통 속에서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밥을 먹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테니 그걸 대비하기 위한 생존 훈련을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하든지 당신을 이 죽음의 전쟁터에서 살려낼 겁니다. 저도 과부가 되긴 싫으니까요. 그러니 제 말대로 과감히 저 쌀 자루를 연못 속에 버리고 오세요. 즉, 배수진을 치란 말입니다. "
" 그런가? 젠장 아깝지만 당신 말대로 해보지. "
남편은 내려가 자기 손으로 쌀자루를 연못에 버리고 이젠 숲을 헤치며 산으로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갔다.
산은 계곡이 있고 그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 여기가 좋겠군요. 여기서 우선 할 것이 있어요. "
" 뭐를? "
"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려면 그 주인에게 인사부터 해야지요. 이산 산신령님께 우리의 무사안전을 부탁하는 겁니다"
" 산신제를 지내잔 말인가? 제물도 없는데... "
저기 많아요. 산신령은 정성을 바라지 어떤 제물에 눈이 어둡진 안아요. "
넘새누나가 사발을 꺼내고,
" 저 위 맑은 물에 가서 정성껏 물을 떠오세요. "
넘새누나를 사랑이 아니라 존경까지 하던 남편은 마누라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맹물 제물을 차려놓은 후 신랑은 제물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그 옆에서 아내는 축을 읽었다.
" 維歲次 檀記 四千二百八十三年 庚寅 六月二十五日 成漢永 連平山 山神靈前 敢昭告于....謹以 淸水 恭伸奠獻 尙 饗 "
이내가 낭낭한 목소리로 축을 읽자 장난기 있던 산신제가 엄숙해졌다.
그들은 산신제를 정성껏 마치었다.
" 제사를 지냈지만 먹을 게 없군. 배가 고프다 못해 목까지 마르군. 저 냉수 제물이라도 음복 좀 할까? 하하. "
" 좋아요. 좋아요. 음복하세요. 저도 마실게요. "
물을 마신 그들은 바위에 걸터앉았다.
" 언제 뭘 좀 먹여줄 거야? "
" 한참 더 올라가야 돼요. "
"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
" 이 산은 무서워서 아무나 혼자는 못 와요. 전에 친구들과 나물을 뜯으러 왔다가 다래를 따려고 이산 저 위까지 올라간 일이 있었어요. 그때 우리는 한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검은 수염이 석자는 되는데 그래도 산신령 같은 할아버지였어요. "
" 하하. 산신령을 본 사람 같이 말 하네. 그런데 산신령이 검은 수염인가? "
" 절 같은데 가면 산신각에 그림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산신은 하얀 수염인데 그 할아버지는 검은 수염이라 그게 이상했어요. 그 할아버지를 만났던 동네 사람들도 그게 이상하대요. 여기서 좀 더 올라가면 굴이 있어요. 그 할아버지께서는 거기서 사시는 모양인데, 그때는 그 굴 앞 바위 위에서 죽은 듯이 앉아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무슨 도를 닦는 모양이었었어요.
우리가 시끄럽게 떠들고 올라가자 눈을 가볍게 뜨고 우리를 보고 다정한 미소를 지었어요.
우리는 그의 인자한 미소 때문에 전연 무섭지가 않았어요.
점심 때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싸가지고 간 주먹밥을 먹기 전에 한 덩이를 권하자 그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가볍게 젓고는 마치 토끼똥 같은 것을 보여주었어요.
" 고맙구나. 그러나 난 이것만 먹고 산단다. "
" 그게 뭔데요? "
" 응. 솔잎이나 여기 나는 풀씨, 풀뿌리, 그리고 나물 같은 걸로 만든 거지. "
" 그러고는 손으로 개울물을 뜨시고 함께 잡수었어요. 아마 지금 생각해보면 선식(仙食)이었나 봐요. "
" 할아버지는 왜 혼자 여기서 그런 것만 잡숫고 사세요? "
" 응. 이 산이 좋아 그래. 이산엔 생기가 넘치는 산이거든.
네들도 나중에 커서 무슨 어려운 일이 있다거나 난리라도 나면 이 산으로 들어와라. 여긴 안전한 곳이야. "
" 지금 제가 이 산으로 피난을 오자고 한 것은 저는 그 할아버지가 이곳이 생기가 나는 안전한 곳이라는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 생기는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고서에 나오는 병법에 보면 평지 부근에 높은 산이 있거나 강 앞에 산, 그리고 산 봉우리가 몇 개 있는 중에 하나만 특별히 높으면 그건 진지가 되어 많은 사람이 죽는다 했어요. 그러나 이 산처럼 비슷한 높이의 산봉우리가 연봉으로 있으면 그런 산은 진지가 아니래요. 즉, 산의 높이가 비슷비슷하면 고지를 점령해봤자 전쟁에 별 도움이 되지 안으니 그런 산을 구태여 진지로 삼지는 않는다고 했고 사실 그럴 것 같아요. 이 산은 같은 봉우리가 연속으로 이어져 있으니 연평산(連平山)이에요. "
" 당신이 언제 그런 병서까지 읽었어? "
" 전에 말하지 않았어요. 친정 이웃에 아버님 같으신 사부님이 계셨다고.
그 집에는 책도 얼마든지 있어서 마음대로 읽을 수 있었어요"
" 음. 그럴 듯 하군.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또 뭐라고 하셨나? "
"그리고는 눈 깜박 학 사이에 없어졌어요. 정말 산신령인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산 위에 계셨어요.
나중에 집에 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을 미친놈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도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굴을 도인굴이라고 했었어요. "
" 그럼 지금 우리는 그 도인굴로 도인을 만나러 가는 건가? "
" 그 분은 돌아가신 지 여러 해가 됐어요. 하루는 어떤 사냥꾼이 노루를 잡으러 갔다가 노루가 그 굴 쪽으로 도망가 그 동굴 속에 들어갔다가 기절초풍을 하고 도망 나왔대요. 검은 수염이 석자인 사람이 앉은 채로 죽어있더래요. 그 뒤론 아무도 그 굴에 범접을 하지 않는대요. "
" 그럼 그 시체는 아직도 그대로 있을 거 아냐? "
" 그렇겠지요. "
"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곳으로 간단 말이야? "
" 그럼요. 우리가 그분의 시신을 잘 모셔주고 거기에 있으면 우린 그분의 가호를 받을 거예요. "
" 젠장! 난 그런 짓 못해! "
" 여보! 지금 난리가 났어요. 당신은 어떡하든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해요. 아니, 도대체 시체가 뭐가 무서워요? 우리 부모님도 잘 있다가 만약 돌아가시면 무섭겠어요? 살아있던 사람은 괜찮은데 금방 숨이 넘어갔다고 금방 무섭겠어요? 또 귀신이 있다 해도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귀신을 절대로 사람을 해코지 하지 않아요. 오히려 보호해준다지 않아요? 당신 말도 못 들어봤어요? 길 가던 나그네가 산중에서 날이 저물어 잘 곳이 없으면 잘 쓴 묘 앞에서 잔다고. 그럼 산짐승이 범접도 못한대요.더구나 그런 도인들은 혼이 있다 해도 절대로 사람을 보호는 해줄망정 해코지는 하지 않을 거에요. "
" 알았어. 그럼 우리가 시신을 잘 모시고 거기 있자고... 그런데 먹은 건 없는데 왜 뒤는 마렵지? 나 저기 가서 뒤 좀 보고 올게. "
" 드디어 뒤를 보는군요. 기다렸어요. 뭐 사람도 없는데 멀리 갈 것 없어요. 저 넙적한 바위 위에 예쁘게 잘 누어야 해요. 당신이나 나의 식량이니까. "
" 뭐라고? 식량? 이 여자가 미쳤냐? 그럼 똥을 먹는단 말이야? "
" 당신은 지금 이 전쟁통에서 어떡하든 살아남아야 해요. 어느 편으로든지 끌려가서 군인이 되면 총맞아 죽는 숫자보다 보급이 끊어져 아무 것이나 먹다가 병들어 죽는 숫자는 옛날 전쟁이나 지금 전쟁이나 마찬가질 거에요.
지금 당신은 여기 놀러온 것이 아니예요. 사는 훈련을 받으러 온 거예요. 이 땅 위에는 먹지 못할 것보다 먹을 것이 더 많아요. 먹을 것만 가려먹으면 절대 밥을 먹지 않아도 잘 살아요. 그 도인도 어디 쌀을 먹었겠어요? 지금 당신은 자기의 똥을 더럽다고 했어요. 그 더러운 것을 당신은 지금까지 당신의 뱃속에 넣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밖으로 나왔다 해서 금방 더러워집니까? 다 생각 차이에요. "
" 그래서? "
" 다시 제 말 잘 들어보세요. 소는 그렇게 배꾸레가 터질 듯이 먹어도 그 영양소는 밥 한 사발만 못해요. 봄내 여름내 일해서 지친 소에게 밥 한 사발만 먹이면 벌떡 일어나 다시 힘을 쓰는 것 보지 못했어요?
사람은 그 영양이 많은 밥을 세 끼씩 먹고 그것이 다 우리 몸에 흡수되면 금방 뚱뚱보가 돼서 소갈증(당뇨)에 걸려 죽어요. 그거니까 우리 몸에선 적당한 영양만 취하고 모두 밖으로 내보내요. 그러니까 똥 속에는 엄청 많은 영양소가 그대로 남아있어요.
지금 당신이나 내가 아직 시장하지 않으니 똥을 더럽다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3일만 굶으면 그 똥 속에서 고소한 영양소 냄새가 난답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 좀 보세요. 아기가 똥을 누면 워리워리 불러서 아기똥을 먹이지요? 그러데 개가 이상이 있습니까? 그렇게 키운 개를 똥개라 하는 것 당신도 잘 알지 않아요? 동네사람들은 그렇게 개를 길러 초복, 중복, 말복 등에 잡아 개장국을 끓여먹으면 봄내 여름내 농사를 짓느라고 지친 몸을 보신할 수 있어요. 여름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많아 기름기를 먹지 않던 사람들이 먹으면 설사를 하여 잘 먹어야 본전이지만, 똥을 먹은 똥개는 아무 탈이 안 나고 기력이 회복되는 것 아시죠? 똥이 못쓸 거라면 왜 그 똥개에게 그런 효험이 있겠어요? "
" 그건 그런데,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똥까지 먹는대서야... 그럼 당신은 똥 먹어본 경험 있어? "
" 또 고서 이야기를 할까요? 전쟁터건 어디서건 사람이 굶어죽기 직전 소똥을 가랑잎에 싸먹는 사람은 다 산다고 했어요. 사람 똥은 보약까지 되고요. 나무에서 떨어졌거나 매맞은 사람에게 제일 좋은 약이 뭔질 아시죠? 왜 정종병 같은 것을 솔잎으로 막고 그걸 똥독에 얼마간 넣어두었다가 거기 괸 물을 먹는 것 보셨지요? 사람 똥 속에는 그런 약효도 있어요.
배고픈 사람이 똥을 먹으면 사는데, 배고픈 사람이 똥이 더럽다고 모래를 먹은 사람은 백이면 백 다 죽어요.
저는 오늘을 위해서 제 똥을 여러 번 먹어본 경험이 있어요. "
" 정말 그렇게까지 했었소? "
" 당신을 살리려면 무슨 짓은 못해요? 이건 당신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당신 부하들까지 살아남게 하는 거에요. "
" 내 부하라니? "
" 당신은 미군이 다시 처올라올 때까지 여기서 살아남아도 결국은 군대를 가야 해요.
그러면 당신은 전문학교라도 다녔으니 장교가 될 겁니다. 지금 보통 청년들은 언문도 몰라요.
그래서 당신이 소대장이 되면 당신을 따르는 병사의 수는 20~30명이 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그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살려내야 해요.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들의 목숨만은 살려내 그들을 그들의 부모 처자식 앞으로 보내야 해요.
옛 성인의 말씀에 '천일 지일 태일중 태일이 최상귀 (天一地一太一中太一最上貴:하늘과 땅과 사람 중에 사람이 가장 고귀하다)'라는 말 못 들어보셨어요? 사람 하나 살리기 위한 짓이라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하늘과 땅을 우러러 아무 죄도 되지 않고 흉도 안 되요. 앞으로 당신은 그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서도 똥오줌까지 먹는 훈련을 해두어야 해요. "
" 오줌도? 내 참 미치겠군! 그래 오줌은 어떤 효과가 있는데? "
" 이것도 병서에 있는 이야기에요. 전쟁터에서 사람이 심하게 부상을 당하고 피를 많이 흘리면 심한 갈증이 나서 미칠 정도로 물을 찾게 된답니다. 그때 그 피를 흘린 환자에게 물을 먹이면 그는 즉사하고 말지만, 누군가의 오줌을 먹이면 갈증이 해소되어 치료 할 때까지 버틴답니다.
또 현대의학에서도 피를 많이 흘린 환자는 즉시 수혈하지 않으면 죽는대요. 그런데 전쟁터에 무슨 피가 있겠어요? 또 피는 A 형, B형 등 그 사람에게 맞는 피어야 한대요. 그런데 전쟁터에서 그런 걸 맞출 사이가 있겠어요? 그때 병원에 후송될 때까지 오줌을 수혈하면 견디지만, 만약 물을 수혈하면 즉사한대요.
그리고 만약 목이 마를 때 웅덩이에 고여 있는 아무 물이나 마시면 탈이 나서 죽지만, 오줌을 마시면 절대 아무 탈도 나지 않는대요. 이제 부터는 똥보다 더한 것을 먹을 테니 빨리 변을 보세요. 나도 먹을 테니까... "
" 그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데... "
" 아 참, 저기 쑥이 있네. 저 쑥으로 우선 코를 막고 먹어요. 그럼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요.
그리고 먹은 다음 쑥을 한 주먹 뜯어먹어요. 그럼 절대 구역질 같은 건 안 날 거에요. "
신랑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말 쑥으로 코를 막으니 냄새 같은 것은 없었단다.
이 말이 거짓말 같으면 독자님들도 한번해보시라. ㅎㅎ. 똥 같은 것은 못할 테니 한약이나 생선이나 뭐나 냄새가 지독한 음식으로...ㅎㅎ 정말 코를 막고 먹으면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 이제 어서 올라갑시다. 오늘 그 도인의 시체를 잘 모시고 그 굴에서 자야 한다니까 좀 으스스 하시죠? 더 늦으면 더 으스스 할 테니 어서 올라갑시다. "
" 나보고 으스스할 거라고? 똥까지 먹은 사람이 뭐 무서울 게 있겠어? 이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호랑이건 귀신이건 나와도 전연 무섭지 않을 것 같구먼. "
" 그래서 똥부터 먹자고 한 거에요. "
정말 그 뒤론 호랑이건 귀신이건 굼벵이건 바퀴벌레나 무엇이던 무섭거나 더러운 것이 없어지더란다.
드디어 그 들은 굴 앞에 당도했다.
" 이건 도인굴이 아니라 문둥이굴이잖아!"
그 굴 입구에는 수목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는데, 큰 바위가 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고 그 바위에는 문둥이굴이라고 서투른 글씨로 크게 써 있었다.
넘새 누나는 웃으며,
" 문둥이굴이라니까 좀 섬찟해요? 지금 변까지 먹은 사람이 도인굴이면 어떻고 문둥이굴이면 어때요? "
" 그래도 문둥이 굴은 문둥병이 전염 되는 거 아냐?"
" 당신이 그렇게 보면 그럼 됐어요. 대성공이에요. 당신도 속아주니 안심이에요. 제가 작년에 친정에 다녀온 일 있지요? 그때 제가 써놓은 거예요. "
" 왜? "
" 여기가 전쟁터는 될 것 같지 않지만 빨갱이들이 처들어와 그들 세상이 되면 그들은 이 산도 한번쯤 수색을 할 겁니다. 그래서 제가 저렇게 써놓고 아이들에게 절대로 그 산에 가지 말라고 동네에 헛소문을 냈어요. 만약 문둥이들이 아이들을 보면 잡아 그 간을 먹어야 문둥병이 낫는다고 하잖아요? "
" 그런 말은 나도 들었어. "
" 그러니까 동네사람들한테 이 굴이 도인굴이 아니고 문둥이굴이라고 하고 그 도인도 아마 문둥이일거라고 했어요. 그 뒤론 이 산에 범접도 하지 않는대요. 생각해보세요. 정말 문둥이들이 살았다면 제들 집을 문둥이굴이라고 써 놨겠어요? 그러나 사람들은 이치를 생각하기 전 선입감만 가지고 사물을 판단하거든요. "
" 당신은 참으로 무섭구먼. 그러니까 작년서부터 전쟁 날 것을 짐작하고 이렇게 대비까지 하다니... 난 정말 행운아야. 당신 같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다니. 자, 그럼 우리 들어가볼까? 굴 안이 좀 컴컴한 것 같으니 초 불을 켜고 들어갑시다. "
" 잠시요. 저 거미줄이 쳐진 큰 문으로 들어가지 말고, 이쪽 작은 바위틈으로 출입해야 해요. 저 거미줄도 잡초도 건드리면 안 되요. "
" 아, 그래야 우리가 여기 사는 줄 모르겠구먼. 역시 당신이야. "
그들은 일부러 작은 바위틈으로 들어갔다.
부싯돌로 불을 켜고 초에 불을 붙였다.
당시는 라이터는 물론 성냥 같은 것도 서민들한테는 없었다. 농촌에서 불 켜는 기구는 주로 소나무를 대팻밥 같이 얇게 깎아 한쪽을 뾰족하게 깎고, 거기에 유황을 녹여 찍어둔 다음 그것을 불씨에 대면 유황에 불이 붙으며 대팻밥 같은 나무에도 타므로 그렇게 많이 사용했는데, 그것은 일단 불씨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 돌아다닐 때는 불씨가 없으므로 할아버지들이 담뱃불을 붙이려면 부싯돌을 사용한다.
부싯돌이란 마른 쑥을 비벼 부드럽게 한 다음 차돌을 적당히 깨어 그 위에 놓고, 거기에 납작한 쇳조각으로 세게 쳐내리면 불똥이 쑥에 튀고 그때 입으로 불면 불이 붙는다. 쇳조각이 없으면 차돌끼리 해도 된다. 이것은 단군 때부터 있었던 우리민족이 불을 켜는 방법이라 하는데, 지금 타잔 같은 사람이 사는 오지 등 사람들은 나무 막대를 나무에 비벼 불을 일으킨다. 이 선조들이 쓰시던 부싯돌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쉽고 휴대하기도 좋은데, 이렇게 불을 이용한 것이 인류의 제1 발명품이라 하니 요즘 같으면 노벨상 감이다.
부싯돌로 불을 켜고 초에 붙인 다음 안 속으로 들어가보니, 그 안쪽에는 예상대로 해골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 어흠~ "
신랑은 좀 섬짓해 하는 기분이었으나 태연한 체 헛기침까지 하고 말했다.
" 5년은 되었다니 다 썩어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하겠구먼. 잘 모십시다. 어디다 묻을까? "
" 아직 묻을 때가 아니에요. 죄송하지만 우리가 피신해있는 동안은 저 굴 입구에게 눕혀놓고 우리 피난생활이 끝난 다음 모셔요. 보아둔 곳이 있으니 거기다가 모셔요. "
그들은 해골을 정성들여 모셔다가 굴 입구 바위 앞에 적당히 뿌려놓았다.
" 이 도인께도 우리를 잘 보살펴달라고 제사 한번 지냅시다. 당신 이 도인님께 올리는 축도 준비해왔소? "
" 물론이지요. 아까 한대로 합시다. "
그들은 여기서도 정성껏 제를 올렸다. 제를 마치고 냉수 음복을 하던 신랑은 어느새 여유가 생긴 듯 일부러 농담까지 했다.
" 내 제사지내고 냉수 음복은 난생 처음이네. 하하. "
그들은 굴 안을 청소하려고 다시 촛불이 켜있는 굴 안으로 들어갔다.
" 이 초도 얼마 있으면 바닥이 날 테니 내일부터는 관솔을 따다가 불을 켜야 해요. "
관솔이란 소나무 가지가 부러진 것으로 송진이 찌들어있기 때문에 불 켜기에는 안성맞춤이다.
" 어? 여기 무슨 책이 다 있네. "
신랑이 무슨 책 몇 권을 집어 들어 펴보았다. 모두 진서로 된 책이었다.
" 이게 무슨 책이야? "
신랑은 진서로 된 책은 읽을 수 없으니 색시에게 내밀었다.
밖에 나와 한참이나 책을 넘겨본 새댁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 아, 이것은 도인님이 우리가 올 줄을 아시고 남겨주신 책 같아요. 하나는 조식법(調息法)이고... "
" 조식법이 뭔데? "
" 숨쉬는 법 말에요. "
"숨쉬는 것도 법이 있나? "
" 아, 큰 스님이나 도인들이 한다는 단전호흡 같은 거 말에요. "
" 아하, 그런가? 그리고 다른 책은? "
" 이건 태견이라는 고대 무술 교본이고, 이것은 축지법 교본인데 당신한테 모두 필요한 거에요. "
" 뭐라고? 그럼 축지법이 정말 있다는 거야? 그 땅을 주름잡으며 다닌다는? "
" 자세히 읽어봐야 알지요. 전에 우리 사부 아버님한테는 이런 책들은 없었어요.
조의선인(皁衣仙人)이나 하는 잡서라고 취급을 안 했어요. "
" 조의선인은 뭐고 태견은 뭔데?"
저도 잘 모르지만 조의선인은 단군 때부터 했다는 신선도이고, 태견도 단군 이전부터 우리 민족이 했다는 무술이라지요 아마."
" 도인이 살았으니 신선도 책은 당연할 거고, 그럼 마지막 것은? "
" 이건 책이 아니라 그분이 쓴 그분의 유서 같은 거네요.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쓴 것 같아요. "
" 나참 세상에... 뭔가 홀린 기분이군. 하여간 고마우신 분이구먼. "
" 하여간 이 책들은 내일 천천히 읽어보도록 하고 우선 청소나 합시다. "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빗자루를 만들어 청소를 하던 신랑은 깜짝 놀라며,
" 어, 여기 불타다 만 책들이 엄청 많아. 돌아가시기 전 책을 모두 태운 모양이야. "
" 어, 그러네요. 왜 책을 태우셨을까? 타다 만 책을 잘 챙겨요. 무슨 책인지 내일 잘 읽어보게. "
그들이 청소를 마치니 일단 그럴 듯 하였다.
그러나 무언가 음습하고 퀴퀴한 냄새는 그대로였다.
" 이젠 쑥대불을 놓아 굴 안을 소독해야 해요. 저녁거리도 준비할 겸 나가요. 오늘은 수고도 많았으니 진수성찬을 해드릴께요. "
" 진수성찬? 그거 듣든 중 반가운 소리지. "
넘새누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습진 곳에서 썩은 나무둥치를 발견하고는 돌을 들어 썩은 나무도막을 잘게 부수었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굼벵이가 들퍽거렸다.
넘새누나는 그 굼벵이를 양재기에 주워담았다.
" 아니, 지금 그걸 먹겠다고 주워담는 거야? "
'" 이것보다 더한 똥도 먹었잖아요? 조금 전에... 이건 매미의 애벌레로 5년간이나 이런데 살다가 매미가 되요. 이건 몸이 너무 허약한 애들이 구워먹이면 금방 힘이 솟아나고, 옛 고서 약방비문에 보면 기력이 약한 노인들이 이걸 구워먹거나 끓여먹으면 첩을 얻을 정도로 정력이 왕성해진대요. "
" 히히. 그럼 내가 그걸 먹으면 오늘 밤에 무슨 일 나겠군. "
" 호호. 엉뚱한 말을 하시는걸 보니 이젠 안심이 되네요. 하지만 오늘밤은 안 돼요. 며칠만 기다려요. 사람의 욕망 중에서 죽음도 불사하는 욕망은 바로 성욕인데요. 이 성욕을 다음으로 미루고 기다리는 기대가 있으면 정말 두려운 것이 없어져요. 정말 용감해져요. "
" 히히. 그래서 당분간 참아야 한다? "
" 다른 이유도 있어요. 달이 아직 차지 않았어요. 우린 이 산에서 아들을 잉태해야 해요. "
" 히히. 그것 좋지! 그런데 그것도 날짜가 있나? 히히. "
넘새누나는 굼벵이를 반 양재기 정도 주워담고는,
" 이런 아까운 양식은 아껴먹어야 해요. 나머지는 내일 먹기로 하고 이젠 나물 뜯으러 가요. "
그들은 쑥을 한 다발이나 꺾고 나물도 많이 뜯었다.
" 이젠 나무를 하러가요. 마른 나뭇가지를 많이 해다가 굴 안에 두어야 해요. 비가 올 때도 있으니 시간 있을 때 나뭇가지를 많이 준비해두어야 해요. "
그들이 나무까지 해왔으나 해는 아직 서산에 떨어지지 않았다.
"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깔려야 불을 피울 수 있어요. 멀리서 보면 연기가 보이거든요. "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마른 나뭇가지로 불을 피웠다.
굴 안이 환해졌다. 불이란 인간에게 참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솔직히 음습하여 곧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던 동굴안도 모닥불이 피어오르자 으스스한 기분이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마치 안방과 같은 안도감이 생겼다.
" 여기가 익숙해질 때까지 며칠간은 저렇게 불을 피워놓고 잡시다. 그러나 단 며칠 간예요. "
" 알았어. 저렇게 불울 피우니 참으로 안심이 되는구먼. "
불이 어느 정도 피워지자 그 위에다가 쑥을 태웠다. 쑥의 향기가 퍼지면서 굴에서 나던 퀴퀴한 냄새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 앞으로 매일 저녁 이런 식으로 모깃불을 피워둬야 모기가 덤비지 않아요. "
" 모기는 안 잡아먹나? 하하. "
" 하하. 당신두... 물론 모기까지 잡아먹어야지요. 그러나 잘 때 모기가 덤비면 어떻게 잡아먹어요? 하하. "
모깃불을 피운 다음 미리 씻어둔 나물과 굼벵이로 죽을 끓였다. 구수한 냄새가 동굴 안에 퍼졌다.
" 냄새는 그럴 듯 하네. "
" 냄새뿐 아니라 맛도 기가 막혀요. "
"언제 먹어봤나? "
" 전쟁이 나면 당신을 살릴 내가 무엇인들 안 먹어봤겠어요? "
" 아까 똥도 나 때문에 몇 번 먹어봤다고 했지. 내참. "
신랑은 한 숫갈 먹어보고는,
" 이건 괜히 당신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 정말 맛있네. 정말 진수성찬이야. 히히. "
그들은 그것을 저녁이랍시고 먹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 저 출입구가 좀 허전하지 않아? 혹시 산 짐승이라도...? 무엇인가 나뭇가지라도 꺾어다가 가리고 잡시다. "
" 아까 도인님 시신 못 봤어요? 만약 산짐승이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뼈가 그렇게 원상대로 있었겠어요?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 산짐승은 사람 냄새가 나면 절대 이런 곳에 들어오지 않아요. 또 저 거미줄 좀 봐요. 짐승이 드나들었다면 저 거미줄이 붙어있겠어요? 지금 당신은 생존훈련 중이니 그냥 자도 될 것 같아요. 그 대신 오늘 저녁은 저 불은 피워둔 채... "
" 그럼 그러지 뭐. "
" 피곤하세요? "
" 아니, 난... 당신이 피곤하겠구려. "
" 아직 잘 시간이 이르니 우리 이야기나 좀 더 할까요? "
" 그럽시다. 무슨 이야기라도 해주구려. "
" 지금 김일성이 처들어오는 것 어떻게 생각해요? "
" 그거야 나쁜 놈이지. 아무래도 동포를 죽이는 전쟁을 일으켰잖아. "
" 그래요. 김일성의 남침은 어떤 명분을 붙여도 동포끼리 서로 죽이게 하니 역사의 심판을 받을 거에요.
그런데 이승만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 그야 우리가 남한에 사니 아무래도... "
" 그렇지요. 그러니까 당신은 인민군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국방군에 가야 해요. 그러나 지금 김일성 정부나 이승만 정부 등 어떤 나라를 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동포를 사랑해야 해요. 그래야 역사의 부끄러움이 없어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목숨을 사랑해야 해요. 그런데 사람의 목숨 중에서 누구의 목숨이 가장 중요한 줄 아세요? "
" 그야 부모님... 아니 당신의 목숨이지. 히히. "
" 틀렸네요. 바로 자신의 목숨이에요. 당신이 죽으면 이 우주는 사라져요. "
" 이 우주가 왜 사라져? 내가 죽은 뒤에도 이 우주는 그대로 있을 건데. "
" 그건 당신의 우주가 아니에요. 살아있는 사람들의 우주예요. "
" 너무 철학적 이야기라 모르겠구먼. "
" 이 우주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느끼고 감각하는 우주이지, 죽은 사람은 그 감각이 달라지니 죽은 사람들의 우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우주입니다. 아까 제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지요? 그건 저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어떻게든 제가 살아가는 이 우주를 지키기 위해서도 당신은 살아남아야 하고, 그래서 이 훈련을 하는 겁니다. "
" 정말로 고맙소.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가볍소. "
"고마워요. "
" 그런데 내일부터는 무엇을 먹을 건가? "
" 호호. 아직 시장하신 모양이네. 먹는 것 타령이니... 우선 좋지 않은 것부터 말하지요. 지렁이도 끓여먹어야 하고... "
" 뭐라고? 그 지렁이까지? 하긴 굼벵이를 먹어보니까 맛이 좋았는데 지렁이도 그럴까? "
" 지렁이는 원래 용봉탕이라 하여 허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이 먹으면 참으로 좋은 보신제구요. "
" 또 뭐가 있나? "
" 메뚜기, 풍뎅이, 바퀴벌레 모두 먹어야 하고... "
" 하긴 메뚜기 먹는데 풍뎅이, 바퀴 벌레 모두 같겠지. 그리고 또? "
" 개구리, 뱀은 맛이 천하일품입니다. "
" 개구리 뒷다리는 나도 구워먹어봤는데 참 맛이 있었어. 그런데 뱀도? "
" 폐병에는 뱀보다 더한 약은 없다잖아 요. 페병 든 사람은 먼저 몸이 허약해지고 약을 쓰려면 독한 약이 필요한데 그 허약한 몸으로 그 독한 약을 견디겠어요? 그래서 약을 먹다가 죽는대요. 그러서 우선 몸을 보신하느라고 뱀을 고아먹는데, 뱀만 계속 먹어 몸이 튼튼해지면 특별한 약을 먹지 않아도 뱀독이 약이 되어 폐병이 슬그머니 낫는대요.
그런데 뱀이 좋은 건 비단 폐병뿐이 아니에요. 첩을 몇씩 둔 부자들이 땅꾼을 시켜 뱀을 대놓고 먹는 것 보지 못했어요? "
" 응. 나도 봤어. 그럼 나도 뱀을 먹으면... 히히 또 다음은? "
" 산고양이, 쥐, 두더쥐... "
" 토끼나 새는 좋은데 고양이나 쥐까지? "
" 당신 토끼나 새라면 좋다 하지 않았어요? 그게 왜 좋아요? 그건 우리가 전에서부터 먹었으니까 좋지 않아요? 새가 좋다면 제비도 좋겠어요? 우리가 제비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익조(益鳥)라 하여 잡아 먹질 않았으니 먹기가 꺼림직한 게예요. 또 토끼는 자주 잡아먹으니 좋지만 고양이는 자주 먹어보질 않았으니 꺼림직한 겁니다. 그러나 만약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걸려보세요. 제일 좋은 게 고양이탕 아녀요? 다 사람들 생각 차이에요. "
" 부인들이 관절 때문에 고양이탕 해먹는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 정말 다 생각 차이구먼. 그런데 우리가 그런 것들을 잡아먹으면 산신령님이 노하지 않을까? "
" 금방 전에 사람을 살리기 위한 짓이라면 하늘이건 땅한테건 죄가 되지 않고 흉도 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
" 그래 좋아. 그런 건 정말 진수성찬이 되겠구먼. 또 다음은? "
" 바로 당신이 좋아할 토끼, 새들이지요. "
" 그거 좋지. 그런데 어떻게 잡지? "
" 준비해온 것이 있어요. 고무줄... 고무줄로 새총을 만들면 돼요. 그리고 당신은 할 일도 없는데 자꾸 연습하면 꿩도 잡아요. "
" 꿩? 그거 좋지. 정말 당신 준비성이 대단하구먼. 그럼 다음에는? "
" 이젠 딸기 등 산열매나 나물 등 약초이지요. "
" 그런 거라면 좋지. "
" 내일부터는 정말 진수성찬이니 기대하세요. 호호. 그럼 피곤하실 테니 이젠 잘까요? "
아내는 보따리를 풀어 담요떼기 등 이부자리를 꺼냈다.
옷도 나왔는데 옷은 먼저 명주로 짠 푸르딩딩한 런닝샤스와 팬티, 그리고 완전 각설이옷으로 조각조각 기운 것이 있었다.
" 이게 무엇인지 이젠 알겠지요? 이건 폭탄의 파편은 완전히 막을 수 있어요. 사실 전쟁터에서는 총알보다 파편이 문제예요. 그리고 이건 웬만한 총알도 못 뚫어요. 이제부터는 이걸 꼭 속에 입고 살아야 해요. 잘 때도... 습관을 들여야 해요. "
" 이젠 알 것 같구먼. 그런데 여름에 입기는 좀 덥지 않을까? "
" 생사가 달려있는데 좀 덥더라도 참아야 하지요. 안전한 곳에선 정 더우면 앞 단추는 풀어놓아도 되요. 너무 통풍이 안 되면 짓무르니까. "
" 그럼 아랫도리는 어떻게 하지? 거긴 짓물러도 좋은가? 히히. "
" 히히. 짓무른다고 그게 떨어지겠어요? 가끔 엉덩이까지 내리면 될 거 아녜요. 히히. "
" 히히. 이 굴 안은 좀 선선하니 입는 게 좋겠구먼. 그런데 왜 이런 물을 들였어? "
" 그게 여기서 입자는 게 목적이에요? 군복과 비슷해야 할 거 아녀요? "
" 정말 철저하군. 좋아. 그럼 이걸 입고 각설이옷을 걸치지. 그러데 각설이가 되려면 될 수 있는 한 흙도 많이 묻혀서 더럽게 해서 입어야 하겠는데? 히히. "
" 각설이가 아니라 때에 따라 정말 문둥이도 돼야 해요. "
" 문둥이? "
" 그러나 걱정 마세요. 위험 상황이 끝나면 도로 고치는 약초가 있으니까… 히히. 그건 내일 실습을 통해서 말씀드리지요. "
" 여보! 정말 고마워! 난 당신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구먼. "
"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당신이 순순히 따라주니 제가 고마워요. 제가 아무리 큰소리 쳐도 당신이 응해주지 않으면 공염불이에요. 전 당신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못할 것이 없지만, 만약 당신이 없다면 저는 한 순간에 무너져요"
신랑은 색시를 끌어안았다.
" 안 돼요. 인간의 욕망 중에 가장 강한 것은 성욕이고, 그걸 어느 날까지 기다리게 하면 무서울 것이 없어진다고... "
" 그래 그래. 그리고 아들도 만든다고 했어. 그때까지 기다리자. 정말 고맙소. "
" 오늘 오느라고 고생 많았으니 어서 주무셔요. 전 당신만 옆에 있으면 이런 장소라도 얼마든지 잘 잘 것 같아요. "
" 당신의 고생에 비하면 난 아무 것도 아니요. 그래 그만 잡시다. "
그들은 손을 마주 잡고 그 으스스한 굴속에서 첫날 밤을 잤더란다.
- 다음으로 계속 -
다음은 넘재누나 부부의 정말 꿈 같은 사랑과 일생일대 가장 행복했던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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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정말 그 해골을 옮길 때나 거시서 잘 때 정말 무섭지 않았어? "
" 얘야, 왜 안 무서웠겠니? 정말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무서웠던 일은 없었단다. 그러나 내가 조금이라도 무서워했어봐라. 매부는 얼굴이 파래져서 죽더라도 도로 내려가자고 했을 거다. 나중에 들어보니 해골 옮길 때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지만 내가 무서워하지 않으니 남편 체면에 괜히 무섭지 않은 체 했고, 그 덕분에 나도 무서운 기운이 사라지고 그런 나를 보는 그는 더 안심이 되더란 거야.
정말 세상에서 제일 힘이 드는 것은 돈벌이가 아니라 내 마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야. 아무리 무서운 것이 없을 거라는 확신으로 무서워하지 않으려 했어도 그렇게 무서웠으니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처음에 똥부터 먹었잖냐? 사람이 이 자기가 누운 똥까지 먹게 되면 정말 보이는 게 없어진단다. 호랑이건 귀신이건 굼벵이건 지렁이건 무섭거나 더러운 것이 없어지는 건 사실이었단다. 그래서 극기를 하느라고 똥부터 먹었던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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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려고 부자가 되는 법을 실천한다고 하면서도 하는 행동은 시종놈만을 위하는 짓도 자기 마음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넘새누나와 그 남편은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극기를 했다.
그런 극기심 반만 가지고도 부자가 되려 한다면 부자 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지금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단, 우리는 지금 이런 천국에 살면서 불평불만이 더 많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불과 50년 전에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다는 것과 그들의 노력을 말하고 싶은 것이 이 글을 쓰는 취지이다.
아래는 신지녹도전자 천부경 전문 16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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